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오는 24일 서울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시작된다. 내년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부담을 높이기 위한 압박을 예고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외교부는 23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 간 회의가 24(화)~25(수) 간 서울에서 개최된다"며 지난해 협상 대표였던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대표가 수석대표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 대표와 함께 한국 측은 외교부, 국방부, 기획재정부, 방위사업청 등 관계부처 관계관이 참석할 예정이며 미국 측은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수석대표로 국무부, 국방부 등 관계관이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양국이 이번 만남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닻을 올렸으나,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직전 협상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앞두고 대외적인 부문에서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협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액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면서, 실제 협상 막판 상당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한미 양측은 지난해 12월 11일~13일 사흘 간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서 총액과 유효기간 등에 접점을 보이며 연내 타결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미국은 돌연 '최상부의 지침'이라면서 그동안 협의 내용을 무시하고 총액 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를, 유효기간 1년(기존 유효기간은 5년)을 제시했다.
당시 최상부 지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이들 국가들이 방위비 분담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최상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중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본격화되기 전에도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8월 7일(현지 시각)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지급할 (방위비분담금의) 금액을 높이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 외교부는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과 합의했다. 그들은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한국에 3만 2000명의 군인을 주둔시키고 있고 82년 동안 그들을 도왔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오는 23일(현지 시각, 한국 시각 24일 오전)로 예정돼있는 한미 정상회담 때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언급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경우 한국 정부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그의 분담금 인상 요구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일본의 수출 통제로 인해 한일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끝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며, 인상 폭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조정할 수 있을지가 협상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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