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4일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반대가 3만4천4백72명 91.83%로 나타났다. 주민투표 결과가 반대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부안 대책위는 '핵폐기물처리장 백지화'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번 주민투표 투표율은 72.04%로 대선 때와 비슷한 수치이다.
***주민투표 투표율 72%, 반대 92%-부안 주민, "우리가 이겼다"**
12월14일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부안 전역 37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주민투표가 투표율 72.04%, 반대 91.83%로 결과가 나타났다. 찬성은 2천1백46명 5.72%로 집계됐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박원순 위원장(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은 14일 자정 이와 같은 주민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박원순 위원장은 "유권자 5만2천1백8명중 3만7천5백40명이 투표를 해 72.04%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그 가운데 반대가 3만4천4백72명을 기록해 91.83%를 차지했다"면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아 부안 핵폐기물처리장 반대가 주민의 의견으로 확정됐음을 공표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집계된 투표율 72.04%는 지난 대선 때와 비교했을 때(73.40%)와 비슷한 수치이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찬성측의 투표소 점거로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위도의 1천3백21명 대부분이 불참으로 처리됐고, 총 7개 투표소 1만4천여명의 유권자가 있는 부안읍의 투표율이 기대보다 낮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선에서 제일 높았던 지난 대선 때와 비슷한 수치로 투표율이 나타난 것은 주민투표에 대한 부안 주민들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위도를 제외할 경우 투표율은 73.73%로 대선 때 투표율을 약간 상회한다.
투표가 끝난 후 7시부터 수협 앞 광장에서 문화 행사를 진행하던 1천여명의 부안 주민들은 투표 결과에 일제히 환호했다. 부안 주민들은 개표가 50% 정도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90% 이상의 반대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가 이겼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15일 대규모 축하 행사를 기약하고 밤 10시경 해산했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 새로 썼다"**
주민투표 관리위원을 대표해 박원순 위원장은 "이번 주민투표로 우리는 한국의 주민자치, 지방자치의 새로운 장을 쓰게 됐다"면서 "이 순간 새로운 참여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오늘 새로 썼다"고 다시 한번 주민투표의 의미를 강조했다.
박원순 위원장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부안 사태는 이 땅 어느 지역에서도 반독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위원장은 "정부는 부안의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권고했다.
박원순 위원장은 또 주민들에게도 "이제 생업으로 돌아가 갈라진 지역 사회의 갈등의 골을 메우는데 노력해 주라"면서 "앞으로 부안 주민들간의 화해를 도모하고 지역 발전의 방안을 돕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는 "부안이 더 민주적이고 생태적이고 대안적인 공동체로 거듭 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개표장 풍경 이모저모**
개표장이 설치된 부안동초등학교 강당에는 오후 5시부터 개표 업무를 담당할 1백여명의 초·중·고교 교사들을 비롯한 투·개표 업무를 담당할 자원봉사자들과 1백여명의 취재진으로 북적댔다. 6시8분 박원순 위원장의 개표 선언을 시작으로 6시30분부터 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7시30분경부터는 각 읍·면 투표소의 투표함이 본격적으로 개표장으로 호송됐다. 투표함 호송은 읍·면별로 모은 투표함들을 대형 버스 등을 경찰이 경호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일부 면의 경우에는 아예 경찰차가 투표함을 호송해 눈길을 끌었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찬성측이 투표함을 탈취할 가능성이 있어서 경찰이 투표함 호송 경호를 요청했고, 이를 경찰이 받아들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강당 뒷편 2층을 가득 메운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환호와 아쉬움이 섞인 탄식을 연발했다. 특히 7시30분 하승수 사무처장이 투표율 72.01%를 발표하자마자,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면서도 기대보다 투표율이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9시경부터 본격적으로 각 투표소별 집계가 나오면서 개표장은 다시 환호로 휩싸였다. 대부분의 투표소의 집계 결과 반대 90%를 상회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부안의 민심이 있는 그대로 반영됐다"면서 개표 결과를 환영했다.
한편 애초 빠르면 10시경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과는 달리 11시가 돼서야 마지막 투표함이 개함되는 등 개표가 계속 지연됐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개표가 늦어졌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11시30분경 마지막 개표가 시작되면서 개표장은 다시 활기를 띠었다. 늦게까지 자리를 지킨 주민들은 90%를 상회하는 반대를 확인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4일 자정 박원순 위원장이 결과를 발표한 후에는 개표장에 모인 청중들은 "핵폐기장 결사 반대"를 연호하면서 주민투표 승리의 기쁨을 공유했다.
