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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파동'의 진실, "정부간 정책 갈등이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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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파동'의 진실, "정부간 정책 갈등이 주범"

2002년부터 예견된 일, 건교부 '애꿎은 환경단체' 탓만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의 정책 조율 미비로 '모래 파동'이 건설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정작 사태를 야기한 당사자인 건교부는 환경단체 탓만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최 건교 차관, "'모래 파동' 환경단체 반대 탓"**

최재덕 건교부 차관은 2일 국무회의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건설시장의 철근, 모래, 일손 부족 사태'에 대한 질문에 "'모래 파동'이 "환경단체 탓"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번 '모래 파동'은) 국내적인 문제"라며 "환경단체의 반대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해, 이번 '모래 파동'이 마치 환경단체 탓인 것처럼 얘기했다.

그는 "환경부와 실무적으로 접촉 협의 중"이라며 "이 달 중으로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모래 파동' 진실은 무엇?**

이번 '모래 파동'은 수도권 모래의 70% 이상(연간 2천만㎥)을 공급해온 인천시 옹진군이 3월부터 바닷모래 채취를 전면 금지키로 하면서 비롯됐다.

옹진군은 지난달 27일 "건교부, 환경부 등이 바닷모래 채취와 관련해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에 대해 공통된 유권해석을 내놓기 전까지 29일로 끝나는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더 이상 연장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옹진군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연간 2천만㎥의 바닷모래 채취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어장 훼손, 해양생태계 파괴, 해안선 유실 등의 이유를 들어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나, 그동안 관련부처인 건교부와 환경부가 영향평가에 관한 입장 조율을 제대로 못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건교부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을 육지 해안선 10㎞ 이내로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환경부는 섬 지역 해안선에서 10㎞ 이내로 그 대상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또 한 광구에서 한 업체가 50만㎥ 이상의 모래를 채취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건교부는 채취량을 1백만㎥에서 50만㎥으로 강화한 2001년 7월 이후 채취량에 한정한다는 견해를 밝힌 반면, 환경부는 이전 채취량까지 합산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려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렇게 건교부와 환경부의 해석이 다른 것은 관련업자들이 환경영향평가의 허점을 악용해 바닷모래 채취를 계속해온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채취 면적이 25만㎡ 이상이거나 채취량이 50만㎥ 이상인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돼 있어 관련업자들은 소규모로 자주 허가를 받으면서 법망을 피해왔던 것이다. 모래 등 골재의 가격은 운반비용이 차지하는 비용이 절대적이어서 인천에서 ㎥당 평균 6천5백원인 바닷모래를 다른 지역에서 수송할 경우 그 비용은 2~3배 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관련업자들의 눈치를 보는 건교부와 환경영향평가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평가 기준을 놓고 혼선을 벌여온 데 이번 '모래 파동'의 1차적 원인이 있는 것이다.

***2002년부터 '모래 파동' 예견돼, 건교부는 대책마련 외면**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 지난 2002년부터 여러 차례 '모래 파동'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만을 이유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외면해온 건교부가 제공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인천 앞바다에서는 2억㎥가 넘는 모래가 채취됐다. 특히 옹진군의 경우는 더욱 심해서 1998년 1천3백32만㎥, 1999년 1천5백65만㎥, 2000년 1천7백24만㎥, 2001년 1천8백10만㎥, 2002년 1천9백14만㎥, 2003년 2천만㎥ 등으로 해마다 그 양이 급증했다.

그 동안 해양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됐음은 물론이다.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20여년 동안의 채취로 해양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꽃게와 새우 넙치 등 어획량이 37~85%까지 감소했고, 모래 유실 등으로 인천 앞바다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황폐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어획량 감소와 모래 유실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어업과 해수욕장에 생계를 기대고 있는 주민들이 바닷모래 채취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인천 앞바다와 옹진군의 바닷모래가 무한정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2002년 8월 인하대 서해연안환경연구센터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이 한국골재협회 인천지부의 의뢰를 받아 2년 동안 공동조사를 벌여 낸 '인천 앞바다(경기만 일대) 해사 부존량 현황'이란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모래 매장량은 19억8천9백48만5천1백㎥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실제 채취 가능한 것은 전체 매장량의 4분의 1 수준인 5억6천3백78만9천3백㎥로 분석했다. 현재 수준으로 계속 채취한다면 앞으로 24년이면 이 지역의 모래가 완전히 고갈된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이 지역에서 모래를 계속 채취할 경우 발생할 해안선 유실과 생태계 파괴 등을 고려하면 그 기간은 더욱더 단축될 수 있다.

당시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환경피해를 줄이면서 바닷모래 채취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대체광구 개발, ▲재생골재 사용, ▲제3국의 모래 수입, ▲북한의 서한만 및 중국의 황해안에 발달한 대규모 모래퇴층에 대한 국제 공동 연구 등의 다양한 대안을 구체화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실제로 건교부도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구체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기준 완화하기로**

이런 배경 속에서 옹진군은 지난 2월18일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못 이겨 올해 채취량을 20% 줄이기로 결정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옹진군은 이미 2003년 초에도 이런 입장을 밝힌 적이 있으나 건교부를 비롯한 정부와 관련 업계는 해당 지역의 모래 채취 수준을 줄이거나 금지하면 "수도권에 대규모 '모래 파동'이 일어난다"면서 이 지역에서 모래 채취를 계속해오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오다 결국 이번 '모래 파동' 사태를 맞은 것이다.

옹진군에 이어 충남 태안군도 모래 채취허가 연장을 금지한 옹진군의 추이를 지켜보며 모래채취 허가 잠정 보류 결정을 내려 바닷모래 파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모래 파동'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환경영향평가 대상을 완화하는 식의 절충을 통해 옹진군이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하도록 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2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2년이 넘도록 이 문제에 집중해온 인천 녹색연합 한승우 부장은 "건교부가 애꿎은 환경단체 탓만 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환경부가 현실적인 고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식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에도 그냥 넘어간다면 또 다른 '모래 파동'이 다시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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