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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신원조회를 국정원이 하고 있다

[기고] 법관·법원공무원에 대한 국정원 신원조사 즉시 폐지돼야

최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신원조사 제도에 관하여 인식하게 되었고, 추가적인 검토를 한 결과, 신원조사를 의무화한 대법원규칙인 '비밀보호규칙'과 '법관인사규칙'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신원조사를 의무화한 비밀보호규칙 내용

'비밀보호규칙'은 1962. 7. 25. 대법원규칙 제130호로 제정되었으며, 2017. 2. 2. 대법원규칙 제2714호로 개정되었는데, 신원조사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법원행정처장은 '3급 이상의 공무원 및 동등한 공무원 임용 예정자'의 신원조사를 국가정보원장에게 의뢰한다(제66조 제1항). ② 신원조사를 요청할 때는 별저 제4호 서식의 신원진술서 3부를 첨부하여 요청하여야 한다(제67조). ③ 신원조사를 필하지 아니한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없다(제68조 제1항).

위 신원조사 관련 내용은 1973. 12. 12. 대법원규칙 제545호로 신설되었으며, 현재까지 거의 같은 내용으로 유지되고 있다. 위 규정이 신설될 당시에는 신원조사 의뢰를 '중앙정보부장'에게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는데(제66조 제1항), 그 이후 1997. 12. 30. 대법원규칙 제1497호로 개정시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2006. 2. 21. 대법원규칙 제1990호로 개정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별지 제4호 서식의 신원진술서에는 유전병, 월수입, 은행예금액, 거래은행을 적어야 하고, '정당 및 사회단체'로 가입일자, 가입동기, 단체명, 직책, 사퇴일시, 사퇴이유를 적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상황'으로 친가와 처가 가족의 주민등록번호, 수학정도, 직장 및 직위, 거주지 등을 적어야 한다. 또한 '북한 및 해외이주 가족친족란'에도 관계, 성명, 주민등록번호, 수학정도, 직장 및 직위, 거주지를 적어야 한다. 그리고 '해외여행관계'로 기간, 국명, 여행목적, 체류지, 귀국일자, 초청자명, 직위, 초청자주소 등을 적여야 한다. 또한 '8.15. 이후 거주지'를 기간별로 적어야 하고, 전과 및 사유를 죄명, 기관명, 장소, 기간, 처벌 등을 적어야 한다. 또한 '좌익계 및 부역사실'로 공산당 좌익계 단체 가입여부, 가입하였으면 직위, 가족 친족중에서 상기 단체에 가입 또는 접촉이 있는지를 적어야 하고, 6.25. 전후 낙오 실종된 사실 유무와 부역 또는 적의 교육 지명을 받은 일이 있는지를 적어야 한다. 끝으로 '이 진술서에 기입된 것은 모두 진실이며 만약 허위사실이 발견될 시는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음을 서약함'이라고 적힌 곳에 작성진술자의 성명을 적고 날인하여야 하며, 좌무인과 우무인을 찍어야 한다.

신원조사를 의무화한 법관인사규칙 내용

'법관인사규칙'은 2010. 12. 16. 대법원규칙 제2318호로 제정되었고, 2018. 10. 8. 대법원규칙 제2807호로 개정되었는데, 신원조사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법원행정처장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최종심의 대상이 된 판사임용 대상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국가정보원장에게 의뢰한다(제7조의2 제1항). ② 신원조사를 의뢰할 때에는, 법원행정처장이 정하는 서식의 신원진술서 1부를 첨부하여야 한다(제7조의2 제2항). ③ 신원조사 결과 국가안전보장 및 국가기밀보호에 현저히 유해한 사항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를 임용 여부 결정에 고려할 수 있다(제7조의2 제3항).

판사에 대한 신원조사는 초기에는 위 비밀보호규칙에 함께 규정되어 있다가, 2015. 7. 28. 대법원규칙 2616호로 개정 시 위 비밀보호규칙에서 삭제되고, 법관인사규칙에 신설되었다. 신원진술서 양식은 별도로 별지 형태로 규졍되어 있지는 않으나, 위 비밀보호규칙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신원조사를 의무화한 대법원규칙들은 헌법상 공무담임권을 침해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제25조), 공무담임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공무담임권이란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헌법재판소 2002. 8. 29. 2001헌마788 결정). 따라서 4급 이하의 공무원이 3급 이상의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 판사로 임용되거나 상위 직급의 판사로 임용될 수 있는 권리도 공무담임권에 포함된다.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 조항은 모든 국민이 누구나 그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함을 내용으로 하므로, 공직자선발에 관하여 능력주의에 바탕한 선발기준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해당 공직이 요구하는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공직취임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헌법재판소 1999. 12. 23. 98헌바33 결정).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법률'로 해야 한다. 여기서 법률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한다(성낙인, 헌법학, 법문사, 2019, 954면 등).

