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시작된 부안 주민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예상대로 주민들의 참여도 높아서 오전 11시 현재 투표율은 잠정 45%로 집계됐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와 부안 주민들은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투표율 80%는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 투표소마다 경찰들이 경호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초 예상됐던 찬성측의 방해 행위도 위도 투표소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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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현재 전체 투표율 45%**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는 "오전 11시 현재 부안 주민 2만1천9백86명이 투표에 참가해 44.12%로 투표율이 집계됐다"고 오전 11시30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2년 대선때 투표율보다 높은 수치로, 지난 대선때는 오전 11시까지 1만5천8백84명이 투표했었다(최종 투표율 73.4%).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는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투표율 80%는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위도를 제외한 12개 읍·면 36개 투표소에서는 주민투표에 차질을 빚을 만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경찰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37개 중대 4천여명의 병력을 투·개표소 주변에 배치해 경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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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찬성측이 투표소와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사무실을 점거한 위도의 경우 투표 종료 시한인 오후 6시까지 점거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측은 공권력 투입 요청이 있을 경우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는 평화로운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 요청을 자제하기로 했다.
이밖에 전라북도 공무원 1백여명이 줄포면에서 홍보 활동을 하는 등 공무원들이 각 읍·면을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투표불참을 유도하고 있으나 대세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줄포면에서는 투표불참을 홍보하던 공무원들이 주민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주민투표도 일종의 축제"**
1천2백81명의 유권자를 가진 계화면 제3투표소가 위치한 창북초등학교 강당 앞은 주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얼굴에 짜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서울을 올라가기 전에 주민투표를 하러 왔다는 할머니를 위해 앞 사람들이 주저없이 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아침 8시30분 현재 10%에 불과했던 투표율은 오전 10시가 넘어서면서 30%를 넘어서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에서 내려와 계화면 제3투표소 제2관리위원장을 자원한 이동준 변호사는 "주민들이 오전 9시부터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생각보다 준비가 훨씬 잘 돼서 투표를 진행하는 데 거의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서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하서면 제3투표소가 위치한 백련초등학교 급식소는 투표소 자체가 마을 주민들의 회합 장소가 됐다. 투표를 끝낸 주민들과 투표하러 온 주민들이 급식소 앞에 모여 삼삼오오 담소를 나눴다. 아침부터 주민들이 몰리기 시작해 오후 12시30분 현재 7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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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위해 주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부안읍 제3투표소가 위치한 부안중학교 강당에서 만난 정희교 제1관리위원장은 "11시 현재 30%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추세로 간다면 80%는 거뜬히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역대 선거와 비교하면 제일 높은 투표율"이라고 지적했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약 1만4천여명의 유권자가 있는 부안읍의 투표율이 가장 큰 관심사"라면서 "직장을 퇴근한 직장인들이 오후에 본격적으로 투표를 하게 되면 투표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안 주민들 힘 직접 느꼈다"**
주민투표 실무를 보조하기 위해 13일 서울에서 내려온 참여연대 김병수 간사는 "주민들이 준비한 투표인명부가 너무 꼼꼼해서 놀랐다"면서 "다만 일부 투표인명부에서 누락된 사람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병수 간사는 "오전 10시30분 현재 8명이 확인됐는데, 그 분들에게는 확인을 위해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 오실 것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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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중학교 강당에 위치한 부안읍 제3투표소 제2관리위원장을 맡은 김수정 변호사는 "한 마디로 '놀랍다'는 얘기밖에 안 나온다"면서 "국가가 직접 추진하는 것보다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 정도 높은 수준의 행정 행위를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데 놀라움과 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수 YMCA에서 활동하는 한정훈 간사도 공감을 표시했다. 하서면 제3투표소에서 만난 한정훈 간사는 "부안 주민들의 힘을 직접 느꼈다"면서 "처음 시도되는 이번 부안 주민들의 투표가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큰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안적인 방법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정훈 간사는 "부안 주민들이 더 큰 갈등을 막아내는 이런 참여의 방법을 고안하고 직접 만들어냈는데, 정부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는 오후 3시에 투표율 중간 집계 결과를 1번 더 발표한 뒤, 빠르면 오후 7시 최종 집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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