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전망이 어둡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27일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조미(북미) 수뇌상봉(정상회담)들과 회담들은 적대적인 조미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깃들도록 하기 위한 조미 두 나라 수뇌들의 정치적 의지를 밝힌 역사적계기"라면서 "그러나 수뇌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제적인 움직임이 따라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앞으로의 수뇌회담 전망은 밝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김 고문은 "아직도 위싱톤(워싱턴) 정가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에서 나는 또 한 차례의 조미 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북한) 접근 방식을 지켜보는 과정에 그가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북한의 '선 비핵화'와 이른바 '리비아 식' 핵 폐기를 강조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리비아 모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고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음에도 김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 배경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던 '새로운 접근'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달라는 입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을 가졌지만 이 자리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또 그는 23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과 협상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실무진들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북한이 확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지난 주말 북미 양측의 실무진들이 접촉을 가졌다는 보도도 나온 만큼, 이 자리에서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무진들의 '북한 선 비핵화' 조언을 뿌리치고 '용단'을 내리라고 주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식 비핵화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북한이 요구하는 사항들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확실한 답을 듣고 회담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외에 김 고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자신들은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등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만 미국은 "공동성명 이행을 위하여 전혀 해놓은 것이 없으며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 제재 압박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주장, 향후 회담에서 체제 안전보장 문제와 제재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을 것이라는 뜻을 보였다.
북미 실무협상이 2~3주 안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당초 이번 달 안으로 예상됐던 북미 실무협상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26일(현지 시각) 폼페이오 장관은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번 달 안에 미국과 만나겠다는 의향을 밝혔는데 북미 협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9월 말까지 실무 협상이 있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공개적 성명을 봤다"면서도 "우리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 없었다. 만날 날짜를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그는 "북한 사람들도 알고 있고 우리는 그들(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전화를 받아 북한이 가능한 장소와 시간에 찾아갈 기회를 얻게 되길 바란다"고 말해 북한의 답을 기다리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발표한 담화에서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북미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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