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의 세계 최초의 인간배아 복제실험 성공 소식을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 등 미국 언론과 정한 엠바고(보도시한 제한)를 깨고 하루전에 보도, 국내외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연구팀 "중앙일보 때문에 한국과학계 국제적 위신 추락"**
이번 파문은 중앙일보가 12일자에서 황-문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사람 난자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해 당뇨-파킨스씨병 등 불치병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소식을 1면 톱과 3면 해설기사로 대서특필하면서 비롯됐다.
독자들은 이 과학적 쾌거에 흥분하면서 중앙일보가 '큰 특종'을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곧 상황은 바뀌었다.
황-민 교수팀의 황윤영 교수(한양대 의대) 등 4명은 이날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특정 언론이 이번 연구성과에 대한 엠바고 시점을 깨고 12일 아침 보도함으로써 한국 과학계의 국제적 위신이 추락하게 됐다"고 중앙일보의 엠바고 파기를 비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의 양대 과학전문지중 하나인 <사이언스>에 게재되기로 하고, <사이언스>와 미국국가과학진흥회(AAAS)는 보도 엠바고 시점을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4시로 잡고 미국 시애틀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엠바고를 깨고 하루 먼저 이를 보도함으로써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과학기자협 "국익을 무시한 자사이기주의"**
과학기자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자협회를 비롯해, 조선-동아-한국-한겨레 등 주요 신문들도 13일자 기사를 통해 일제히 중앙일보의 엠바고 파기 소식을 대서특필하며 중앙일보를 맹성토했다.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이찬휘)는 12일 긴급성명을 통해 "한국 과학계의 쾌거를 세계에 알릴 기회가 한 언론의 성급한 보도로 깨어져 유감스럽다"며 "특종의식으로 국익을 무시하고 엠바고를 파기한 것은 자사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협회는 "대부분의 국내 기자들이 미리 알고도 보도 시점을 기다려줬다"며 "조만간 해당 언론사 징계 등을 강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국제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상 크게 실추"**
최근 중앙일보의 기습적 신문값 인하로 울며 겨자먹기로 월 구독료를 4천원이나 내려야 하면서 중앙과 관계가 극도로 냉각된 조선일보도 13일 '국제 엠바고 깨버린 중앙일보 보도 물의'라는 기사를 통해 중앙일보를 맹공했다.
조선일보는 "세계최초로 사람 난자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대해 국내 한 신문이 국제적인 보도제한협약(엠바고)를 깨고 공식 기자회견 전에 성급하게 보도함으로써 국제 과학계에 물의를 일으켰다"며 "과학계에서 국제적인 엠바고가 깨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로 인해 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실추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황교수는 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12일(현지시간) 전세계 언론사 1천여명의 기자들에게 공식발표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며 "엠바고를 지키려고 집사람에게도 얘기를 안했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한국 과학계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고 조선은 전했다.
또 조선일보에 따르면, 공동연구자인 문신용 교수는 "어제까지 각국 과학자들과 기자들의 축하가 쇄도했으나 엠바고가 깨어지자 전세계서 몰려든 많은 기자들이 예정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오거나 돌아갔다"고 말했다.
***동아-한국-한겨레 "중앙 언론윤리 위반"**
동아일보도 두 건의 박스기사를 통해 중앙일보를 맹성토했다.
동아일보는 "<사이언스>에 게재되는 논문은 보통 발표 3,4일 전에 AAAS(미국국가과학진흥회)에 등록된 기자들에게 보도 시점 엠바고가 명시되어 미리 배포되고 있다"며 "(동아일보의) <동아사이언스> 기자들도 이미 이번 연구결과를 10일 입수했으나 언론의 기본양식과 국익이란 차원에서 공식발표때까지 보도를 자제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또 황우석 교수와의 국제전화 내용을 별도로 소개하며 중앙일보를 맹공했다.
