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채용 시부터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9일 특별한 이유 없이 여성과 남성에게 각기 다른 등급을 부여해 여성을 승진과 임금에서 차별한 (주)KEC에 대해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진정된 내용에 따르면 반도체와 반도체부품을 생산하는 KEC는 생산직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여성에게 남성보다 낮은 등급을 부여했다. 채용 후에도 여성은 단순 반복 업무에만 배치하고 승진에 필요한 직무와 직위는 남성에게만 부여하는 등 직무 배치에도 성별에 따른 차이를 두었다. 이에 따라 같이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한 여성 근로자는 현재도 전원 사원인 반면 남성 근로자는 대다수가 관리자로 승격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20년 이상 재직한 생산직 근로자 108명 가운데 여성 52명은 모두 사원급인 반면 남성 56명은 모두 관리자급으로 승진했다. 생산직 근로자 전체 353명 중 여성 151명 모두 사원급인 반면 남성은 90.1%인 182명이 관리자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KEC 측은 "세밀한 주의를 요하는 업무에는 과거부터 여성 근로자를 많이 채용했는데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반복 작업이므로 생산직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부여했다"며 "반면 관리자는 전체 공정의 이해와 함께 설비에 대한 기본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하고 무거운 장비를 다뤄야해 '체력이나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겸비한 남성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해명에도 "성별 고정관념 및 선입견에 기인한 비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조사결과 생산직 제조직렬의 경우 남녀 근로자가 남녀 구분 없이 3조 3교대로 운영되고 있고 출하 및 품질관리 직렬 근로자들도 제조직렬에서 순환근무를 했다"며 "생산직 남녀 근로자들의 작업조건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권위는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설비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경험은 교육훈련이나 직무부여 등을 통해 여성 근로자들도 쌓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회를 남성 근로자에게만 부여하고 여성 근로자에게는 전혀 제공하지 않은 것은 해당 회사가 여성 근로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최초 등급부여 때부터 차별을 받은 생산직 여성 근로자들은 근무하는 기간 내내 남성 근로자에 비해 임금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이는 남녀 임금격차가 경력단절 뿐 아니라 승진 배제 등에서 비롯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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