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어수선해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출마하려 하면 빨리 하겠다고 하고, 말려면 '확실히 출마 안하겠다'고 밝히든지 해야지...벌써 몇달째냐."
재정경제부 고위 간부의 말이다. 그의 말도 그렇게 과장이 아닌 것이, 재경부는 지금 벌써 몇달째 장관과 차관의 '동시 출마설'로 어수선하다.
***몇달째 장-차관 출마설로 어수선한 재경부**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오래 전부터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우리당은 수원 영통구라는 분구 예정지까지 지명해 출마를 강권하는 분위기다.
김광림 재경부차관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동시 구애를 받고 있다. 그의 고향인 경북 안동 지역에서의 지명도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몇달째 "총선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지금은 경제에 전념해야 할 때"라는 입장만 되풀이해 밝히고 있다.
한 예로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출마 사실이 거의 확정된 20일에도 "경제에 전념해야 할 때로 현재로선 출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 동시 구애를 받고 있는 김광림 차관은 "차관이 된 후 고향에 한번도 내려간 적이 없다"며 출마설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내 분위기는 "결국 출마들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김 부총리의 경우 당선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고, 김 차관의 경우 어느 당으로 출마할 것인가가 고민일뿐, 출마는 기정사실"이라는 게 재경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김 부총리는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데 과연 출마해 당선될 수 있을지를 아직 확신 못하고, 여론조사 방식을 빌어 그를 각료교체 1순위로 꼽아온 참여연대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도 신경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전임자인 진념-강봉균 재경장관이 총선에 출마했다가 예외없이 낙선의 고배를 마신 대목도 김 부총리의 결심을 늦추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장-차관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럴 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출마 여부를 밝히는 게 경제정책 추진의 일관성이나 조직의 안정성 등 여러 면에서 바람직해 보인다"는 재경부 분위기를 전했다. 몇달째 계속되는 '정치 외풍'으로 인해 경제사령탑의 분위기가 전례없이 어수선하다는 따가운 지적이다.
***이헌재, 김종인 영입경쟁도**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새로 국회에 영입돼야 할 정치인으로 '경제전문가'들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물경제가 IMF사태이후 최악인 데 따른 당연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그러다보니 최근 노무현대통령을 비롯해 최병렬 한나라당대표, 조순형 민주당대표,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 모두가 '경제'와 '민생' 챙기기를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총선후보 영입경쟁에서도 경제통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가 소식통에 따르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을 전국구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전국구 영입을 위해 열심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모두 정계 진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각당의 영입 열기는 아직 식을 줄 모으고 있다.
이같은 경제전문가 영입 노력은 그동안 우리 정치권이 너무 경제를 등한시해왔다는 점에서 분명 일진보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재야인사들도 아니고, '몇달씩'이나 출마 여부를 놓고 경제부처 수장들의 이름이 들먹이는 대목은 경제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제의 천적은 다름아닌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진표 경제부총리 말대로 "지금은 경제에 전념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여러 각료들 가운데 경제부처 장-차관들만이라도 하루빨리 출마 여부를 확정짓고, '새 경제팀'이 경제알리기에 전념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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