***위도 발전협, 정영복 위원장 반대측 인사 폭행**
한편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치러진 2·14 주민투표 중에 오후 3시30분쯤 찬성측 주민 한 사람이 위도지킴이 농성장에 쫓아와 서주원(반핵부안청년연대, 재경위도인)씨의 멱살을 잡고 투표소로 끌고 가 위도발전협의회 정영복 회장이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주원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투표소로 끌려가자마자 투표소를 점거하고 있던 정영복이 입구까지 뛰쳐나와 나를 향해 '너, 이 XX, 죽여버린다'라며 주먹질을 했다"면서 "찬성측 주민들이 말려서 진정이 된 후 바로 위도 파출소에 정영복과 나를 끌고 간 주민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파출소는 정영복 씨를 상대로 경위를 듣고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다.
***15일 대규모 집회, 대책위 '백지화 선언'**
사실상 주민투표로 부안 주민들의 '반대' 의사가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표현된 만큼, 부안 대책위는 15일 1시 부안 주민들의 대규모 집회에서 '핵폐기물처리장 백지화 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현민 집행위원장 대행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15일 '부안 선언'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 대행은 "우선 법적 효력은 없더라도 부안 주민들의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의사가 명확하게 나온 만큼, 정부가 안 한 백지화 선언을 우리 스스로 하기로 했다"면서 "15일을 계기로 부안 핵폐기물처리장은 사실상 백지화"라고 지적했다.
이 대행은 또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김종규 군수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며 "군수 퇴진 운동, 불복종 운동, 군수 소환 운동, 형사상의 책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행은 마지막으로 "지난 시기 큰 상처와 갈등을 입은 부안 주민들을 다독거리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나설 것"이라며 "주민적 합의를 통한 새로운 부안 공동체를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행과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늦게까지 개표장을 지킨 부안 주민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서로 보듬고 기쁨을 나눴다. 서로 손을 꼭 잡은 한 부안 주민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오늘만 같으면 원이 없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2월14일 봄바람처럼 따뜻한 '희망'이 부안 주민들을 휘감고 있다.
다음은 상지대 홍성태 교수(사회학)가 제공한 지난 7개월간의 '부안 사태' 경과 정리.
2003년
5월
1일 산업자원부, 핵폐기장 관리시설 유치신청 공고.
13일 위도주민핵폐기장유치위, 주민 80% 이상 서명을 받아 부안군의회에 유치를 청원.
7월
9일 부안군의회, 핵폐기장 유치에 관한 찬반 토론회를 열어 반대 결의.
10일 김종규 군수, 언론사와 인터뷰 중 유치반대 표명.
11일 김종규 군수, 핵폐기장 유치선언 기자회견.
14일 김종규 부안군수와 김형인 군의회 의장, 산업자원부에 유치신청서 제출.
22일 핵반대군수퇴진 부안군민 1만인 궐기대회.
23일 노 대통령, 김종규 군수에게 격려전화.
24일 산업자원부, 부안군 위도를 핵폐기장 후보지로 최종 결정.
26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부안 방문. 윤진식 장관은 '현금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말함. 부안주민, 부안 읍에서 촛불집회 시작.
29일 정부, '위도 현금 보상' 배제 결정.
8월
28일 정부와 핵폐기장 백지화 군민대책위원회, '부안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위원회' 구성에 대체로 합의.
9월
8일 김종규 부안군수, 내소사에서 부안군민들에게 폭행당함.
24일 부안군의회 의원 7명, 핵폐기장 백지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등원거부를 결의.
10월
24일 '부안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 1차 회의 개최.
11월
2일 부안 핵폐기장 반대 촛불집회 100일째.
18일 정부, 주민투표 연내실시 불가 방침 발표.
19일 11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 대책위원회, 정부와 대화 중단 공식선언. 부안군민 총궐기대회 개최.
22일 시민단체들, 부안 핵폐기장 중재단 구성. 2004년 1~2월 주민투표 실시안 제시.
25일 부안 핵폐기장 사태 해결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2천인 선언문' 발표. 노무현 대통령, 국무회의에서 조속한 주민투표 실시에 반대.
25~26일 반핵국제포럼 in 부안 개최.
12월
2일 '부안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의 정부측 간사인 정익래 국무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 환경단체의 '배후조종설' 주장.
10일 정부, 핵폐기장 유치신청 추가접수 결정.
12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사임.
2004년
1월
6일 대한변호사협회, 경찰이 부안에서 시위 진압시 인권을 침해했다고 발표.
7일 서울대 일부 교수들, 핵폐기장을 서울대에 유치하자고 제안.
15일 핵폐기장 관련 부안 주민 직접투표 방안 발표.
25일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2·14 주민투표' 공고
2월
5일 산업자원부,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공모에 관한 공고안'을 발표.
14일 주민투표 실시
14일 자정 주민투표 결과 발표(투표율 72.04%, 반대 9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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