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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노당, 이제 '서울 벨트'도 짜라"

[데스크 칼럼] '진보정당 콤플렉스' 돌파를 위한 조언

"반세기 동안 한국의 민중은 냉전 이데올리기 아래 반공의식, 안보의식, 질서의식의 내면화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배반하는 의식을 끊임없이 세뇌받았다. 가령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존재의 당연한 요구'로 받아들이는 대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하였던 것이다. 그들에게 진보정당은 가까이 할 수 없고, 가까이 해서도 안되는 불가촉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진보정당 콤플렉스'는 존재의 요구가 아니라 세뇌된 의식에 따른 것이었다. 이제 그 강고한 콤플렉스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진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보와 진보정당의 진보는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인지 묻고 싶다. 내가 어리석은 탓인가. 한국사회 진보를 말하고 탈정치화를 말하면서 진보정당에서 벗어나 있는 까닭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까닭은."

"진보정당 콤플렉스는 레드 콤플렉스와, 진흙탕으로 묘사되는 정치판에 몸담지 않고 정치현실을 비판하는 타성이 만나서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이제 사회 변화와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은 진보정당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입은 그 흐름을 가속시킬 것이다."

민주노동당 당원인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 최근 시사 격월간지 <아웃사이더>에 쓴 '진보정당 콤플렉스'라는 머릿글 가운데 일부이다. 홍 위원의 이같은 문제제기는 30일로 창당 4주년을 맞은 민주노동당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이자, 물음이다.

***지난했으나 의미있는 민주노동당 창당 4년**

민주노동당이 30일로 창당 4주년을 맞았다. 한국정치사의 더없이 의미있는 진전이자 성과다.

4년전 이맘때 민주노동당은 제16대 총선을 맞아 '진보세력의 원내진입'을 목표로 창당, 21개 지역구에 후보를 내 평균 13.1%의 주목할만한 득표율을 기록했음에도 원내진입에는 실패했다. 많은이들이 이때 보인 반응은 "그럴 줄 알았다"는 차가운 것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이 먹히겠냐" "과거 진보정당들이 그러했듯 곧 해체되지 않겠느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냉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그로부터 2년뒤 치러진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약진을 이룩했다. 정당 득표율 8.13%를 기록해 자민련을 멀찌감치 제치고 제3정당으로 급부상하며, 기초단체장 2명과 광역의원 9명을 당선시키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해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는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해 권영길 후보가 3.9% 득표하는 데 그쳤으나,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은 5.5%~6.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재차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지지정당에게 별도로 투표하는 1인2표제 실시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은 단지 몇석을 차지할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일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년간의 지난한 행군이 이제 첫 결실을 맺으려 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개혁의 실험적 선구자**

민주노동당은 여론의 외면속에서도 지난 4년간 한국정치사에 더없이 의미있는 여러 족적을 남겼다.

특히 매달 1만원이상 당비를 자진납부하는 '진성 유료당원 4만명 시대'를 열고, 지구당위원장에서 대통령후보까지 당원의 손으로 직접 뽑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개막한 것은 최근 기존정치권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정치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한국정치사에 길이 남을 선구자적 족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년 동안에 1만5천명의 당원이 급증한 대목이나, 언론인 홍세화씨, 양심고발자 이문옥씨, 영화감독 박찬욱씨나 봉준호씨, 영화인 문소리-오지혜씨 등 당원이 각계로 다양화하고 있는 점, FTA사태를 계기로 농민층의 가입이 급증하고 있는 점 등은 초기에 노동자당으로 출발한 민주노동당의 국민정당화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이뿐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각 기성정당이 분명한 입장 표명을 못하고 있는 이라크 파병, 부안사태, 새만금, 국가보안법, 여성호주제, FTA 등의 주요 현안에서 분명한 당론을 밝히는 정책정당의 족적을 뚜렷이 남겼다.

또한 민주노동당 4만 당원의 절반이 넘는 50.7%가 30대이고 40대가 24.6%, 20대가 18.4%로, 20~40대 청장년층이 전체의 93.5%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젊은 민주노동당'의 지속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라 하겠다.

여기에다가 경실련이 29일 서울시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지난 1년간 의정활동 결과를 분석한 결과, 민주노동당 심재옥 의원이 가장 모범적 의정활동을 한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한 것은 창당 4주년을 맞은 민주노동당에게 더없이 뜻깊은 축하선물이라 할 만하다. 일당백의 힘든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여전한 언론의 '진보정당 콤플렉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세화 위원이 앞서 날카롭게 지적했듯, 아직 한국사회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언론이 민주노동당을 대접하는 태도는 여전히 '찬밥 신세'다.

한 예로 최근 정치개혁과 관련, 민주노동당은 TV방송사들의 보도태도에 대해 '형평성' 차원에서 강력항의했었다. 정치개혁 관련 토론회 등에서 자민련은 빠짐없이 부르면서 민주노동당은 배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같은 항의에 대해 TV방송사측은 "자민련은 현역의원들이 있고 정치개혁협상이 국회내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궁색해 보인다.

현재 기존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개혁의 상당 부분이 이미 민주노동당에 의해 선구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것인만큼, 정치개혁 토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치개혁 선배'격인 민주노동당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이 자민련을 크게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토론회에 자민련을 초청할 경우에는 민주노동당도 반드시 초청해야 하는 게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당연한 일이다.

홍세화 위원이 지적했듯, 아직 한국언론은 '진보정당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진보 벨트'만 갖고서는 부족, '서울 벨트'도 짜라"**

하지만 민주노동당도 언제까지나 이같은 기존사회의 홀대만을 탓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스스로 언론의 관심을 만들어내며 돌파해 나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이 추진하고 있는 총선 전략에 아쉬운 점이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일고 있어 민주노동당의 참조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1백50개 지역구에 후보를 내며 최소한 8곳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득표율을 15%로 끌어올려 비례대표까지 합해 총 15석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특히 울산-부산-마산-창원-거제를 잇는 남부 공단지역에서의 이른바 '진보 벨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총선 전략만 갖고서는 과연 득표율을 15%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한 원로 정치인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다수 진출해 한국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공단쪽에서만 승부를 거는 소극적 전술에서 벗어나, 서울-수도권에서도 바람을 일으키는 공격적 전술을 구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분은 "현재 민주노동당에는 이문옥, 홍세화, 박찬욱 등 다른 당에서도 탐을 낼만한 지명도 높은 대중스타급 당원이 상당수 있다"며 "이들을 종로구 등 서울-수도권의 주요 지역구에 전면배치해 기존정치에 식상해 있는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서울 벨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면, 당선 여부를 떠나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끌면서 민주노동당의 지명도와 득표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의 역대 선거경험을 보더라도 후보자를 낸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의 득표율은 3배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면에 이같은 원로 정치인의 조언은 알맹이없는 '이미지 정치'에 비판적인 민주노동당에서도 적극 검토가 필요한 조언이 아닌가 싶다.

민주노동당의 창당 4주년을 축하하며, 지속적 성장을 바라는 마음에서 전한 세간의 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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