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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s SK ' 배터리 전쟁', '압색' 당한 SK 수세에 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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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s SK ' 배터리 전쟁', '압색' 당한 SK 수세에 몰리다

LG화학, 연간 1000억 원 소모되는 '전쟁' 벌인 배경은?

몇 년 내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선다는 2차 전지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국제적인 소송을 벌이고 있다. 세계 1위의 2차 전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기술을 빼내가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지난 17일에는 급기야 경찰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압수수색까지 했다.

LG화학이 기술 빼내가기 혐의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두 기업이 상당기간 타협으로 문제를 풀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왠 소모전이냐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익을 생각해서 정부가 개입하려다가 포기했다고 할 정도로 두 기업간의 소송전은 불가피하고 나아가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점차 호응을 얻고 있다.

국제적인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두 기업은 사실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쟁론>의 저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들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가치는 정치에 의해 결정되며, 정치는 전쟁을 합리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두 총수의 결단으로 조속히 종식될 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LG화학, 연간 1000억 원 소모되는 '전쟁' 벌인 배경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국제적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었는지는 현재의 시점에서 평가하기는 어렵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LG화학으로서는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 직원들이 대거 스스로 SK이노베이션으로 옮겨왔을 뿐, 고급 기술을 보유한 특정 인재를 빼내간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최소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전직 직원들을 채용하는 조건으로 기술유출을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한 전직 직원의 메신저 대화 내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 전직 직원은 이직 전 사내메신저를 통해 동료에게 "나랑 (SK이노베이션) 선행개발에 가서 여기(LG화학) 적용된 거 소개해주면서 2∼3년 꿀 빨다가..." 등의 말을 했다. 동반 이직을 권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 전직 직원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하는 거 다 따라 하려고 한다"라고도 언급한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출신 지원자들을 SK그룹이 운영하는 'W호텔'에서 별도로 면접하고, LG화학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저녁이나 주말로 면접 일정을 잡았다는 것 역시 '기술을 빼가려는 고의적인 의도가 있었다'는 근거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년사이에 무려 76명에 달하는 LG화학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회사 시스템에서 수백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 다운로드, 프린트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2017년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는 점을 내세워, SK이노베이션의 인력 빼내가기에 대해 법원도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의 격차 등을 모두 인정해 지난해 이례적으로 장기간에 해당하는 '2년 전직 금지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이 LG화학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기술격차가 급속히 좁혀지는 요즘 전직 금지 기간이 일반적으로 1년이라는 점에서 LG화학 측의 2차 전지 기술이 경쟁사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지난 5월 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경찰청에 형사고소하고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면서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경쟁사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검찰과 법원에서도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계획적으로 영업 비밀을 탈취했다는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LG화학·LG전자에 대해 특허 침해를 이유로 ITC에 제소했다. LG화학은 소송을 취하하기 위한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맞소송에 나선 것이다.

'전쟁'에는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양사가 소송전을 치르면서 소모되는 비용만 각각 연간 1000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개발에 들어갈야 할 아까운 비용이 소모전에 쓰이고 있는 점을 두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LG화학 측은 기술을 빼내가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경쟁사를 응징하기 위해서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30여년 동안 막대한 투자와 연구를 통해 축적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더는 묵과하지 않고 법적 조치를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송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재계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 소송이 양측 모두 소모적인 일이지만 LG화학이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앞으로 큰 규모로 성장할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기업의 지적재산권과 영업비밀, 특허 등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등에 따르면, 2017년 330억 달러(약 37조 원)였던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600억 달러(약 182조 원)로 커져, 1490억 달러(약 169조 원)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소모전을 조속히 끝내기 위한 협상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16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약 2시간 동안 조찬 회동을 가지면서 수뇌부 차원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소송전을 끝낼 결정권을 갖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양사의 총수의 결단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조만간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겠냐는 기대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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