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언론들이 탄핵정국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한국의 정치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자(현지시간) 신문에서 <서울의 허튼소리들>이라는 제하의 사설을 게재했다.
FT는 이 사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지난해 노 대통령 스스로 제안했던 재신임 국민투표안처럼 그냥 중지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유발되는 장기 권력 공백으로 받을 한국과 한국 경제의 타격은 노 대통령의 위반 사항과 비교해볼 때 너무 크다”며 “이상한 것은 정치인으로 행동하는 노 대통령이 아니라 법률”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신생민주주의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사람들도 이러한 무책임한 정치인들 때문에 여전히 감시의 눈길을 거두기 힘들고 이러한 정국 불안으로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동북아 허브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과 한국경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FT는 이어 탄핵안을 발의한 정당들의 의도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정치인들은 이제 선진공업국가로서의 한국의 지위에 걸맞는 정치문화를 어떻게 건설해 나갈지 심사숙고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사설 전문이다.
***'서울의 허튼소리들'**
먼저 지난해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이상한 약속을 했었다. 만일 이 국민투표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국민들은 노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그만두라는 굴욕적인 결론을 내리던지 아니면 노 대통령에게 새로우면서도 필요이상일 정도로 매우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주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국회내의 노 대통령 반대진영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들은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어겼는데도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대통령 탄핵 수순을 밟으며 위협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불필요한 위기들로 인해 한국의 생기있는 신생 민주주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은 무책임한 정치인들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계속해서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들 무책임한 정치인들은 그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오늘날 현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보다 많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동북아 허브 국가가 되려는 한국의 야심찬 모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분명히 잘못은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가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는 노 대통령을 처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은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명목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허상이 아니라 행정부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우리당은 현재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회내 핵심 세력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당에 가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에 이상한 것은 노 대통령이 아니라 법률이다. 탄핵절차로 유발될 수개월간의 장기 권력 공백으로 인한 한국과 한국 경제의 타격은 그런 소소한 위반 사항과 비교해볼 때 너무 크다.
좌파 성향의 노 대통령이 2002년에 집권하는데 공헌한 새천년민주당이 탄핵 위협을 가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분당해 새로이 우리당이 만들어진 데 대해 분노하고 있고, 하락하고 있는 자신들의 지지도를 복구하는 데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다 보수적인 정당인 한나라당이 탄핵움직임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려 하고 있다. 비록 탄핵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기는 하지만 이들 두 정당은 탄핵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3분의 2의 의석수를 동원할 수 있다.
현명한 사람들이 압도적일 것이고 노 대통령이나 참모들은 경제 개혁이나 금융 자유화 등의 시급한 임무를 계속해서 수행하도록 허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권자들이 어떤 성격의 국회를 선택하든지 말이다. 좁은 정치지형에서는 오히려 노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쓸데없는 노력보다도 당과 거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불법자금의혹이 더 좋은 목표물이 될 것이다.
이미 정치공작으로 며칠을 낭비하기는 했지만 이 단계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탄핵안이 노 대통령이 제안했던 국민투표계획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도중에서 그냥 끝내버리는 것이다. 그 다음에 정치인들은 그들이 선거에서 내놓을 성명서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선진공업국가로서의 한국의 지위에 걸맞는 정치문화를 어떻게 건설해 나갈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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