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왜 다시 상승하나요?"
얼마 전부터 이 질문을 많이 받는다. 특히 경제와 부동산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에게서 이 질문을 자주 받는다. 작년 '9.13 조치'에서 다주택자의 대출을 금지했으므로 투기수요가 막혔을 텐데,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한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6년여 서울 집값을 폭등시킨 힘이 투기수요였던 것은 맞다. 그리고 투기수요가 자금을 조달한 주요 수단이 대출이었던 것도 맞다. 그러나 ‘대출받아 주택 투자하기’ 외에 투기수단이 한 가지 더 있었으니, ‘갭투자’가 그것이다.
갭투자 역시 위험한 투자행위이므로 투기심리가 뜨거울 때 성행한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투기심리가 펄펄 살아있음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7월 18일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직후 청량리의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했을 때 투기심리가 강하게 살아난 것을 실감했었다. 금리를 인하하자 집값이 상승할 거라는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한다. 투기심리가 쌩쌩하게 살아있음으로 갭투자는 성행하고 있을 것이다.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투기 심리 펄펄 살아나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데는 갭투자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주택시장도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서울 주택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몇 배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매우 다양하고 또 그 통계를 정확히 발표하는 곳도 없다. 그러나 발표되는 통계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만 확인해보아도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음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주택시장의 공급은 주택건설이다. 물론 보유한 주택을 매물로 내놓아도 공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새롭게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은 주택건설이다.
국토부가 2019년 2월 발간한 <주택업무 편람>에 의하면 서울에서 건설된 주택 수는 2016년 74,739호, 2017년 113,131호 그리고 2018년에는 65,751호였다. 이 수치에는 낡은 집을 헐고 새로 건축한 경우와 재건축·재개발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택시장에 공급된 주택은 그 수치의 절반이 안 될 것이다. 그 절반을 공급으로 잡으면, 서울 주택시장의 공급은 2016년 3.7만 호, 2017년 5.7만 호 그리고 2018년은 3.3만 호였다.
서울 임대주택 등록수요가 신규 공급을 2~4배 초과
수요는 공급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가령 라이프사이클상 30대 중후반이면 첫 내집마련을 준비하고, 40대 이상의 무주택자 중에서도 경제적 여력이 생겨 자가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
이런 실수요 외에도 투기수요가 있다. 다양한 투기수요 중 통계가 발표되는 것이 있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임대주택 등록을 매달 국토부가 발표한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주택을 매입해야 하므로 주택수요로 보는데 문제가 없다.
국토부가 매달 발표하는 자료를 토대로 서울 임대주택 등록을 추산하면, 2016년 7.5만호, 2017년 7.1만호 및 2018년 14.2만호다.
물론 이 수치에는 실수요가 아예 포함되지 않았고, 투기수요 중에서도 그 일부인 임대주택 등록을 위한 주택매입수요만 산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 주택 수요가 건설에 의한 신규 공급을 두 배 이상 초과했다.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임대사업자의 매물 싹쓸이로 실수요자들 내집마련 못 해
2018년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황은 실로 경악할 만한 상황이었다. 임대주택 등록을 위한 매입수요가 14.2만호였다. 건설에 의해 공급된 3.3만호를 싹쓸이하고도 10.9만호가 부족했다. 기존주택이 매물로 나온 물량도 모조리 거둬갔을 것이다.
첫 내집마련을 위해 집을 사려던 30대나 무주택에서 벗어나려던 40대 이상의 실수요는 매물 부족으로 집을 사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실수요는 어떻게 됐을까? 2019년에도 여전히 대기수요로 남아있을 것이다.
신규 공급은 오로지 주택건설에 의한 공급밖에 없는데, 수요는 임대주택 등록을 위한 매입수요에 더해 대기 중인 실수요까지 가세했다. 2019년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지독하게 심해졌을 것이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완전히 깨진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았어도 서울 집값은 아주 작은 요인만으로도 상승세를 보이게 된다.
임대사업자 '8년 매도 금지'로 매물 안 나와
또 이상한 점 있다. 서울 집값이 6년간 60%나 폭등했는데도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라면 시세 차익을 현금화하려는 욕구가 생길 만도 한데, 매물이 안 나오고 있다.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증가하는 것이 경제의 기본원리인데, 이런 원리가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16~2018년 3년간 서울에서 임대주택으로 신규 등록한 주택만 약 29만 채로 추산된다. 엄청난 시세 차익이 발생했는데도 매물은 안 나오고 있다.
그 이유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문재인 정부가 임대사업자에게 세금 특혜를 제공하면서 내건 조건이 '8년간 매도 금지'였다. 그 전에 매도하면 세금 특혜를 축소하겠다고 했으니, 임대사업자들이 싹쓸이한 그 많은 물량이 매물로 나올 수 없도록 정책이 설계된 것이다.
최악의 수급에 더해 매물마저 나올 수 없는 상황이 지금의 서울 주택시장이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은 문재인정부의 임대주택정책이다. 엄청난 세금 특혜를 제공하여 돈 많은 사람들이 서울 주택을 싹쓸이하도록 유도하고, 매입한 주택을 8년간 매도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완전히 깨뜨린 것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 폐지가 유일한 해결책
서울에서 주택건설은 앞으로도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되찾는 방법은 다주택자의 매물이 출회되도록 하는 것밖에는 없다.
지난 3년간 서울에서 임대주택 등록이 약 29만호에 달한 것은 엄청난 세금 특혜 때문이다.
세금 특혜를 폐지하면 그 주택의 상당수가 매물로 나올 것이므로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을 것이다. 아울러 지난 3년간 임대사업자들의 주택 싹쓸이로 내집마련을 못한 실수요자들의 주택매입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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