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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중국 눈치보기'에 역사학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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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외교부의 '중국 눈치보기'에 역사학계 반발

학계, "우리정부 발표, 中외교부 성명인줄 알았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움직임에 관해 중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애써 중국 몇몇 국수주의학자의 돌출행위로 축소하려는 태도를 드러내, 학술단체 등 전문가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외교부, 중국 정부에 고구려사 문제 우려 표명**

박흥신 외교부 문화외교국장은 9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중국 측에 몇 차례 이 문제가 양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전달 방법과 관련, “중국측 여러 요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달했다”며 “중국측도 우리측 언론 보도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우려 전달에 관해 “중국 정부는 '학술적 문제인 만큼 정부가 개입, 정치문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학술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차원의 역사왜곡 의도로 판단하긴 어려워”**

박 국장은 하지만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제기하기 전에는 외교문제화하기 어렵다”며 정부차원의 적극 대처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하려 한 과정을 보면 소장 역사학자들이 변방사를 정리하려는 프로젝트를 중국 정부에 제출하자 당국은 이를 승인했던 것이었다"며 따라서 “보도된 것처럼 중국 정부차원에서 역사왜곡 의도를 갖고 시작했던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박국장 설명이다.

그는 또 “사회주의 체제하의 연구기관이 정부체제하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학자들이 정부정책 통제하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박 국장은 또 문제의‘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에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 관계자가 포함된 데 대해서도 “정부 지원 연구 사업일 경우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지 않아도 이름을 넣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신라후 고구려는 중국 영토였던만큼 자국영토 역사 발표자유 있어"**

박 국장은 북한이 지난해 고구려 고분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데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도 “중국의 방해 때문이 아니라 몇 가지 기술적 요인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고구려 고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에 대해 박 국장은 “북한이 기술적 문제점을 보완한 만큼 오는 16~18일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기술적 평가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서 통과되면 6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는 거의 자동적으로 등재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중국이 한국인의 고구려 고분 접근을 금지했다는 보도에 관련해서도 “중국이 고구려 고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보수작업을 추진하면서 한국뿐 아니라 모든 관광객의 접근을 금했다”며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서는 “고구려 지역이 통일신라 시대 이후에는 계속 중국 변방 영토안에 있었던 것이 사실인 만큼 중국이 자국 영토 역사를 연구하고 발표할 자유는 있다”며 “우리는 중국측의 연구결과물이 나왔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길수 고구려연구회 회장, “중국 외교부 발표문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당국의 설명을 접한 학술단체 등 사회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고구려연구회 회장인 서길수 서경대 교수는 9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한국 외교부 태도를 접하고 중국 외교부 발표문을 읽는 줄 알았다”며 “역사의식이 부재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우선 "여러 중국 요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전했다"는 '비공식 통로'를 통한 우려 표명 방법부터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중요문제인 한국의 역사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서 문제제기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것 자체가 한국 외교부의 역사의식 부재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또 “중국 정부 차원의 역사왜곡 의도를 갖고 시작하지 않았다”는 박 국장의 기자 간담회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지 않아도 이름을 넣어준 것’이라는 발언은 중국을 전혀 모르는 행태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동북공정 프로젝트에는 요녕성 부성장, 길림성 부성장, 흑룡강성 당부서기 등이 포함돼 있으며 중국은 보통 정부 차원에서 일을 모두 도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반박했다.

***"중국 연구기관, 중국 정부가 통제"**

중국의 연구기관을 중국 정부가 통제하지 못한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서 교수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중국 사회과학원은 중국 정부의 의도와 빗나갈 수 없는 철저한 국책 연구원이며, 여기에서 나오는 학술 연구는 중국 정부의 뜻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를 정치적인 수단이 아닌 학술적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중국측 주장에 관해서도 서 교수는 “중국이 이미 정치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서 교수는“중국은 2000년까지 고구려 문화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북한이 갑자기 신청하니까 그제서야 등재하려 나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정치적인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박했다.

***"전날까지 공개하던 것, 한국 답사단 도착 이후 갑자기 금지"**

서 교수의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의 지린성과 랴오닝 성을 답사했던 서교수는 “중국 정부가 고구려 유적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 답사를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교수는 “중국이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보수공사로 공개 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를 마치고 10월1일부터 정식으로 공개를 시작했었다”며 '공사관계로 한국인뿐 아니라 모든 외국인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는 박국장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그는 그 당시“가는 곳곳마다 공안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광개토대왕릉비 앞에는 군견 4마리와 경찰 4명이 24시간 교대로 경비하고 있었다”며 “사진 촬영도 허용했던 유적 출입이 금지된 것은 물론이고 일반에게 공개된 집안 박물관 입장조차 금지당했다”며 중국 당국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박물관의 경우 12월25일부로 구멍이 뚫려서 다시 정리한다는 등의 변명을 댔지만, 전날까지 중국인이 관람했다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산하 연구소, “北의 등재 의도, 정치외교적 계산”**

서길수 교수는 이밖에 북한이 고구려 벽화를 세계문화유산에 신청한 것을 북한의 정치적 행위라고 비난한 책을 중국 국책연구기관 산하 연구소가 발간했던 점을 들어 정부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책임기관인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邊疆史地硏究中心)’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마다쩡(馬大正) 위원장은 지난해 10월중 펴낸 <동북변강연구시리즈>에 포함돼 있는 <고대중국 고구려 역사속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북한이 고구려 벽화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신청한 것은 순수한 학술적 의도가 아니라 정치 외교적 이익을 계산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그는 또 “북한의 고구려 연구는 1960년대의 연구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남한의 경우에도 70년대 재야사학자들의 고대사 왜곡 파동과 군사정권 시기의 대북팽창 역사관 등의 비학술적 연구행위가 있었다”고 비난했다.

한마디로 말해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의 제1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하고 북핵문제에서 중국이 주요한 중재자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미온적이고 소극적이라는 게 학계의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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