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조1천억원에 달하는 산업자원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운용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 연구원들의 내부고발로 불거진 국가 연구개발 예산 집행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국과학기술노조(위원장 이성우)는 3일 현 ITEP 김모 평가원장의 부당학위거래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내부 문제를 개선할 당사자가 의혹의 중심에 선 꼴이다.
언론 보도와 과기노조의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정작 산자부와 ITEP 경영진은 "내부감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과기노조, "현 ITEP 평가원장도 부당학위거래 의혹 있어"**
과기노조는 3일 현재 모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중인 ITEP 현 원장의 부당 학위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과기노조에 따르면, ITEP 원장은 전 직장인 산자부 기술표준원 원장을 역임하면서 모 대학 대학원의 박사 과정에 등록했다. 현재 ITEP 원장이 박사과정에 등록돼 있는 대학원의 석사 과정 학생들은 현재도 담당교수의 지도 아래 산자부 기술표준원의 '리스크 평가시스템 구축에 관한 연구' 과제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과기노조의 의혹 제기 배경이다.
과기노조는 "부당학위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평가원 내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과제지원금을 매개로 한 학위거래 의혹에서 원장 자신도 자유롭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평가원의 내부문제를 제대로 조사하고 개혁하는 일을 원장이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과기노조는 ITEP에 근무하는 일부 종사자가 연구기술 자금을 집행하면서, 지위를 이용해 특정 대학의 박사과정에 참여해 학위를 취득한 부당한 학위거래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지도교수 및 논문심사 교수들에게 정부과제 지원을 하고 대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이다.
***산자부, "전체 6천여건중 문제는 일부에 불과해"**
산자부는 이같은 과기노조 및 언론의 잇따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산자부의 연구개발 예산 집행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산자부는 "해고된 연구원 2인은 내부고발에 대한 대응으로 해고시킨 것이 아니라 ITEP 경영혁신 및 구조조정에 따른 정당한 정리해고"라며 "언론이 해고된 2인의 주장만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산자부는 "연간 6천여건에 달하는 연구개발 과제 평가의 대부분은 공정ㆍ투명ㆍ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언론이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산자부는 또 "산자부 공무원들이 평가위원회에 참여하는 것도 특정과제에 대한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가위원회의 공정ㆍ객관성을 확보하고 평가위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산자부의 외압설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산자부 주장은 코미디"**
이같은 산자부 주장에 대해 과기노조를 비롯한 현직 과학기술자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코미디"라는 것이다.
과기노조는 반박을 통해 "공중파 방송에서 이미 산자부 한 관계자가 '연구개발 과제 선정과 관련해 사회 기득권층들의 청탁과 외압이 많고 이를 평가위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시인했다"면서 "공정ㆍ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위원회에 산자부 공무원들이 참가한다는 것은 억지 논리"라고 주장했다. 과기노조는 또 "산자부 공무원이 평가기관에 참여해서 해당 과제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중요하다'는 식의 설명을 하는 것 자체가 객관적인 평가를 방해하는 일종의 외압"이라고 덧붙였다.
과기노조는 또 '산자부 과제 6천여건의 대부분은 제대로 평가가 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언론에 보도된 것은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수많은 과제 중에서 정확한 증거가 확보된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감사원이 과기노조의 국민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까닭에 대해서 산자부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에 제기된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집행 비리 의혹에 대해서 시민사회단체와 과학기술자 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인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4일 저녁 '국가 과학기술연구개발 기획ㆍ평가의 문제점'이란 주제로 ITEP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태진씨와 정보통신진흥연구원 연구원, 과학기술자 단체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net) 등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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