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장에 상주하면서 반입 쓰레기를 검사하는 일을 해온 50대 주민 감시원이 갑자기 쓰러져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에 숨진 주민 감시원은 상습적인 두통을 호소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50대 주민 감시원, 1년6개월만에 쓰러져**
파주환경운동연합은 파주시 탄현면 쓰레기 소각장에서 1년6개월 동안 주민 감시원으로 일해온 권모(55)씨가 지난 7일 새벽 5시40분경 소각장에서 쓰레기 반입을 감시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119로 일산병원으로 후송됐으나, 1주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14일 숨졌다고 밝혔다. 직접 사인은 간 기능 저하와 급성 신부전증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 환경운동연합은 "건강하던 권씨가 지난 가을께부터 두통을 호소해왔고 직접적인 사인이 독성 물질을 걸러주는 간 기능과 콩팥 기능이 갑자기 악화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소각장 현장에서 나오는 각종 배기가스 등에 포함된 다이옥신이나 수은과 같은 독성물질이 권씨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파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권씨와 소각장에서 같이 일하는 다른 감시원도 '현기증을 느낀 적이 있다'면서 고통을 호소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들도 건강했던 권씨의 갑작스런 죽음을 소각장 일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말수가 적은 권씨가 2명의 다른 동료와 함께 1년6개월 동안 새벽 4시에서 정오까지 일을 한 이후, 지난 가을부터 '왜 이렇게 어지럽지', '머리가 아파' 등의 고통을 호소해 왔으나, 평소 건강한 탓에 무심히 들어 넘겼다는 것이다.
***파주시 "권씨 죽음 소각장 탓도 아니고, 시가 보상해 줄 의무도 없다"**
한편 이런 권씨의 죽음에 대한 가족과 환경단체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 파주시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파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소각장 주민 감시원은 파주시장이 위촉해, 파주시가 제정한 복무규정을 따라왔으며, 파주시가 통장으로 120여만원의 월급을 넣어왔다는 것이다. 그간 주민 감시원들은 산재보험이나 건강 진단 등을 시에 요구해 왔지만, 파주시는 계속 거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 감시원은 쓰레기 소각장에서 태울 수 없는 쓰레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소각장이 제대로 확인하는 일을 하는 직책으로, 행정기관의 편법․불법 행정을 우려해 주민들이 추천한 감시원을 위촉해 왔다.
파주시 관계자는 이런 가족과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권씨 사인은 뇌출혈로 알고 있고, 간이 나빠진 것은 평소에 술을 많이 마셨던 것으로 들었다"면서 "소각장 환경 탓에 질병을 호소하는 직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에, 권씨 죽음도 소각장 환경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또 "시와는 고용 계약을 맺지 않은 만큼 보상해 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앞으로 개인보험의 형태로 가입시키는 것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하기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 소각장은 각종 보험 가입, 주민들 건강진단도 실시해**
서울시 강남 소각장을 비롯한 일부 소각장의 경우에는 시가 위탁업체를 통해 주민 감시원들이 산재보험 등 각종 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인근 주민들의 건강진단도 지속적으로 실시해온 것으로 확인돼, 2002년 7월부터 쓰레기 소각장 가동을 시작한 파주시가 그간 늦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전국 쓰레기 소각장 연대회의 이석선 공동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강남 소각장의 경우 위탁업체를 통한 각종 보험 가입도 돼 있는 상태도, 다이옥신이나 납 등 독성물질이 인근 주민들의 몸속에 축적되는지를 시와 협의해 지난 3년여에 걸쳐 계속 건강 진단 등을 통해 살피고 있다"면서 "파주시의 경우는 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이런 비판에 대해 "행정 절차를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비판"이라며 "파주시도 최선을 다해 왔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2003년 11월 1인당 50만원의 인근 주민에 대한 건강 진단 예산이 확보돼 파주시에서도 소각장 인근 주민에 대한 건강 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7일 오전, 경기도 쓰레기 소각장 연대회의 소속 20여명은 파주 쓰레기 소각장을 방문한 뒤 ▲시 예산으로 주민들의 건강 진단을 실시하고, ▲공정한 연구기관 등을 통한 소각장 일대의 대기오염 조사, ▲환경부의 지방자치단체 운영 소각장 실태 조사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쓰레기 반입 중단 등 강경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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