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처리장 찬반을 묻는 부안주민들의 '역사적 주민투표'가 14일 오전 6시 부안초등학교 등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위도 투표소의 경우 찬성측 주민들이 칼을 들고 투표소를 점거해 투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나, 나머지 36개 투표소에서는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부안, 주민투표 아침 6시 일제히 시작**
부안 주민들의 주민투표가 6시 37개 투표소 가운데 위도를 제외한 36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주민들은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발행한 사진이 포함된 신분증을 지참, 투표인 명부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투표소에서 교부하는 용지의 찬ㆍ반 칸에 기표를 하고 있다. 오후 6시까지 진행될 주민투표에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부안읍ㆍ면 개인택시단위조합 1백24명 기사들이 투표장까지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
오후 6시 투표가 끝난 뒤, 각 투표소의 투표함은 경찰의 호송으로 부안동초등학교 강당으로 이동한 뒤 개표한다. 개표에는 박원순 주민투표 관리위원장(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김기식 관리위원(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8명의 개표관리위원들의 관리하에 1백여명의 초ㆍ중ㆍ고교 현직 교사들의 손으로 이뤄지며 밤 10시경에는 개표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원활한 투표 업무를 위해서 13일 시민사회단체, 종교 단체에서 7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부안에 방문했고, 6시 이전에 미리 배정된 각 투표소에서 투ㆍ개표 업무에 투입됐다. 7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 전원은 부안 주민들이 미리 준비한 홈스테이(민박)을 통해 각 읍ㆍ면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찬성측 주민들 칼 들고 위도투표소 점거**
찬성측의 반대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위도에서는 정영복 위도발전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1백여명의 찬성측 주민들이 투표장를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12일까지만 해도 "물리력으로 투표를 막지 않겠다"던 찬성측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관련자들은 위도에서조차 찬성표가 많이 나올 경우 찬성측이 설 땅이 없어질 것을 우려한 투표 저지행위로 분석하고 있다.
위도 대책위 서봉신 공동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새벽 6시 이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5시30분경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사무실과 투표장을 점거했다"면서 "지금 현재 1백여명이 투표장을 에워싸고 있는 상태여서, 주민투표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상황을 전했다.
찬성측 주민들이 점거하는 과정에서 사무실과 투표장의 주민투표 관리위원들과 투ㆍ개표 실무자 20여명과 몸싸움 등이 있었으나 큰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영복 회장은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할복하겠다"면서 칼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봉신 공동대표는 "경찰측에서 고발할 경우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렇게 될 경우 위도에서는 영원히 주민투표를 할 수 없고 갈등만 더 커진다"면서 "지금 현재 관리위원회에서 계속 정영복 회장 등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는 서해상에 폭풍주의보가 내려져 위도에서 주민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투표함을 개표 장소인 부안동초등학교로 이송할 수 없어 현지 개표를 고려중이다.
위도를 제외한 다른 36개 투표소에서는 오전 8시 현재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중이다. 시ㆍ군 단위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제한 주민투표는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이번 주민투표는 그 결과에 상관없이 여러 가지 의미를 남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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