이와 같이 기본권의 제한을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하는 이유는, 국회의 입법절차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다원적 인적 구성의 합의체에서 공개적 토론을 통하여 국민의 다양한 견해와 이익을 인식하고 교량하여 공동체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며, 일반 국민과 야당의 비판을 허용하고 그들의 참여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관료들만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정입법절차와는 달리 공익의 발견과 상충하는 이익간의 정당한 조정에 보다 적합한 민주적 과정이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2009. 10. 29. 2007헌바63 결정).

위에서 본 바와 같이, 3급 이상의 공무원 또는 판사로의 임용 예정자는 반드시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고, 신원조사를 필하지 아니하면, 3급 이상의 공무원이나 판사로 임용될 수 없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공무담임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한 것과 같이,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법률이 아니고 대법원규칙인 법관인사규칙과 비밀보호규칙에 의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신원조사를 의무화한 대법원규칙들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

헌법 제10조 전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행복추구권은 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포함한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2002헌마518 결정 등).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개인이 행위를 할 것인가의 여부에 대하여 자유롭게 결단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에 관한 사항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인정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2002헌마518 결정).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 즉, 부작위의 자유도 포함된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2002헌마518 결정).

따라서 3급 이상의 공무원 또는 판사 임용 대상자는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의 내용으로서, 신원조사를 받지 않을 자유도 가지는데, 위 법관인사규칙과 비밀보호규칙은 법률이 아닌 대법원규칙으로 행복추구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이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신원조사를 의무화한 대법원규칙들은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반

헌법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제13조 제3항),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연좌제는 우리 역사에서도 전근대적인 것으로 남아 있었는데, 1980년헌법에서 연좌제의 금지를 명문화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정종섭, 헌법학원론, 박영사, 2018, 528면). 위 비밀보호규칙에서 신원진술서에 가족에 관한 거의 모든 주요 내용을 모두 적도록 하고 허위사실이 발견될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도록 한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될 수 있다.

신원조사 의무화한 법관인사규칙은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

헌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4조 제3항).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관인사규칙은 판사를 임용함에 있어, 반드시 신원조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장이 법관을 임명함에 있어 '대법관회의의 동의'만 얻도록 규정한 헌법 제104조 제3항에도 위반된다.

신원조사 의무화에 관하여는 헌법·법률의 위임이 없다

신원조사를 반드시 하도록 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헌법에 규정하거나 헌법의 위임을 받아 국회가 법률로 정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이다. 그런데, 신원조사에 관하여는 헌법이나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고, 오로지 대법원규칙에서만 규정하고 있다. 의무적 신원조사를 규정한 위 비밀보호규칙이나 법관인사규칙 어디에도 법률의 위임을 받았다는 규정이 없다. 헌법은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108조), 신원조사가 소송에 관한 절차 등에 해당되지 않음은 그 자체로 명백하다.

신원조사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신원조사 제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많은 문제가 있으므로, 폐지되어야 한다. 가사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면,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법률'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비밀보호규칙은 페지되어야 한다

법관은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하는 특정직공무원으로서(제2조 제2항 제2호),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제60조), 이에 위반하면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제78조 제1항 제1호). 그리고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형법 제127조).

이와 같이 법관이나 법원공무원에게는 국가공무원법, 형법 등에 의하여 비밀유지의무가 부여되어 있고 그에 위반하는 경우 형사적, 행정적 제재를 받게 되는데, 이와 같은 비밀유지에서 더 나아가 비밀보호규칙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비밀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신원조사 폐지는 대법관회의 의결로 가능하다

대법원규칙의 제정·개정 등에 관한 사항은 대법관회의 의결사항이므로(법원조직법 제17조 제2호), 신원조사 제도의 폐지는 대법관회의의 의결로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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