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위기'가 심각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성 과학기술자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시중)가 국내의 정치ㆍ경제 상황을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의 30%를 과학기술인에게 배정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노조는 비판적 입장을 밝히는 등 과학계 내부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과총, '과학기술인 시국선언' 발표**
한국과총은 27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제39회 정기총회를 열어 '경제 난국을 타개를 위한 과학기술인 시국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과총과 이공계 졸업생 5백만 과학기술인 일동 명의의 이 선언문은 "지금 우리는 정치ㆍ경제의 혼란 속에 기업투자는 위축되고 제조업의 해외 탈출에 따른 산업 공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총체적 경제난국에 처해 있다"면서 "우리 5백만 과학기술인은 난국 극복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특히 한국과총은 "우리는 이번 4.15총선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을 지지하고 과학기술인 후보가 더 많이 국회에 진출할 수있도록 당선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총은 구체적으로 "비례대표의 30% 이상을 남ㆍ여 과학기술인에게 배정하라"고 요구한 뒤 그 이유를 "과학기술관련 정책의 입법, 과학기술예산의 심의, 주요 국책연구개발사업의 기획ㆍ평가 등의 업무수행을 위해 과학기술의 전문지식을 갖춘 국회의원의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과총측은 "과학기술인이 최근의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데 앞장설 것임을 다짐하고 4ㆍ15총선을 앞두고 정부ㆍ정치권에 대해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시국선언을 선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총의 이번 시국선언을 두고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의 박상욱 운영위원은 "현장에서 지난 2년간 소리 높여 온 내용들을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모임으로 인식돼 온 과총에서 받아 안은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청년 과학기술자 1만여 명으로 구성돼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와 같은 정부의 과학기술자 사기 진작 정책이나 과학기술 대중화 등의 활동을 지난 2년간 전개해 왔다.
***과학기술노조는 "비판"**
반면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의 이성우 위원장은 한국과총의 시국선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성우 위원장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안정적인 연구 기반이 없어지는 등 갈수록 상황이 열악해지고 있는 연구 현장의 현실을 과학기술자 상층부에서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상층부의 기대와 요구가 반영된 이런 선언을 전체 과학기술자 이름으로 내놓는 데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또 "한국과총은 이런 선언을 하기 전에 과학기술자가 마땅히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다 했는지를 깊이 반성해봐야 한다"면서 "사회 전체의 공익적 이익을 위해 과학기술자들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 그것을 시민들이 인정할 때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영향력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국과총의 시국선언문 전문.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과학기술인 시국선언**
과학기술은 경제성장의 원점이고 국가경쟁력의 뿌리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정치ㆍ경제의 혼란 속에 기업투자는 위축되고 제조업의 해외탈출에 따른 산업공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총체적 경제난국에 처해 있다. 여기에 청소년들의 자연계 기피현상과 이공계대학 지원자의 격감으로 국가 경쟁력의 보루인 과학기술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우리 500만 과학기술인은 과학기술입국 의지를 되새겨 난국극복을 위해 앞장 설 것을 다짐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 우리의 결의를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과학기술인의 다짐>
첫째, 우리 500만 과학기술인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여는 주역임을 자임한다. 오늘의 국가위기를 타개하고 나아가 과학기술중심사회의 조기실현과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둘째, 우리는 과학문화와 과학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사회발전을 위해 국민의 과학대중화운동에 선도적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셋째, 우리는 이번 4.15총선에 적극 참여할 것을 선언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을 지지하고 과학기술인 후보가 보다 많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당선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우리의 요구>
첫째, 국가경쟁력의 조기강화를 위해 "국가경쟁력강화특별법(가칭)"을 제정하라. 수백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신 기업창출로 이어지고 기존기업의 투자확대와 생산성 향상에 유입되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 법을 통해 자금출처 조사의 면제, 장비의 감가상각 확대, 세제혜택, 규제완화 등의 조치를 즉각 실행하고 미래를 대비한 대형 국책연구개발사업을 발굴 지원하라.
둘째, 정치권은 비례대표의 30% 이상을 남ㆍ여 과학기술인에게 배정하라. 과학기술관련 정책의 입법, 과학기술예산의 심의, 주요 국책연구개발사업의 기획ㆍ평가 등의 업무수행을 위해 과학기술의 전문지식을 갖춘 국회의원의 비율을 대폭 늘려야한다.
셋째, 국회에 과학기술정책 전담기구를 설치ㆍ운영하라. 국회는 과학기술에 확고한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개발해야한다. 또한 민간 과학기술인의 여론 수렴을 위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의 공동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한다.
넷째, 초ㆍ중ㆍ고 과학교육의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 이를 위해 초ㆍ중ㆍ고교에서의 과학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과학과목을 모든 계열의 대학입시에 필수과목으로 하여 배점비율을 높이고, 이공계 대학의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라.
다섯째, 과학기술전문가의 공직진출 확대 계획을 앞당겨 실천하라. 국가행정의 전문화ㆍ효율화 추구는 물론 저하된 과학기술인의 사기앙양을 위해 조기실현이 절실하다. 그리고 추진 중인 기술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을 통합하는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하라.
여섯째, 과학기술부총리 제도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정부조직법을 신속하게 개정하라. 국가차원에서 R&D사업을 종합조정하고 과학기술예산의 합리적 배분권 행사를 통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일곱째, 국가 대형 국책사업의 정책결정에 과학기술인의 참여를 제도화하라. 원전수거물 처리센터 선정, 새만금 간척사업, 경부고속철도 노선변경,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구축 등과 같은 국가의 주요 국책사업 추진의 난맥상은 과학기술전문가의 참여가 저조한 것에 기인한다. 정치적, 지역적 이기주의에 앞서 과학기술적 합리성과 가치판단이 우선될 수 있어야 한다.
2004년 2월 2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500만 과학기술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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