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유승민 대표가 '12월 탈당'을 공식화하면서 보수 정계개편 이슈가 재점화됐다. 특히 유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책임론을 언급하지 말자면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도 크게 열어놓았다.
유승민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12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그 이후에 결심을 행동에 옮기겠다"고 바른미래당 탈당 및 신당 창당 구상을 밝혔다.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 측과 신당 창당 논의 여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합의를 위한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법 개정안은 "날치기 통과"라는 이유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은 "권력의 도구가 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유 대표는 이날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12월초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 밝혔다.
유 대표는 특히 한국당과의 통합 조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 서로 책임을 묻는 일은 중단하고 나라의 미래상을 논해야 한다"면서 "황교안 대표의 한국당이 이런 변화에 동의하고 우리와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한다면 통합할 수 있다"고 보수통합 가능성을 크게 열어놨다.
유 대표가 탈당 일정까지 제시하며 보수 통합론에 불씨를 지피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황교안 대표와 거래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갈 궁리만 하는 분들은 더 이상 바른미래당을 망치지 말고 하루빨리 갈 길을 가라"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아침 유 의원의 신문 인터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스스로 원칙주의자라 자부하지만 원칙없는 전형적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손 대표는 "유 의원은 계파정치와 분열정치를 앞세웠고, 진보와 호남을 배제한 수구 보수의 정치인이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다가 결국 배신자라는 말을 들으며 박 대통령을 배신했다"고도 했다.
또한 "대구가 험지라고 하지만 대구에서는 배신자로 찍혀있고 수도권 차출론을 핑계로 대구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유 의원은 스스로 원칙주의자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이런 거짓과 위선이 어디 있나"라고 거친 비판을 이어갔다.
손 대표는 이어 "유 의원이 검찰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한국당에 '받아주십시오'라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며 "받아달라고 애걸해도 받아주지 않으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선거법 개정을 끝까지 거부하겠다고 한다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꽃놀이패를 하려는 것"이라며 "이분들에게는 국회의원 배지밖에 없다. 통합 안 되면 연대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손 대표가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바른미래당의 분당은 사실상 돌이키기 어려운 수순으로 돌입한 분위기다. 그러나 유 대표 측의 탈당이 곧 한국당과의 통합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황교안 대표는 유 대표의 구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황 대표는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합을 이뤄가는 게 중요하다"며 "시기를 단정해서 얘기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유보적 태도는 보수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책임론을 묻지 말자는 유 대표의 제안에 대한 답을 내기가 쉽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탄핵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그냥 다 끌어 모아서 통합만 하자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유 대표 측의 반성을 통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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