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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이어지면 한반도서 고랭지 배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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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이어지면 한반도서 고랭지 배추 사라진다

한반도 생태변화 상황 확인 포럼..."식습관 개선도 위기 대응 실천"

지난 22일 충청남도가 아시아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기후비상상황'을 선포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보다 앞서 지방자치정부가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 목표를 시민에게 제시한 사례다. 충청남도는 오랜 기간 밀집한 화력발전소로 인해 시민 사회에 갈등이 이어졌다.

이미 각국에 목표는 주어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경우 인간이 지구 기후를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금도 각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올 지경이다. 이미 ‘기후악당’으로 낙인찍힌 한국은 위기를 앞당기는 주범 중 하나다. 세계에서 7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배출하는 한국의 지난해 배출량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기후위기에 관한 위기감이 시민 사회에 좀처럼 퍼지지 않는 까닭은, 그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생태계 기후변화 포럼'은 실제 한반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가를 확인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포럼은 녹색연합이 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후원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명수정 박사와 국립생태원 이상훈 박사, 국립농업과학원의 김명현 박사, 국립수산과학원의 오현주 박사가 한국 생태계 변화 상황을 발제했고, 공공기관 연구원의 발제 내용에 관해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와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언론 관계자가 의견을 더했다.

▲ 지난달 21일 국내 여러 곳에서 시민이 '국제 기후 파업' 행사에 맞춰 기후위기비상행동 행사를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기후위기 이어지면 고랭지 배추 사라진다

기후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부문은 농업 분야였다. 김명현 박사에 따르면, 오는 2090년대가 되면 한국에서 사과 재배량은 지금에 비해 71% 줄어들고 배는 15%, 한지형 마늘 재배량은 75% 감소한다. 고랭지 배추 재배량은 99% 줄어들어, 사실상 국내에서 재배가 불가능해진다.

온난화로 인해 착색불량(사과, 포도), 일소과, 부피과(감귤) 등의 품질저하 현상이 나타나다, 결국에는 재배가 불가능해지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반면 한반도가 뜨거워짐에 따라 포도(95%), 복숭아(37%), 난지형 마늘(33%) 재배량은 증가한다.

이미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1982년 4만3000여 헥타르에 달하던 한국의 사과 재배 면적은 2007년 3만2000여 헥타르로 줄어들었다. 경상도와 충청도 일대에 집중됐던 재배지는 그 사이 강원도 부근까지 북상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 재배량 역시 감소한다. 등숙(登熟,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종자가 익는 상황)기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쌀 낱알무게가 감소하고 단백질 함량은 증가해 미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등숙 온도가 섭씨 21.5도일 때 현미천립중(현미 낱알 1000개의 무게) 22.1그램 당 9.4%이던 심복백(품질이 떨어지는 흰티) 비율은 등숙 온도가 섭씨 24.5도까지 오를 경우 21.7%로 급증한다.

이같은 품질 저하로 인해 쌀 불임율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생산 수량 감소까지 이어진다고 김 박사는 지적했다. 김 박사는 기후변화에 따라 현 재배 형태가 유지될 경우 내년에는 평년(1981~2010년 평균 재배량) 대비 17.8%, 2050년에는 26.5%, 2090년에는 32.7%까지 쌀 재배량이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축산업도 기후변화에 영향권에 들었다. 고온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져, 수태율과 달걀 생산성 저하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돼지를 인공수정과 자연교배 각각 6구씩 시험한 결과, 자연교배 시 82%이던 수태율이 기온이 오를 경우 59%까지 떨어진다고 밝혔다. 인공수정 시도 41%이던 수태율이 기온이 오르면 29%까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닭 역시 섭씨 22.2도일 때에 비해 섭씨 32도까지 기온이 오르면 체중은 91.2%, 산란수는 87개(22.2도일 때 100개 기준)로 각각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젖소의 우유생산량 역시 열 스트레스 증가로 인해 8.5% 감소한다고 김 박사는 밝혔다.

아울러 온난화가 이어짐에 따라 갈색여치, 꽃매미 등 병해충이 종전보다 늘어나고 있고, 1930년대에는 경상남도 권역에서만 주로 발견되던 벼줄무늬잎마름병이 2001년 이후 이미 수도권까지 확산했다고 김 박사는 지적했다.

김 박사는 섭씨 33도 이상의 폭염이 20일 이상 이어졌던 지난 2012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185만여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고, 젖소 산유량과 산란율은 10~20% 감소했다"며 "최근 10년간 평균 6705억 원을 이상 기후에 따른 농업기상재해 복구비용으로 소모했다"고 밝혔다.

시민이 쉽게 할 수 있는 실천: 식습관 개선

일각에서는 이미 멸종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경고가 나오는 한국 고유종인 구상나무림의 피해도 선연했다. 구상나무는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의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한국 고유나무다. 온난화로 인해 고산 지대의 기온마저 오름에 따라 구산나무 서식지가 줄어들어 환경단체는 오랜 기간 이를 경고해 왔다.

이상훈 박사는 지리산 구상나무림의 식생동태를 지난 2010년~2013년 조사치와 2017년~지난해 조사치를 비교해 연구한 결과 직경이 40~50센티미터에 달하는 큰 나무를 제외한 모든 구상나무 직경급에서 개체수가 480개체에서 317개체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기간 구상나무의 연평균고사율은 6.0%였고, 중요치는 35.6%에서 27.5%로 감소했다.

박새와 곤줄박이의 올해 첫 부화일(3월)은 2년 전 조사에 비해 평년보다 3주가량 늦춰졌다. 3월 기온이 오른데 따른 결과로 풀이됐다.

이 밖에도 이 박사는 함평만, 낙동강, 영덕 고래불사구 등의 생태 환경을 연구했다. 평년과 다른 결과가 일부 관측됐으나, 현 상태로는 이를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구 결과를 쉽게 지칭하기 어려운 데는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기범 기자는 지난해 4월 자신이 보도한 기사를 인용해 "유럽 11개국 공동 연구진이 145년간 유럽 302개 산 정상의 식물상 변화를 공동 연구한 결과 산 정상의 식물종 다양성이 크게 증가했음을 확인한 자료를 <네이처>에 게재했다"며 "기온 상승으로 인해 식물종이 상승했다는 역설적 상황에도 주목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유럽은 19세기부터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한국 국립생태원은 2013년말 정식 개관했다. 유럽과 비교하면 걸음마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IPCC 토지 특별보고서 작성에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참여한 명수정 박사는 이번 보고서 주요 내용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명 박사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정책 추진이 늦어질 경우 토지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며, 토지에 기반한 대응방안의 잠재력도 줄어든다"며 "기후변화는 토지 황폐화와 사막화를 촉진하고, 토지 황폐화는 온실가스 배출을 가속화하고 탄소 흡수기능을 떨어뜨려 기후변화를 유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명 박사에 따르면 IPCC가 목표로 한 지구 평균온도 1.5도 기준을 토지 온도는 이미 넘어섰다.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이미 토지온도는 섭씨 2도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명 박사는 대중이 가장 쉽게 기후위기의 시대에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먹거리 문화 개선을 강조했다. 농가는 수확 후 손실분을 최소화하고, 시민은 고기를 대량 섭취하는 등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한편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잖은 음식문화 연구자들이 한정식 등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문화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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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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