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 경질 소식을 접한 미국 언론들이 경질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며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예외없이 향후 한-미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며 차기 외교장관 선임이 한-미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AWSJ, "윤 장관 경질 사태 확대, 미 정부 묵과 안할 것"**
미국 월가 보수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는 16일자 사설을 통해 "윤영관 장관의 경질 사태가 확대될 경우 미국 정부가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WSJ는 이와 관련, "윤 장관의 경질보다 더 나쁜 소식은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추가 경질을 시사한 것"이라며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지만 대통령 폄훼발언 파문의 당사자이기도 한 조현동 북미 3과장 등이 최우선 경질 대상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사설은 또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가 군사동맹까지 해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미간의 군사동맹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지라도 이같은 행보가 계속될 경우 미국 정부가 이를 '묵과한' 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성 주장이다
AWSJ는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권 출범후 악화된 한미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외교관들을 노 대통령이 포용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AWSJ는 또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는 미국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것'이라는 선동적인 발언을 하다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데 있어 한미 군사동맹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뒤늦은 선언을 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노 대통령에 대해 뚜렷한 자제력을 보여왔다"면서도 "윤 장관 경질과 같은 사태가 계속될 경우 미국의 인내심을 빠르게 바닥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설은 윤영관 장관에 대해 자세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외교 장관 취임당시 "윤 장관은 부시 행정부 측에 북한을 붕괴시키는 것보다는 몇 개의 무기를 더 가지도록 허용하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에 전혀 우호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며 "이 때문에 윤 장관의 경질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건으로 최근 노 대통령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하지만 한때 좌파 성향의 학자이기도 했던 윤 장관은 외교장관으로 활동해온 지난 1년 새 반세기 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있어 미국의 군사력이 갖는 의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됐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노 대통령에게 한미 관계를 감안해 이라크 파병 규모를 확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며 이같은 태도 변화가 결국 노 대통령의 불화를 낳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LA 타임스, "윤 장관 경질로 한미관계 위태로워질 수도"**
미국 서부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로스엔젤레스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윤영관 장관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계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국내정치갈등으로 사임했으며 이로 인해 한미관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LA 타임스는 이어 비영리 단체인 아시아 재단 서울사무소 대표인 스콧 스나이더의 말을 인용, "이번 사건은 국내 정치 갈등으로 발생한 것이지만 대미 정책이 갈등의 배경"이라고 지적해 대미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세웠다.
신문은 또 "차기 외교부 장관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한미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다루어질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해 후임 인선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NYT, "대미 의존도 줄이려는 노 대통령의 승리"**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도 15일, "대미관계에서 보다 독립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외교부 직원 파문으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사임했다"고 소식을 전하며 대미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주요 원인이었음을 지적했다.
NYT는 이어 "윤영관 장관은 노 대통령의 시각을 지지했지만 반미 감정은 미국과의 전통적인 우대관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보는 외교부 내 세력을 무마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양 신문은 또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긴밀한 동맹국이었으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미국으로부터 자주적인 정책을 채택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당선됐다"며 "하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보다 실용적인 접근 태도를 보여왔다"고 전했다.
NYT는 "윤 장관의 교체는 지역내 외교정책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성향을 보여온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로 보여진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WP와 NYT는 이번 경질이 차기 6자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WP는 "이번 교체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한 협상에 북한을 끌어들이려 시도하는 과정에 발생했다"며 "현재 한국은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해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을 보였다.
NYT는 이와 관련, "자주 외교 정서가 차기 6자회담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되지는 않지만 한국 외교 전문가들은 실무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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