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지난 5년 동안 끌어온 세계적인 소프트웨어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점 위반 혐의에 대해서 EU 집행위원회의 예비 제재 결정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이번 EU의 결정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MS 독점 위반 혐의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EU, "MS 독점 위반 혐의 예비 결정, 만장일치로 지지"**
AFP,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15일(현지시간) MS의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EU 집행위원회의 예비 제재 결정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EU 회원국들은 22일 한 차례 회동을 더 갖고 제재 방안 등을 논의한 뒤, 24일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마리오 몬티 EU 경쟁정책 담당 집행위원의 대변인인 아멜리아 토레스는 15일 EU 각국 감독기관 관계자들의 비공개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집행위원회의 예비 제재 결정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각국 감독기관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MS의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가 법률상 죄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함께 이에 대한 개선 방향 등에 대해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년 동안 MS의 반독점 위반 혐의를 조사해왔다. EU 집행위원회는 MS가 전세계 PC의 90%에서 사용되고 있는 윈도 운영체제에 비디오 재생 소프트웨어인 '윈도 미디어플레이어'를 끼워 판매해 리얼네트워크, 애플 등 경쟁사를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혐의를 둬 왔다.
이번 결의에 따라 EU는 MS의 매출액 대비 10%에 해당하는 32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윈도 프로그램에서 '미디어 플레이어'를 분리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됐다. EU는 MS가 '미디어 플레이어'를 포함하지 않는 윈도 버전을 제공해, MS의 경쟁사인 리얼네트워크의 '리얼원'이나 애플의 '퀵타임플레이어'를 소비자들이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벌금보다는 독점으로 왜곡된 시장 바로잡는 게 목적"**
지난 5년간 이 사건을 조사해온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지난 8월 "MS의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MS가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14일까지 최종 협상을 벌였으나 타결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톰 브룩스 대변인은 집행위의 발표 직후 "MS는 이번 건에 대한 긍정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EU 집행위와 지속적으로 접촉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EU가 이번 제재 결정을 통해 MS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전망은 낮아 보인다. 마리오 몬티 집행위원이 최근 한 연설에서 "(벌금을 부과하는 것 보다는) 독점으로 인해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느긋한 MS, "EU 판단에도 대세는 지장 없어"**
이런 EU의 반독점 위반 제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MS는 느긋한 것으로 보인다. MS의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가 5년을 끌어오는 동안 이미 MS의 경쟁사들은 큰 타격을 입었고, MS는 '부동의 1인자'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MS의 경쟁사인 리얼네트워크의 경우 EU의 조사와는 별개로 캘리포니아 주에서 따로 MS와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전개하는 등 MS에 대한 저항을 시도했으나 이미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MS가 윈도에 '미디어 플레이어' 끼워 판 결과 리얼네트워크의 시장 점유율은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MS가 1997년부터 6년간 끌어와 결국 합의로 마무리한 웹브라우저에 대한 소송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였다. 거의 1백%를 점유하고 있던 '넷스케이프'는 MS가 윈도에 끼워 판 '익스플로러'에게 시장의 대부분을 내어주고,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졌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이번 EU 소송 역시 거의 1백%에 가까운 시장 장악력과 그에 상응하는 자금력으로 무장된 MS에게 큰 타격을 주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국내외 IT 업계 전문가들은 "MS의 반독점 위반 혐의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MS가 변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세계 각국 정부가 공개 소프트웨어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시간만 끄는 소송보다 MS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는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태국 등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공개 소프트웨어 정책을 펴자 MS가 자사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하락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MSN메신저 끼워 팔기가 문제**
한편 이번 EU의 판단이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MS의 반독점 위반 혐의를 둘러싼 논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다.
당장 우리나라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MS가 MSN메신저를 끼워 판 것과 관련해 오는 24일 비공개 청문회를 개최해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강대형 공정위 사무처장은 16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오는 24일 공정위에서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청문회가 끝나면 이 문제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 처장은 EU의 MS에 대한 제제를 이번 사건 해결에 참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유사한 사건인지 단정하기 어렵고 법 구성도 달라 같은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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