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흑연감속로에 의한 핵 활동 동결’ 의사를 밝혀 핵 동결 의사를 재차 밝히고 나온 가운데 미국측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방문했던 미국 민간 대표단으로부터 1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져,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 국무부, “영변 핵시설 시찰 보도, 아직 시기상조” **
미국 국무부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정례 브리핑을 갖고 “우리는 지난 10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방북대표단의 방북 결과에 관한 초기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대표단이 영변 핵시설 방문을 통해 최근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직접 시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는 “현 시점에서 그같은 보도는 시기상조일뿐 아니라 추측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까지 그렇게 구체적인 문제까지 알고 있지 않으며 우리는 이 대표단이 워싱턴으로 돌아온 후 총체적이고 더욱 충분한 결과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럴리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방북 대표단의 방북 결과에 대한 보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한국을 방문중인 미국 의회 방북팀도 “북한 영변 핵시설을 둘러봤으나 그것에 대한 의미나 성격 규정은 시기상조”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성락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12일 오후 방북후 한국을 들른 리처드 루거 미 상원외교위원장의 키스 루스 보좌관 및 조지프 바이든 상원외교위 간사의 프랭크 재누지 보좌관을 만난 뒤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발언을 전했다.
위 국장은 “미 의회팀은 이번 방북에서 북핵과 관련 뭔가 입증되거나 확인되지 않았고 아직 불명확한 점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며 “이들은 전문가팀으로 함께 방북했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영변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과의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 대표단, 방북 기간중 김계관 외무성 부상 10시간 면담**
하지만 방북기간동안 미국 민간대표단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10시간 정도 면담하고 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상당 수준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 국장을 만나기 전 이날 오후 박찬봉 통일부 정책 심의관을 만난 대표단의 재누지 보좌관은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들 대표단과 만난 김 부상은 대화 도중에 이들 대표단의 초청 목적과 관련, “핵상황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북한에 대한 신비 상태를 제거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재누지 보좌관은 전했다.
재누지 보좌관은 또 “영변 핵시설은 지난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 정도 둘러봤다”며 현장에서 보고들은 내용에 대해서는 소속 의원들에게 먼저 보고한 뒤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의회 방북팀은 13일 우리나라를 떠나 일본으로 출국,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과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한 뒤 15~16일께 미국으로 귀국해 20일께 열리는 상원청문회에 출석, 증언할 예정이다. 이들과 같은 시기에 방북후 귀국한 북핵 전문가팀도 청문회에 참석, 증언하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전문평가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 “‘동결 대 보상’ 합의시 흑연감속로에 의한 핵동결 용의”**
한편 북한은 12일 재차 핵 동결 의사를 밝히고 구체적 방법으로 ‘흑연감속로에 의한 핵 활동 동결’을 제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회견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일괄타결안에 따르는 동시 행동으로 핵문제를 해결할 진정한 의사가 있고, 그 첫 단계 조치로 ‘동결 대 보상’에 합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도 비핵화를 위한 출발점으로서 흑연감속로에 의한 핵활동을 동결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미국 행정부 관리들이 북한 핵동결에 대한 ‘대가 제공’은 없다고 강조한 사실을 비난하면서 “미국이 우리의 말귀를 그렇게도 알아들을 수 없다면 다시 한번 명백히 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USA 투데이는 이와 관련, 12일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한 측의 핵시설 방문 허용에도 불구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북핵 협상을 위한 대가로 경제적 지원이나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같은 북한의 ‘흑연감속로에 의한 핵 활동 동결’ 시사 발언은 핵 활동 동결 방안을 특정한 것으로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에 의한 핵 개발’ 혐의를 거듭 부인하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푸잉(傅瑩)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도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한-중-일 외무국장급 회담에서 북한의 농축 우라늄 계획에 대해 관련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이와 함께 북핵 전문가들은 흑연감속로에 의한 핵 활동을 강조함으로써 지난해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통해 추출된 뒤 ‘용도 전환된’ 무기급 플루토늄 폐기 문제를 장기 해결과제로 남겨두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또 ‘행동 대 보상’이라는 표현 가운데 ‘보상’이라는 말은 미국의 경수로 건설 및 경수로 완공까지 계속되는 매년 50만t의 중유 제공 의무 등 제네바 합의 이행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주 미국서 북핵 관련 한-중-미 3자 조율**
한편 이번 주 미국에서 한-중-미 3국 조율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6자회담 차석 대표인 푸잉 국장과 닝쿠푸이(寧賦魁) 북핵담당 대사가 워싱턴에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과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위성락 국장도 13~14일 워싱턴을 방문 켈리 차관보와 조지프 디트라니 국무부 한반도 담당 특사, 도널드 카이저 국무부 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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