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0기 2차 전체회의가 5일 개막돼 14일까지 10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사유재산 인정과 인권보장조항이 신설된 헌법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82년 현재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4번째 개정이라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과열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거시경제조정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돼, 중국 권력체계에서 최고 정점에 놓여 있는 기구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고무도장’이라는 냉소적 평가를 받아왔던 전인대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한편 개막 전날 열린 예비회의에서는 이틀먼저 개막된 정치협상회의(정협)와 마찬가지로 대만 국민투표에 관해 격한 어조로 비난을 쏟아내 오는 20일 대만 대선을 앞두고 대만 독립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논의도 이번 회의의 주된 의제 가운데 하나임을 예고했다.
***전인대 대변인, “대만 국민투표 강행은 부도덕한 것”**
장언주(姜恩柱) 전인대 대변인은 4일 전인대 예비회의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만 천수이벤 총통의 국민투표 강행 움직임은 부도덕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통신이 보도했다.
장 대변인은 대만대선과 국민투표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하고 “중국이 관심있는 것은 대만대선 자체가 아니라 선거 이후”라며 “천총통은 재선이라는 개인적 이득을 위해 국민투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며 대만동포들의 이익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인대보다 이틀먼저 개막된 중국 최고 자문기구인 정협에서도 대만 독립에 대해선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졌다.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은 3일 개막된 정협에서 활동보고를 통해 대만 문제에 관해 “어떠한 형태로도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분열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오는 20일 대만 대선을 앞두고 천수이벤 총통과 국민당 렌잔 주석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고 있어 이번 전인대에서도 대만 국민투표 강행 움직임은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대두될 전망이다.
***사유재산권 첫 인정, 사영기업도 국영기업과 동등한 법적 지위 보장**
한편 중국 언론들의 관심의 초점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쏠려 있는 가운데 신화사 통신은 “전날 열린 예비회의에서 10일간의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들이 거론됐다”고 전하며 주요 의제로 ▲사유재산권 ▲인권 ▲3개 대표론 ▲거시경제조정 ▲실업과 사회 안전 ▲균형발전▲농업, 농민 및 지방경제 ▲정부기능 구조조정 ▲인간 중심의 발전전략 등을 꼽았다.
이번 회의에서 무엇보다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사유재산권 인정과 인권보장을 헌법에 삽입하는 헌법개정사항. 장 대변인도 “이번 헌법 개정 초안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는 사유재산권 보호조항이 들어가 있다”며 사유재산권의 보호규정 삽입은 완전하고 명확한 진일보한 조치이며 중국 정치의 일대 큰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99년 사영기업을 국유산업의 부속물이 아닌 경제의 핵심요소로 선언하는 헌법 개정을 한 이래 사적 부문이 중국 경제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히 높아가자 사유재산 보호라는 보다 진일보한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영기업가들을 ‘사회주의 사업의 건설자’로 인정하고 국가가 비공유제 경제의 합법적인 권리나 이익을 보호해 발전을 ‘장려, 지지, 지도한다’로 명시할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는 민간 기업도 국영기업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재산권에 대해서도 ▲시민의 합법적 사유재산은 침해되지 않고 ▲국가는 법에 근거해 사유재산권과 그 승계를 보호하며 ▲사유재산을 수용, 이용하게 되는 경우는 보상을 한다 등이 명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권보장조항 ,3개 대표론도 헌법 삽입**
인권보장 조항 신설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신화사통신은 “중국 헌법은 처음으로 중국 인권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권 존중과 보호’ 등의 용어를 삽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은 미국이 인권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인권사항을 우려하자 미국인권기록을 지난 1일 발표해 반박한 바도 있어 인권 보장 신설이 어떤 함의를 가질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장쩌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3개 대표론도 무난히 헌법에 삽입될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장 주석의 3개 대표론은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자본가 계급), 선진 문화(지식인), 광범위한 인민대중(노동자, 농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사상으로 이미 당장에는 삽입됐다.
***중국 헌법 현재까지 3회 전면 수정, 이번 개정은 82년 헌법의 4번째 개정**
중국은 지난 1954년에 구소련 헌법을 모델로 사회주의 원칙을 포함해 제정한 최초의 헌법을 만든 이후 전면 개정은 3회에 걸쳐 한 바 있다.
1975년 문화대혁명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처음으로 개정했고 1978년에는 일정부분 이 성과를 부정하기 위해 개정했으며 1982년에는 덩샤오핑의 개혁노선을 담기 위해 개정했다.
이번에 중국이 헌법을 개정하게 되면 이 1982년 개정된 헌법의 부분 개정이 되며 지금까지 경제개혁 정책을 담기 위해 88년, 93년, 99년 3회에 걸쳐 개정한 바 있다. 현 헌법에서는 토지 사용권의 양도나 사영 경제를 공인한 상태이며 현 상황을 사회주의 초급단계로 자리매김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표현한 상태이다.
***이번 회의서 거시경제정책도 조정, 원 총리 ‘정부공작보고서’ 발표**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는 실질적으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중국 지도부는 잇따라 긴축 경제를 펼치겠다는 의사를 보인 바 있어 이번 회의에서 좀더 구체적인 모습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 경제 과열로 전세계적으로 철강, 시멘트 및 기타 원자재 수급 불안이 아어지고 있어 중국 경제 불안으로 되돌아오고 있으며 전력 등의 에너지 및 통신 분야에서도 중국 내부적으로 병목현상에 처해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을 잠재우고 맹목적인 투자와 중복 투자를 방지할 새로운 거시경제 조정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와 관련해 개막 첫날 발표하는 ‘정부 공작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총생산 성장 목표를 지난해 9.1%보다 낮은 7% 내외로 잡고 농임수입증대와 사회보장 방안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문제, 실업문제, 균형성장, 부패문제 등도 논의 사항**
다음으로 농업과 지방 경제 문제로 주요 논의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신화통신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국민 가운데 약 98%가 농업과 농민, 지방 경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는데 중국 정부에게도 식량안보와 농민 소득을 높이는 문제는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올해 초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회와 국무원이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농업 분야와 관련해 곡물생산을 늘리고 9억 농민인구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며 농업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투자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올해 농업분야 토대를 마련했다.
실업문제도 간과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공식적인 중국 실업률은 약 4.3%로 약 2백60만명이 국영기업에서 해고된 상태이며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수많은 농민들 문제와 맞물려 정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동부연안과 서부지역, 북동부지역간 성장격차와 정부 기능강화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의제로 전망됐다. 지난 해 사스파동으로 정부구조상 문제점을 노출했던 중국은 긴급상황대처기제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태세다. 아울러 언론의 감독기능강화도 강조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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