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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포퓰리스트' 안상수, 스텝이 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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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포퓰리스트' 안상수, 스텝이 꼬였나?

9시뉴스 전에 해명 자료를 두 번이나 낸 이유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호되게 곤욕을 겪고 있다.

아동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연일 "사형 집행"을 앞세우며 포퓰리즘적 발언을 해왔던 그가 극우 단체인 바른교육국민연합 출범식에서 좌파 교육과 아동 성폭력을 연관지어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자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

안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의 발언을 보도한 <오마이뉴스>를 지목하고 "'좌파교육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황당한 제목을 달아서 보도하고 발언 내용이 담긴 동영상 일부만 편집 게재해 전체 발언의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했다"며 "이것은 여론 조작이고, 왜곡 선동하는 것이고 당사자에게는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확산되며 쏟아졌던 비난 여론을 "사이버 테러"로 규정한 후 "사실관계 확인 없이 무차별적으로 인용한 야당과 해당 언론은 저에게 반드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전날 두 차례나 해명 자료를 낸데 이어 이날 회의에서도 "전체 축사 내용은 좌편향 교육으로 인한 교육 왜곡과 법치주의 확립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나는) 법치주의 교육이 무시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고 이런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대한민국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들 생겨나고 있고 극악무도한 범죄들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안 원내대표는 16일 바른교육국민연합 출범식 축사를 통해 좌편향 교육에 의해 법치주의가 무시되는 상황을 전제한 후 "이런 잘못된 교육에 의해서 대한민국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많은 세력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흉악범죄들, 아동 성폭력 범죄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사형 집행 요구하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던 안상수 원내대표가, 전날 9시 뉴스 전까지 해명 자료를 두차례나 낼만큼 당황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형' 발언 퍼레이드 와중에 꼬인 '스텝'

최근 아동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당정은 연일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전자발찌 착용을 소급 적용하는 법안을 31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사형 집행'을 법무부에 촉구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법무부 수장인 이귀남 장관은 지난 16일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형 집행 시설 설치를 언급했고, 청송교도소는 발빠르게 실천에 나섰다. 이 장관은 '보너스'로 89년 위헌 판결을 받고, 2005년 폐지된 보호 감호제를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마저 보였다.

이같은 강경한 분위기 조성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끈 셈이다. 이같은 일은 한두번이 아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해부터 성폭행, 살인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지 않는 것은 형사처벌법 위반"이라며 사형 집행을 촉구해왔다. '한국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라는 국제 사회의 규정은 무시됐다.

여론의 호응도 적지 않았다. 이 와중에 '좌편향 교육'과 '아동 성폭력'의 연관관계는 내친 김에 안 원내대표가 내걸었던 독특한 '색깔론'이었다. 그러나 근거를 상실한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자충수였다. '스텝이 꼬인 것'이다.

이번 아동 성폭력 살인 사건의 범인 나이는 만 33세다. 안 원내대표가 말한 '좌편향 교육으로 인해 법치주의가 무시된' 97년, 그는 이미 학교 교육을 마쳤다. 안 원내대표의 말대로라면 노태우 정부 시절 '국민학교' 교육이 그를 망친 것인가?

당황한 안 원내대표는 해명에 나섰지만 '좌파 교육-법치주의 붕괴-아동 성폭행범'으로 이어지는 논리는 변함없다. 왜 해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따라서 안 원내대표의 해명은 '논리적 왜곡'에 대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좌파'와 '아동 성폭행범'을 연관시킨 본인의 '논리적 비약'에 대한 해명일 뿐이다.

안 원내대표의 무리한 비유로 인한 '자충수'는 오히려 변곡점이 됐다. 살해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에 기대 봇물 터지듯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 여당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도 이 사건이 종결되면 한풀 꺾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흉악범 포퓰리즘'이 어떤 '비약'으로 이어지는지 안 원내대표도 톡톡히 느꼈을 성 싶다.

연일 포털을 장식하던 범인의 얼굴이 서서히 사라지자, 여권 내에서도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사형제 폐지'를 다시 강조했고, 남경필 의원도 '신중함'을 보이자고 했다.

대표적인 사형제 존치론자 장윤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형집행이 10여년이상 집행해오지 않았고 또 국제외교관계에서 사형문제에 관해서 부정적이라고 할까, 사형폐지한 나라와의 외교관계통상문제가 있어서 쉽게 결정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은 한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왜 사형 집행 여론이 포퓰리즘적인지는 장 의원이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은 사형제를 반대하는 사람보다는 사형을 찬성하는 국민이 3배정도 됐는데, 며칠 전에 여론 조사한 결과를 보면 찬성이 반대에 비해 8배 정도높았다"며 "저도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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