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동북아 삼국이 공동 관리하는 역내 핵 감시기구 출범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사태에 제대로 된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상 방출 대응 특별위원회(김한정 위원장, 이하 후쿠시마특위)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개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긴급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특위가 주최하고 환경재단이 주관했다.
각국의 핵에 관한 이해관계가 충돌해, 신뢰할 만한 핵 관련 정보를 나누기 어렵다는 현실적 배경에서 나온 대안이다.
후쿠시마 오염 상황, 제대로 신뢰 못 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는 국내외 전문가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문제는, 오염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본 도쿄전력 등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에서 유출돼 보관 중인 오염수 총량은 약 1만5000여 톤이다. 인근 지하수가 지속적으로 오염되고 있어, 오염수량은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오염 총량을 측정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염된 핵연료봉 등이 쌓인 핵심 오염지역의 방사선총량이 너무 강해, 사람은 물론 기계도 여전히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1호기 핵심 오염지역에만 코륨 약 100톤 이상이 잔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이 지역을 지나는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 지하수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언론에서 지하수 일부가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바다로 유출됐다고 보도한 이유다. 정확한 오염 수준과 오염 지역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일본 정부가 바다 방면에 (오염수 자연 유출을 막을) 방벽을 설치한 후 하루 평균 생산되는 오염수량이 약 500톤에서 200톤 규모로 줄어들기는 했다"면서도 "그러나 (방벽 설치 이전) 생산된 오염수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그 오염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일본 정부는 현재 이 내용을 무시하고 오염수 방출 사태가 끝난 듯 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일본 언론 발표만 보면 방사능 오염물질 중 (세슘, 요오드 등) 다른 방사능 물질 처리는 다 끝났고, 바다로 유출되는 삼중수소 문제만 남은 듯하지만 이를 신뢰하기는 어렵다"며 "일본 정부에 꾸준히 전문적인 자료를 요구해 팩트 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삼중수소는 금속을 통과하지 못하는 전자선 오염 물질로, 세슘이나 요오드, 감마선에 비해 위험도가 덜하다. 중수로 원전인 한국의 월성 원전에서도 배출되는 물질이다. 일본 정부가 현재 후쿠시마에서 배출되는 방사능 물질은 삼중수소뿐이라고 언급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역시 위험한 방사능 물질이다. 월성 원전의 경우 특별 제거기 한 대를 구입해 이를 번갈아 사용하며 삼중수소 유출량을 줄이고 있다.
지하 100년 보관 후 방출이 정답
도쿄전력이 현재 알프스(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라는 다핵종제거설비를 설치해 원전 오염수를 정화하고 있으나, 방사성 물질을 백퍼센트 차단하지는 못한다. 특히 알프스는 삼중수소는 전혀 정화하지 못한다. 이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노르망디 르아그에서도 백혈병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더구나,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 수준은 증설한 알프스도 2022년이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그 양이 늘어났다. 이정윤 대표에 따르면, 매일 150톤의 오염수가 새로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2022년이면 일본 정부가 준비한 오염수 저장 탱크 용량이 한계에 도달한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희석해 해양에 버리는 대책을 고려하는 까닭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크게 다섯 가지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 △오염수를 지하에 약 100년간 보관해 방사선 반감이 이뤄진 후 배출하는 방안(6200억 엔 소요) △희석 후 바다에 방출하는 방안(34억 엔) △오염수를 끓여 공기 중에 수증기로 배출하는 방안(349억 엔) △수소화해 방출하는 방안(1000억 엔) △콘크리트와 섞어 고체화해 지하에 묻는 방안(2533억 엔)이 그것이다. 이 중 바다에 버리는 게 비용면에서 가장 싸다. "돈만 보고 바다에 방출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정윤 대표는 "이들 방안을 고려하는 데 기본적인 환경영향평가, 불확실성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직 비용문제만 고려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라고 언급했다. 이들 오염수가 실제 태평양에 방출되면, 북태평양해류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 인근을 돈 후 한국까지 흘러들어오게 된다. 일부 지류는 곧바로 한반도 인근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위험할지도 모르는 오염물질이 태평양 전체를 오염지역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국제 공조 필요
이정윤 대표는 "오염수를 지하에 보관해 반감기가 지난 후 배출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가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권세중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도 "일본 정부가 홈페이지에 꾸준히 관련 자료를 올리고 있으나, 전문적 자료만을 올려 대처가 어렵다"며 "한일 양자만으로 (데이터 관련) 문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어, 다자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근본적으로 핵 방사능 공동 감시 기구를 동북아에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의 경북-경남 지역, 중국의 동남 해안 지역 역시 세계적인 원전 밀집 지대다. 동북아 전체가 핵 재앙 위험이 큰 지역이다. 후쿠시마와 같은 사태가 한국이나 중국에서 발생할 경우, 국익 문제로 인해 지역 오염에 대응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참사 후 동북아 전체가 떠는 상황은, 국경을 넘어 어디서든 반복될 이야기다.
이정윤 대표는 "한중일 삼국은 원전이 밀집한 지역이지만 주권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원전 감시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국경을 초월한 지역 공동 감시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정 의원도 "한국도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고, (한국과 가까운) 중국 동부 지역도 원전 밀집 지역이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현 상황에서는 핵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이 방안(공동 감시기구 설립안)을 동북아 삼국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