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성명 발표 1주년이 10일, 북한과 미국이 여전히 ‘핵동결’과 ‘핵포기’를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이 핵포기 성명을 발표할 경우 미국도 안전보장 성명을 발표하겠다"는 한단계 나간 입장을 밝히고 중국도 다음주 미국에 특사를 파견키로 해 다음주가 제2차 6자회담 개최의 최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미국, “북한 핵 포기 발표하면 미 안전보장 성명 발표”**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갖고 “북한에 대해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는 분명한 태도 표명을 요구한다”며 전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되풀이하면서도 “그러한 성명은 안전보장에 관한 우리의 성명에 대응되는 성명”이라고 말해, 북한의 핵포기 성명이 나올 경우 미국도 북한의 안전보장 성명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만일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그런 맥락에서 안전보장을 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회담의 다자들은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두려워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바우처는 그러나‘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종식하겠다는 분명한 성명을 내는 것과 미국이 이에 대해 안전보장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차기 6자회담을 위해 모두 이뤄져야 하는 회담재개의 전제조건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회담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답해, 북한의 성명 발표를 차기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북한의 최근 성명에는 일부 새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핵무기 프로그램뿐만이 아닌 평화적인 전력발전 프로그램으로 간주되는 것까지 포함하는 핵프로그램의 제거에 관해 얘기한다”고 말해, 경수로 중단의사까지 밝힌 북한의 지난 6일 '대담한 양보' 제안이 지난해 핵동결 발언에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했다.
***北 "리비아사태 북에 영향 없어”**
한편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NPT 탈퇴 1주년을 맞아 10일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정식 탈퇴한 때로부터 1년’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공화국 정부는 미국이 우리를 겨냥한 소형핵무기 연구를 법제화하고 막대한 예산까지 배당한 상태에서도 핵 활동을 동결할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며 '핵 동결' 방침을 재차 밝혔다.
방송은 또 “미국은 지난해 1월10일 NPT 탈퇴 성명이 발표된 다음에도 우리의 평화적 핵 활동을 오도하면서 국제적 압박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악랄하게 책동했다”고 비난한 뒤 “세계는 지금 미국이 동시행동과 평화공존의 원칙에서 진정으로 조선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측 요구를 미국이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일부 중동 국가에서 연출한 사건을 광고하면서 그 효과가 조선반도에서 재현되지 않겠는가 하는 환각에 빠져 있다”며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선언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같은 중동 사태가 결코 북한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북중인 美민간대표단 방북성과에 만족 표시**
이처럼 북한이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방북한 미국 민간 대표단이 현재까지의 방북 성과에 만족을 표시하고 영변 핵시설에 접근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AFP 통신의 9일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지프 바이든 의원의 보좌관 자격으로 방북중인 프랭크 재누지 보좌관은 “지금까지 방문은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 이상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다른 대표단원들도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이밖에 같은 날 북한에 입국한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을 지낸 핵 군축 전문가인 존 루이스 명예교수와 로스앨러모스 핵연구소장을 역임한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북한 전문가인 잭 프리처드 전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특사등은 영변 핵시설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AFP통신은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 “이 팀은 북한내에서 비공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은 9일 현장(in the field)에 갔다”고 전해, 이 방북팀이 영변 시설을 방문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두 팀은 모두 10일 베이징으로 돌아올 예정이어서 방북 결과 발표가 주목된다.
***중국 특사 다음주 미국 방문**
한편 북-미간 갈등을 풀기 위해 중국의 푸잉(傅瑩) 외교부 아주국장과 닝 푸쿠이(寧賦魁) 북핵 특사가 미국을 방문키로 해 주목된다.
신화사통신은 9일 중국 외교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차기 6자회담 성사를 위해 중국 특사가 다음주중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이들은 미국측과 차기 6자회담 관련 실무 협의를 하고 견해를 교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미를 통해 중국이 북-미간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중재안을 내놓고 미국이 이를 수용하는지 여부가 제2차 6자회담을 성사 여부를 결정지을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며, 중국이 들고갈 보따리 내용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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