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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이 '천지개벽'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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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중 국경이 '천지개벽' 하고 있다

[한반도 브리핑] 무역제재와 3월 5일 청년광산

소설과 수치 사이에서

2017년 이후 주요 대북 제재로 수출입 관련 석탄, 철(광석) 등 주요 광산물 수입 금지(2270, 2321, 2397호)와 섬유, 해산물, 조업권 등 수입 금지(2371, 2397호)를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대북 수출 분야에서는 기계, 철강, 금속류(2397호) 및 원유와 정제유 제한(각 400만 배럴과 50만 배럴, 2397호) 등이 있다.

더불어 포괄적 경제협력 관련 북한과의 합작‧합영 등 경협사업 금지(2375호), 해외파견 북한노동자 고용허가 금지(2397호), 대북 금융지원 금지(2321호)와 금융거래 차단(2270, 2321호), 대량 현금(Bulk Cash) 주의(2321호) 및 북한 행‧발 화물 전수 조사(2270호) 등의 활동으로 구성돼있다.

필자는 이전에 <프레시안> 등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참여가 제재 압박에 따른 대화 참여라는 측면보다는 내부적으로 핵무력완성이라는 명분과 제재에도 버틸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설명한 바가 있다. 물론 경제 제재가 장기화되면 중하부층 민생분야를 중심으로 북측 경제전반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는 역설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강화되며 군부의 입지가 견고해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핵개발과 제재강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점이었다.

현재 김정은 시기 북의 농업, 기업 개혁이 속도를 내면서 성공한 기업과 농장, 지역이 다수 출연하고 있고, 그 격차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더불어 무역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중요한 점 중에 하나는 우리가 북측 현황을 어느 정도 추정해야 하는데, 한국은행 등 대부분 기관의 추정치 편차가 심한 편이다. 올 상반기 북한 식량위기를 제시했을 때, 주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추정치를 인용한 언론이 많았다. 그런데 필자와 만난 관계자는 그들의 주요 목적은 영유아와 임산부 등 긴급 인도지원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고, 2014년 이후 실제 북한 농장에 방문하여 조사를 한 적이 없으며 그 이전 추계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협력하에 조사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즉 WFP가 스스로의 추계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언론에 북측 식량위기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에 긴급구호를 결정하고 북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 농무부의 위성추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타(Mita) 박사의 학술회의 발표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미국 역시 정확한 식량농업 상황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위성추적은 날씨변화를 중심으로 북 농업과 곡물 현황을 추정하는데, 옥수수의 경우에도 수 천가지 품종이 있고, 벼의 모내기 시기, 농약, 비료 등 구체적인 정보, 가뭄과 홍수에 대응하는 당국과 농민의 대응 방식, 급격한 농업개혁과정에서 포전제 현황 등 참고사항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두만강과 압록강 사이에 북중 국경의 날씨와 농업 방식이 상당히 상이하여 중국 동북과 러시아 연해주에서 농업이 북한 농업 연구에도 참조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재 북한 농업과 식량 정보 추계는 오히려 소설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필자는 북중 국경 등에서 지속적 관찰을 하고, 중국 학술회의에서 북측 학자나 북을 조사하는 연구자들과 교류를 통하여 보완적인 상황을 청취했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 필자는 대북 제재가 북한의 무역 경제 재편의 계기가 되고, 북측 당국과 주민도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제 북한 내에서 수산물 수출이 어려워지자 수산물 가격 인하에 따라 북한 주민에 대한 수산물 공급이 증가했다. 일부 서방언론에 어류가 항구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한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로동신문>에는 양식과 어업활동에서 어획량 증가를 위한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석탄 등 광산분야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임가공 관련 제재에도 대량의 원단수입을 지속하고 있고, 원유와 가공유 제한조치에도 페이트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자동차, 택시가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대북 제재의 핵심이 되는 석탄의 경우도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석탄 가격 하락에 따라 발전소 투입량이 늘어나면서 전기생산이 증가하고, 주민들의 취사에 저렴한 석탄이 공급되고 있다.

