'숫자의 마술', 3.1% 성장에 소득은 10% 증가

통계기준 변경에 따른 '일시적 착시현상'

3%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해 경제성장률(GDP)이 4.4분기의 3.9% 성장률에 힘입어 3%를 간신히 넘겨 3.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장률은 3.1%로 당초 예상치 2.9%보다 높은 것이지만 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하지만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한국은행의 통계편제 개정으로 1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로 고통받아온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숫자의 마술'인 셈이다.

***지난해 3.1% 성장에 1인당 국민총소득 1만2천6백46달러**

한국은행이 23일 통계기준을 변경해 발표한 `2003년 국민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GDP는 수출과 건설투자가 호조를 보였으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감소해 전체적인 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뚝 떨어졌다. 이같은 수치는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지난 98년에 -6.9% 이후 99년 9.5%, 2000년 8.5%, 2001년 3.8%, 2002년 7.0%에 이어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반면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1만2천6백46달러로 전년의 1만1천4백93달러에 비해 10.0%나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1천5백7만원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GNI가 급증한 것은 금융중개서비스 활동와 소프트웨어 개발, 사회간접자본의 감가상각비 등이 새로운 통계 편제로 생산항목에 포함됐고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연평균 4.7% 하락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번 통계는 기준연도가 95년에서 2000년으로 바뀌면서 국내총생산과 국민소득 등의 과거수치가 모두 조정된 것이다.

그러나 작년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반도체 및 통신기기 등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 하락과 원유 등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됨에 따라 전년에 비해 1.8% 증가에 그쳤다. 교역조건은 전년에 비해 2.6% 악화됐다. 올 들어서도 유가, 철강 등 국제원자재값이 급등을 거듭함에 따라 요역조건은 한층 악화되고, 실질 GNI성장율도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총 저축률은 소비지출이 줄어들고 민간저축이 증가하면서 전년의 31.3%보다 높은 32.6%로 나타났다.민간소비는 승용차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에 대한 소비가 큰 폭으로 줄면서 전년에 비해 1.4%가 줄어들었다. 고정투자의 증가율도 3.6%로 전년의 6.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