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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속 닭은 싫다"…'자발적 퇴교'!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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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속 닭은 싫다"…'자발적 퇴교'! 당신의 선택은?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졸업장 장사' 대학 거부는 계속될 것

자퇴 대자보! 10일, 대학생 김예슬 씨는 다니던 대학에서 '자발적 퇴교'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혼자 조용히 자퇴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장문의 대자보를 다니던 대학에 붙였습니다. 전지 3장의 글에는 끊임없는 불안과 경쟁만을 조장하는 대학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담겼습니다. (☞관련 기사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그는 대자보에서 "스무 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죽을 때까지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나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대기업 하청 업체가 된 대학을 거부한다"고 외쳤습니다.

김예슬 씨는 남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학생입니다. 높은 등록금과 취업난 때문에 방황하고 실의에 빠져있는 세대의 솔직한 심정을 적은 그 대자보의 내용은 많은 울림을 줍니다. 그의 용기에 큰 격려와 감사를 보냅니다.

바쁜 외출 시간에 쫓기면서 이렇게 다시 자판을 두드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개인적인 사정도 한 몫 합니다. 이 '자퇴 대자보'를 읽어보니, 구구절절 내가 둘째 아이와 벌인 논쟁들이 거의 담겨져 있더군요.

▲ "대학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나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알만 낳는 닭이 아니다. 나는 알 낳은 닭이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다." ⓒ프레시안

둘째 아이가 지난 여름, 세 번째 자퇴를 선언했습니다. 중학교 때 한 번, 고등학교 때 한 번을 거쳐 세 번째입니다. 그 애도 김예슬 씨처럼 남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학교에 다녔지만, 그것이 그 아이의 자퇴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주장은 "대학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나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알만 낳는 닭이 아니다. 나는 알 낳은 닭이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저변에 깔린 가장 큰 이유는 '경쟁에 대한 환멸'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대학 등록금을 비롯한 대학 교육 과정, 대학 운영 방식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됐습니다. 무엇보다 '경쟁하기 싫다'는 그 때 그 아이의 주장을 들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부모이기 때문에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대학 졸업장만 따라"며 아이를 설득했습니다. 하다못해 그 애의 20대 친구들까지도 그랬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이란,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한 길 중에 하나임을 부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겁니다.

부모인 나는 둘째 아이의 자퇴 선언에 대해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으로는 내 아이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세상을 살기를 바란 것이 사실입니다. 그 애가 처음으로 자퇴를 선언한 15살부터, 지난 10년의 시간은 서로에게 많은 고통과 갈등,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의 외로움이 뒤범벅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는 세 번의 자퇴 선언을 통해 나름의 주체성과 창의력, 열정과 문화적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인생은 공평한지라 그에 따르는 어려운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모의 요구를 애처롭게 여긴 둘째 아이는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이번에 자퇴 선언이 나온 그 대학교에 적을 두게 되었습니다. 3월 2일 새 학기를 시작해 이제 두 번째 주를 맞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김예슬 씨는 대자보에서 이 선택으로 "길을 잃고 상처받을 것"이며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해도 탑은 끄떡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용기 있는 고백입니다. 모두들 닭장에 갇힌 '닭'이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어 합니다. 그 모든 사람의 의지와 용기는 한국 사회에 샘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퇴 대자보에 많은 학생이 관심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카메라를 들고 등교한 둘째 아이도 아마 그 대자보가 붙은 장소에 들를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둘째 아이의 자퇴 선언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한 제 한계를 새삼 깨닫습니다.

그리고 김예슬 씨를 포함해 이를 받아들인 그의 부모님, 대학 자퇴를 꿈꾸는 또 다른 아이들, 자퇴를 둘러싸고 부모와 갈등을 겪는 우리 아이들의 앞날에 행운과 평화가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자퇴가 '개인의 심각한 선택'이 아닌,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될 날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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