어두운 산속의 야간 조경

최근 필자의 북중 국경지역 방문에서 가장 극적인 지역은 자강도 중강군 호하로동자구의 3월 5일 청년동광이었다. 중국측 관광안내에는 1968년 3월 5일 김일성 수상이 중강군을 방문했을 때 맞은편 중국 린장(臨江) 다리즈(大栗子)에 철광산이 위치하고 있다며 광물조사를 지시, 동광이 발견되면서 3월 5일 청년광산으로 명명된 것이라고 돼있다. 이후 희토류 몰리브덴과 금도 발견됐다. 희토류 몰리브텐은 비행기, 인공위성, 로켓과 미사일 등에 필요한 전략 물자이며, 그 화합물로 세라믹, 유리, 안료와 도료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중국측 안내에는 호하로동자구 인구는 1만 3600여 명이고 광산 노동자는 2600명 정도라고 적혀 있다.

▲ 자강도 중강군 호하로동자구에 대한 중국 측 관광안내 ⓒ박종철


▲ 최근 새롭게 개건한 광산의 신형설비 ⓒ박종철


▲ 청년동광의 버럭을 활용한 두만강변의 제방공사 현장. 북한 전역이 상습적인 홍수로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 김정은 시기 두만강, 압록강 등 북한 전역의 하천에서 제방공사가 실시되고 있다. 필자가 관찰한 제방 중에 최대 수준이다. ⓒ박종철


또 이곳은 2014년 5월 28일 <로동신문> 2면에 조선속도의 본보기로 대대적으로 설명하면서 다시 주목받는 지역이 됐다. 신문은 맞은편인 중국 린장에 방문한 여러 나라 관광객들이 신축된 주택과 광산 등을 촬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맞은 편 중국측은 산골로 관광객이나 마을이 없다. 그럼에도 로동자구 중심부의 관공서, 호텔 등에 대규모 조명과 네온사인이 켜져있고, 영생탑이나 광산 주변에도 상당한 수준으로 조명이 켜져 있다. 신문은 또 과일 생산량이 많아 이 지역을 넘어서 다른 지역으로도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이 지역은 마을 정비 수준이 상당하고, 낮에는 중장비가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또 버럭(광물찌꺼기)을 이용하여 제방공사도 이뤄지고 있었다. 주변 목초지에는 소, 양, 염소, 닭 등이 사육되고 있었고 쐐기밭에 입산금지 조치에 따라 풀이 무성하고 인공조림으로 녹화지역이 많이 생겨났다. 1년전에 비하여 공장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줄었는데 이는 북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1년 사이에 많은 지역에 대기와 수질 등 환경설비가 장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북한의 환경산업 수준이 낮아서 아직도 많은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 자강도 중강군 주변 목장. 두만강과 압록강 전역이 임농복합경영단지로 변화되며, 양, 소, 염소 등 목장이 증가하고 있다. ⓒ박종철


▲ 최근 건설되고 있는 북한의 광산마을의 전형적인 개량형 주택. ⓒ박종철


▲ 호하로동자구의 전경 ⓒ박종철


광물 제재로 인해 광산지역이 암울하다는 서방언론의 주장과 달리 필자가 관찰한 중강 청년동광의 산업활동은 지속되고 있었다. 수출금지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있기 때문에 이같은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만강, 압록강 일대의 천지개벽

우리 언론에는 남북 격차를 비교하며 여전히 북측 경제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당연히 산업화된 지역과 산업화 과정을 겪고 있는 지역의 격차는 상당하다. 그러나 필자가 10여 년 이상 추적 조사를 해온 북중 국경에는 최근 급격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는 중강 청년광산 지역만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고, 두만강과 압록강 일대 변화가 상당히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택시, 오토바이의 움직임이 증가하고, 소토지가 줄고 산림이 증가하고 있다. 의류원자재 수입증가와 탄소하나 산업 등의 영향으로 주민들의 의복 수준이 상당히 향상됐다. 야간 불빛도 증가하고 있다. 제재 전후 서방의 북측 경제활동에 대한 추계가 부정확하고, 여전히 국경 지역 경제는 점진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자강도 중강군 호하로동자구의 중심지. 행정시설과 숙박, 위락시설 지구.(위) / 자강도 중강군 호하로동자구와 청년동광 전경(아래)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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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교수는 북한문제로 일본 토호쿠대학 법학연구과 석사와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는 북중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학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흥사단 도산통일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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