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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탄생…한국인으론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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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진석 추기경' 탄생…한국인으론 두번째

"교회-나라에 기여하게 도와달라"…'보수 성향' 우려도

'정진석 추기경'의 탄생 소식을 접한 한국 가톨릭계는 22일 일단 이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김수환 추기경 서임 이후 37년만의 경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2일 오후 8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75)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을 공식 확인하고 이번 추기경 임명으로 한국 교회 위상이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교회의 사무처장 조규만 주교는 서울 광진구 천주교 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2일 서울대교구장이며 평양교구장 서리인 니콜라오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 주교는 "새로운 추기경의 임명 소식은 1969년 김수환 추기경의 서임으로 우리 한국 교회가 큰 기쁨을 맛본 지 37년 만에 누리는 경사"라며 "교황선거권을 갖는다는 의미 외에도 앞으로 (가톨릭 교회의) 중요 사업 결정시 추기경회의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의 위상을 크게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정 추기경의 일정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이 없지만 다음달 7일 로마에 가기로 한 원래의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간 김에 서임까지 받고 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의 임기에 대해서는 "추기경이 됐다고 해서 임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래 75세까지 하게 돼 있는 것"이라며 "교황의 뜻에 따라 추기경을 하면서도 계속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이 없다는 점을 무척 아쉬워해 온 김수환 추기경이 선임 교황과 현 교황에게 한국 교회에 새로운 추기경을 임명해 줄 것을 기회가 있는 대로 요청했다"며 김 추기경의 노고가 대단했음도 함께 전했다.

***정진석 새 추기경 "교회와 나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이날 오후 8시 정진석 대주교는 자신의 새 추기경 임명 소식이 확인된 직후 "교회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국민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정확히 8시를 기해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자신의 집무실에서 주교관 밖으로 나온 정 추기경은 "부족한 내가 추기경으로 선택받은 것은 내 자신이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한국 천주교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겸손해 했다.

그는 "한국 천주교뿐 아니라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이 순간의 영광이 있는 것"이라며 "여러 능력이 모자라지만 내가 교회와 나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께 주교관에 도착한 김수환 추기경은 신임 정진석 추기경이 소감을 발표하기에 앞서 "깊은 경사를 주신 교황께 감사 드린다"며 "진심으로 정진석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물러나고 나서 내 뒤를 이은 정 대주교가 추기경으로 임명되리라는 기대를 항상 가지고 있었다"고 밝히고 "그런데 추기경 임명이 늦어져서 내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내가 빨리 갔으면 추기경이 빨리 되지 않겠나 싶어서 자책감과 불안함이 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오늘부터는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아시아 제일가는 교구"라고 치켜세운 김수환 추기경은 "유럽에는 교구장이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전통이 있는 교구가 있다"면서 "서울대교구도 그런 교구가 되길 원했고, 또 내가 교황께 그렇게 청했다"고 말했다.그는 "평양교구장도 겸임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분이 추기경이 된 의미가 남다르다"며 "새 추기경 휘하에서 교구가 발전하고 한국교회가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 일각 "교회가 제 기능 못하는 마당에 달라질 것 없다"**

이날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정진석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단순히 교회의 기쁨이 아니라 한국 국민 전체의 경사"라며 대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을 대표해 염수정 주교 명의로 감사 메시지를 발표했다.

서울대교구는 "한국 가톨릭교회, 나아가 아시아 가톨릭교회의 새 시대를 이끌어 나갈 정 추기경을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한국 천주교회에 추기경을 임명해준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추기경의 탄생을 기도해준 신자 여러분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새 추기경이 발표된 오늘은 교회력으로는 베드로 사도좌 축일로서 교회는 이날을 화합과 일치의 축제일로 지내왔다"며 "새 추기경 탄생은 교회쇄신과 타종교와의 화합을 통해 평화와 정의, 사랑에 더 정진하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이제 한국 교회뿐 아니라 아시아, 그리고 세계교회의 큰 몫을 담당하라고 하는 상징으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한국 교회뿐 아니라 아시아가톨릭 교회의 중심 교구로서 더 열심히 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진석 추기경의 임명 소식에 냉소적인 반응도 없지 않았다. 문정현 신부는 "교회라는 것은 사회 안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교회가 구조적인 악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편에서 일하는 기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누가 추기경이 되든 별로 달라질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회적 현안을 철저히 도외시해 온 신임 정 추기경의 성향으로 미루어 추기경 서임 이후에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전종훈 천주교정의평화구현사제단 대표도 "정 추기경 내정자가 사회적인 발언을 활발히 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발언보다 수구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며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교단 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우리 사회나 언론이 지나치게 떠들썩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 신임 추기경 15명 지명**

한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2일 저녁 8시(로마시간 이날 정오) 한국 가톨릭 교회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75) 대주교를 비롯한 전 세계 성직자 15명을 새 추기경에 임명했다.

