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그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된 인터넷 신문의 총선 선거 보도에 대한 입장과 고민이 드러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 주요 인터넷 신문들은 기존 매체와 차별화한 총선 보도를 통해 '언론의 새로운 상'을 지향해 갈 것을 밝혔다.
***"인터넷 신문, '선택과 집중'-'다른 시각'으로 차별화해야"**
28일 오후 2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민언련 주최로 열린 '인터넷매체 선거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송경재 박사(정치학, 경기대학교)가 발제를 맡고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 <오마이뉴스> 정운현 편집국장,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 <브레이크뉴스> 이창은 편집국장, 황용석 교수(신문방송학, 건국대학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송경재 박사는 '인터넷 언론과 17대 총선'이란 발제문에서 "인터넷 신문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국민들이 인터넷 신문에 대한 기대가 큰 지금 총선 때도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선택과 집중'과 '시대 소명에 부응한 개혁적 가치를 지향하는 다른 시각'을 내세울 것"을 주문했다.
송경재 박사는 "4월 총선에서 인터넷 신문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해서 이슈를 선점하고 확산했을 때, 그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면서 "인력과 자본력의 열세를 오히려 기회를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박사는 또 "단순히 후보들에게 지면을 기계적으로 50대 50으로 유지하는 것은 진정한 중립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런 행태를 해왔던 기존 언론이 권력자들에게 결코 중립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았다"면서 "진정한 언론의 중립은 '역사 발전과 민주주의 공고화에 부응하는 개혁적 가치를 지향하는 중립성'"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신문이 이런 '시대 소명에 부응한 다른 시각'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 정치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특정 정당 편들자"**
이런 송 박사의 지적에 대해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브레이크뉴스> 등 주요 인터넷 매체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기존 언론과 차별화된 보도를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언론의 중립 문제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대표는 "인터넷 신문만이라도 사실은 제대로 전달하되, 선거 분석 등에 있어서는 특정 정당에 편파적인 솔직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또 "특히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지지할 경우, 거대한 권력에 기대 반대급부를 얻은 권 언론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과거처럼 행정이 막강하지 않고, 감시와 견제 기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의 총선 지원 연대인 '국민참여 0415'에 참여한 <서프라이즈>의 상황에 대한 정당화인 셈이다.
<오마이뉴스>의 정운현 편집국장도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대표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언론이 특정 정치 세력에 올인(all-in)할 수는 없지만, 올인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꼭 잘못 된 것도 아니다"면서 "사실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도를 하되, 정치적 색깔이 분명한 의견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독자들이 인터넷 신문에 원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을 전제로 좀더 확실하고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사안별 호불호를 밝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해서 <프레시안>의 박인규 대표는 다른 의견을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박인규 대표는 "특정 언론이 정치적 편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항상 현실 정치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적인 기능을 지키는 기본 전제라고 생각한다"고 두 사람의 입장과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특히 진보와 변화를 지향하는 인터넷 신문이 노무현 정부의 행보에 대해서 일방적인 추종을 하는 식의 입장을 갖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현실의 특정 정치 세력에 올인하지 않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현실 정치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노동자, 농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진보정당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는 등 장기적으로 대안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인터넷 신문의 역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신문, 자기성찰도 필요해"**
한편 토론회에서는 인터넷 신문의 최근 행보에 대한 자기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다양한 대안도 함께 논의됐다.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는 "지금 인터넷 신문의 영향력은 상당 부분 현실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여전히 '대안 언론'보다는 조중동에 대한 '대항 언론'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언론이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다양한 견해들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인터넷 신문의 방향을 제시했다.
<브레이크뉴스> 이창은 편집국장도 "인터넷 신문이 특정한 현실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 기사를 양산함으로써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한 정치과잉을 부추긴 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정치 문제를 공공의 이익에 입각해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교수도 "현재 인터넷 매체에 대한 주목은 상당한 '거품'이 있다"면서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등이 지향하는 정체성과 독자들의 기대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 만큼, 각 매체의 성격에 맞는 고유한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또 "인터넷 신문들이 정치 보도에 있어서는 특히 다음과 같은 방향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정치 냉소주의를 부추기는 대신 독자들의 정치 지식을 향상시키고, 시민들이 정치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정치 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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