동아에 따르면, 황교수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게 부끄러울 정도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울분을 털어놓았다. 황교수는 또 "엠바고 파기로 미국 연구팀과 <사이언스> 편집진에 사과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과학자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사이언스>측도 직접적으로 비난을 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실망하는 눈치였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도 '관행 깬 보도로 국제적 위신 추락'이라는 기사를 통해 중앙일보를 성토했다.
한국일보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해 세계적 조명을 받은 황우석 교수팀이지만 정작 본인들은 12일 내내 곤혹스런 하루를 보냈다"며 "과학적 발견에 대한 국제적인 보도제한이 미국 시애틀에서의 기자회견 전에 한국내 언론에 의해 깨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황교수가 자사의 국제전화통화에서 "사이언스측이 이번 업적을 '과학적 신기원'이라고까지 평가해 전세계 언론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와 강연이 줄지어 예정됐었는데 앞으로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귀국하기조차 싫은 심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겨레신문도 '엠바고 파기 중앙 언론윤리 도마에'라는 기사를 통해 중앙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저널인 <사이언스>는 어떤 연구 성과이든 다른 언론에서 먼저 보도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논문을 싣고 있다"며 "이는 전문학자들에 의한 철저한 검증을 거친 뒤 보도하기 위한 것으로, 이런 불문율은 BBC, CNN 등 세계 언론계에서 존중돼 왔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본지가 특종보도 안했으면 외신 베낄 뻔"**
이같은 비판이 잇따르자, 중앙일보는 13일 박스 기사를 통해 정면반박하고 나섰다.
중앙은 '본지가 특종 보도 안했다면 국내학자 개가 외신(外信) 베낄 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내 일부언론이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현지에서 정해놓은 엠바고를 깼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본지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황교수 주도의 연구진이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냈다는 사실을 포착, 두달에 걸친 탐문취재를 해왔고 이 과정에 연구내용을 파악했고 최근 논문의 원문을 단독입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본지가 먼저 보도하지 않았다면 국내 독자들은 한국 과학자의 자랑스러운 업적에 대해 사후에 외신 보도를 베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하며, 엠바고 파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본지는 이와 관련해 우리의 과학기술부나 황교수 등 연구진에게서 어떤 엠바고 요청도 받은 적이 없고 본지뿐 아니라 다른 국내 언론기관에도 엠바고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또 엠바고 파기후 황교수와의 국제통화에서 황교수가 "(중앙일보 보도 이전엔 전혀 사실을 몰랐던 기자들이) 오늘 수십차례 전화를 걸어와 중앙일보를 욕하는 발언을 유도했다"며 "조선-동아일보 등 어디에 대해서도 중앙일보 보도나 기자를 험담한 적이 없으며 이는 한국에 가서 확실히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또 황교수가 심지어 한 방송사 간부가 "중앙일보하고만 거래하느냐"며 황교수에게 육두문자를 썼다고 전했다며, 황교수는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 나와 우리 연구진 누구도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모든 내용은 중앙일보 기자가 독자적으로 취재한 것"임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황교수팀 "중앙일보 보도로 국제적 위신 추락" 공식입장 표명**
이같은 중앙일보 주장은 "황교수 연구결과를 이미 10일 입수했다"는 동아일보 보도등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앞으로 언론계 및 과학계 전체 차원에서의 진실규명이 불가피하고, 조사결과 중앙일보 주장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과학기자협 등의 중징계가 뒤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황교수팀은 공식적으로 중앙일보의 엠바고 파기를 비판해 중앙일보측을 당혹케 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팀은 중앙일보 보도후 3시간여 동안 대책 회의를 가진 뒤 내놓은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 내용은 <사이언스>지와 미국국가과학진흥회(AAAS)에 의해 한국시각 13일 오전 4시까지 엠바고가 설정돼 있었는데 이것이 깨졌다"며 "중앙일보가 연구 당사자인 우리에게 아무런 확인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구내용을 보도함으로써 한국 과학계의 국제적 위신이 추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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