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이슈는 4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도 등장했다. 이날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에서 진행된 국감에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출석했다. 최근 노동계에는 정부와 노동계 간에 큰 갈등을 불러일으킨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대량 해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절반' 시정명령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서는 이러한 현안과 관련한 질의는 눈에 띄지 않았다.
환노위 국감장에도 등장한 조국 공방
'조국 이슈'의 포문은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열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청년의 실제 생활을 경청하여 정책에 반영할 기회를 갖겠다"며 고려대 대학원생 A씨를 국감 참고인으로 국감장에 불렀다.
그러나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정작 청년의 실제 생활을 언급하기보다는 '조국 이슈'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심정을 토로하는데 방점을 두고 발언했다. A씨는 "조국 장관 자녀 사태를 지켜보며 저와 제 친구들은 취업도 학업도 손에 잡히지 않는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며 "누구는 2주만에 쉽게 논문을 쓰고 신청도 안한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에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A씨는 "불공정과 부조리를 눈 앞에서 보고도,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사회에서 노력해서 무엇을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어렵지만 노력하고 바르게 살면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며 버텨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헛된 꿈을 꾸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러자 신 의원은 "조국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점에서 무너진 공정에 대한 자괴감과 실망이 더 이해가 된다"고 맞장구쳤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씨에게 "본인이 가담하고 있는 단체라든가 직위는 없나"라고 물은 뒤 A씨가 "없고, 전반적으로 청년이 느끼는 현실을 말씀 드린 것"이라고 답하자 "다르게 생각하는 젊은이도 있고, 그쪽(조국)에 집중해 이야기하다 보면 청년 정책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여쭤봤다"고 말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A씨에게 추가 질의를 요청했으나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설 의원은 "'지금까지 나온 내용과 조국 딸의 이야기 중 어느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나'라는 걸 물어보려했는데 그 간단한 걸 못 물어보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노동 현안이 사라진 노동부 국감
'조국 이슈'가 등장한 반면, 현재 노동계 주요 현안에는 여야 막론하고 이렇다 할 질의가 없었다. 도로공사의 요금수납원 대량 해고 사태나, 고용노동부의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절반' 시정명령 등은 이날 국감에 등장하지 않았다.
두 사업장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불법파견이다. 서울톨게이트 고공 농성, 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 등을 진행 중인 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은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 판결이 나왔음에도, 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을 받은 요금수납원만 직접고용하고, 같은 소송의 1, 2심에 계류 중인 요금수납원은 직접고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데 반발하고 있다.
단식 농성, 서울노동청 진입 농성 등을 진행하다 지난 2일 경찰에 연행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은 "현대·기아차의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11차례의 법원 판결에도, 고용노동부가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한 직접생산공정에만 불법파견 시정명을 내린 데 반발하고 있다.
그나마 이날 노동부 국감에서 불법파견은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그룹 계열사인 아사히글라스 질의에서만 등장했다. 아사히글라스는 2015년 사내하청업체 GTS에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GTS와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138명의 노동자를 문자로 해고했다. 8월 23일 1심 재판부는 해고 노동자 중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23명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홋타 나오히로 아사히글라스 파인테크노코리아 대표에게 "아사히글라스는 경상북도와 투자협정을 맺고 한국으로 진출해 50년간 토지를 무상임대 받고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받고 있는 기업"이라며 "고용창출에서 모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지난 8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23명의 노동자에 대해 1심 재판부의 불법파견 판결이 나왔음에도 노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홋타 대표는 "해당 사건은 고등법원에 귀속 중이고 당사는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며 "당사는 고용창출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고 답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아사히글라스 상황에 대해 "할 수 있는 행정 조치와 사법 조치는 다 한 상태"라며 "이 사건에 대해서는 소송을 기다리기보다 노사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외국 기업에 투자 편의를 제공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경우에 대한 이행력을 담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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