신임 추기경들 중에는 폴란드와 미국, 홍콩, 베네수엘라, 필리핀, 프랑스, 베네수엘라 등지의 성직자들이 포함돼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새 추기경을 지명한 것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신임 추기경들은 정진석 대주교와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개인 비서를 지낸 폴란드의 스타니슬라프 지위즈 대주교, 홍콩의 조셉 젠 주교, 미국의 숀 오멀리 대주교 등이다.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자신의 후임으로 교황청 교리부 책임자로 임명한 미국의 윌리엄 레바다 대주교도 새 추기경단에 합류했다.

이들 15명 중 12명은 나이가 80세 이하이기 때문에 베네딕토 16세의 후임 교황 선출권을 가진 '콘클라베'의 회원이 된다. 가톨릭 교회법은 교황 선출권을 가진 80세 이하 추기경 수를 12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현재는 110명이 이에 해당하며, 이들 중 2명은 오는 4월 전에 80세가 돼 선거권을 상실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번에 새로 임명한 추기경 15명 가운데 80세 이하를 12명 포함시킨 것은 이 수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임 추기경들은 '주님탄생 예고 대축일'(성모영보 대축일)인 다음달 25인 로마 교황청 성 베드로광장에서 열리는 공개 추기경회의에서 공식 서임될 예정이다.

〈박스 시작〉

***한국 두 번째 추기경 정진석은 누구인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22일 한국 두 번째 추기경으로 지명된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ㆍ75) 대주교는 1931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나 1950년 중앙고를 졸업하고 196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는 서울 중림동본당 보좌신부와 성신고 부교장, 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 등을 거쳐 1970년 주교로 수품됐다. 원래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지만 뜻한 바가 있어 다시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한 뒤 사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뒤 청주교구 교구장, 주교회의 의장 등을 역임한 정 추기경은 현재 천주교 청주교구재단 이사장과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위원장, 서울대교구 교구장과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 가톨릭학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기도 하다. 또 아시아특별 주교시노드(주교회의) 상설사무처 평의회 위원이다.

정 추기경은 교회 내에서는 교회법의 대가로 통한다. 1988년 '전국 공용 교구 사제 특별 권한 해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을 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2권의 교회법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사회복지단체 꽃동네를 오웅진 신부가 설립하는 데에도 정 추기경이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5세인 정 추기경은 80세 미만이기 때문에 김수환 추기경과 달리 교황 서거 또는 부재 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

교황청이 그를 추기경으로 승품한 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크고 상징적인 서울대교구장을 맡고 있는 데에다 평양교구장 서리직을 함께 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교황청은 만주나 중국, 북한,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를 선교하는 데에 있어서 한국 천주교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출신의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분단국가와 공산권 국가 선교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 왔다. 따라서 정진석 대주교가 향후 북한 선교에 있어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 약력〉**

▲1931년 12월7일 서울 출생
▲1950년 = 중앙고 졸업
▲1961년 = 가톨릭대 신학부 졸업ㆍ사제수품, 천주교 서울대교구 중림동본당 보좌신부
▲1961~1968년 = 성신고 교사ㆍ부교장
▲1964년 = 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
▲1965~1967년 = 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ㆍ상서국장
▲1968~1970년 = 로마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 졸업
▲1970년 = 주교수품
▲1970~1998년 = 청주교구 교구장
▲1970년~현재 = 천주교 청주교구재단 이사장
▲1970년 = 청주가톨릭학원 이사장
▲1975~1999년 = 주교회의 상임위원
▲1983년~현재 =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위원장
▲1987년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총무
▲1993년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부의장
▲1996~1999년 = 주교회의 의장
▲1998년~현재 = 서울대교구 교구장,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 가톨릭학원 이사장
▲2000년 = 서강대 명예법학박사
▲2003년~현재 = 아시아특별 주교시노드(주교회의) 상설사무처 평의회 위원

〈저서〉
▲장미꽃다발(1961, 가톨릭출판사)
▲라디오의 소리(1963, 가톨릭출판사)
▲라디오의 메아리(1965, 가톨릭출판사)
▲목동의 노래(1969, 가톨릭출판사)
▲교계제도사(1974, 성바오로)
▲교회법원사(1975, 분도출판사)
▲말씀이 우리와 함께(1986, 청주교구)
▲말씀의 식탁에서(1986, 청주교구)
▲우주를 알면 하느님이 보인다(2003, 가톨릭출판사)
▲구세주 예수의 선구자 세례자 요한(2004, 가톨릭출판사)
▲민족 해방의 영도자 모세(상)(2005, 가톨릭출판사)

〈역서〉
▲성녀 마리아 고레띠(1955, 가톨릭출판사)
▲종군 신부 카폰(1956, 가톨릭출판사)
▲가톨릭 교리 입문(1958, 가톨릭출판사)
▲억만인의 신앙(1960, 가톨릭출판사)
▲나는 믿는다(1962, 가톨릭출판사)
▲인정받는 사람(1963,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질그릇(1967, 가톨릭출판사)
▲영혼의 평화(1969,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강론집 - 사목 부록(1967-1969,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칠층산(1976, 성바오로)
▲교회법전(공동번역)(1989,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최양업 신부의 서한(1995, 성바오로)
▲김대건 신부의 서한(1997, 성바오로)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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