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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반대한 예비역 장군, 제명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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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라크 파병 반대한 예비역 장군, 제명 파문

표명렬 예비역준장 정훈동우회서 제명, 5.18때도 항명

신문기고 등을 통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군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개혁을 주장해온 예비역 장군에 대해 재향군인회 등 군 예비역 단체에서 회원자격을 박탈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을 보여 파문이 일고 있다.

***정훈동우회 등 표명렬 준장 제명**

역대 육군 정훈병과장 모임과 정훈장교들의 단체인 '정훈동우회'는 지난해말 육군 정훈감 출신 표명렬 예비역 준장을 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육사 동기회에서도 조만간 자격박탈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표 장군이 육사동기회에서 제명되면 육사 총동창회에서는 물론 ,재향군인회,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에서도 자동 회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같은 사태는 전례가 없는 일로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정훈동우회 관계자는 6일 이와 관련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표명렬 예비역 준장이 그동안 신문기고 등을 통해 군을 비방하고 군 현황 및 과제를 비판하는 등 장군 출신으로는 이해안되는 모습을 보인 데 따른 것"이라고 말해 제명 사태가 최근 표 장군의 진보적 견해 표출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육사동기회측는 재향군인회측의 '육사 동기회 제명' 주장을 일축했다.

표명렬 준장과 동기인 육사 18기 동기회 회장인 조용수회장은 이와 관련 "자격박탈 논란은 신문 보고 처음 알았으며 그런 얘기를 한 적 조차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조 회장은 이어 "표 준장은 개인 생각을 밝힌 것이고 자격박탈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8기 육사 동기회의 이종학 총무도 "전혀 알지 못한 내용이다"며 "박탈 논의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박탈논란을 강하게 부인했다.

***표명렬 장군, 명분없는 파병과 파병논의 허구성 지적해와**

동기회의 이같은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정훈동우회 등의 제명조치는 군출신들의 '경직성'과 '비민주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제명조치의 발단이 표 준장의 이라크 파병 반대주장때문이었다는 점은 앞으로 두고두고 큰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파병 찬성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방부나 예비역들과는 달리 표명렬 준장은 그동안 일관되게 신문기고등을 통해 명분없는 파병에 반대해왔으며 파병론자들의 '맹방'이나 '국익'에 따른 파병논의의 허구성을 지적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6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명분없는 그들만의 파병'이라는 글을 통해 "'맹방'이 국민들에게 기대만큼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챈 수구세력과 보수언론들은 '국익'쪽으로 초점을 돌려 거품을 내뿜고 있다"며 "이들이 주장하는 '국익'에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으며 참으로 시대착오적이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베트남 전쟁에 직접 참전했던 정통 장교출신이기도 한 표 장군은 또 "미국의 무기상과 석유재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되지 않는 그들의 전쟁에 사랑하는 내 자식들을 내몰자는 주장을 그냥 보고있을 수는 없다"고 파병론자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자존심과 도덕적 용기가 국민 누구에게나 고루 돌아가는 국익, 시간이 갈수록 더 확실하게 자랄 진정한 국익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파병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군부 개혁 문제 정면으로 다루기도**

87년 전역한 표 장군은 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무자비한 진압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좌천되기도 하는 등 평소에도 올곧은 '참군인'의 표상으로 후배군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는 최근에는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라는 책을 저술해, 사회 각분야에서 변신의 몸부림 중에서도 오직 성역으로 남아있는 군부의 개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군을 지배하고 있는 절대 복종, 군기 만능, 인격 무시, 생명 경시, 간부 특권 주의 등 권위적 문화를 혁파를 주장했다. 그는 또 군인의 권리와 자율성이 보장되고 책임의식이 자랄 수 있는 역동적인 내무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외형상의 어떤 변화도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표 장군 제명의 직접적 계기가 됐던 지난해 10월6일자 한국일보 칼럼 전문이다.

***[한국시론] 명분없는 '그들만의 파병'**

표명렬(군사평론가·전 육군정훈감)

최근 정부 내 분위기가 '이라크파병'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반대로 일반 국민들의 의견은 시간이 흐를수록 '반대'쪽으로 기울고 있음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다급해진 수구 세력들은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민들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정부와 정치권의 기득권 세력들끼리 모여 쏙닥쏙닥 결정한 후 언론을 동원해 북 치고 장구 치기만 하면 간단히 끝낼 수 있었던 시절이 새삼 그리워지겠지만, 세상이 달라졌으니 어쩔 수 없다. 속일 수도 윽박지를 수도 없는 세상이 됐다.

파병론자들은 '맹방'과 '국익'의 논리를 내세워 열을 올린다. 그러나 '맹방'의 명분은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준 과거의 크고 작은 실증적 사례들에 의해서 빛이 바랜 지 이미 오래다. 특히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미국이 우리를 진정한 맹방으로 여겼다면 그런 참담한 대학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들어선 독재정권의 탄생을 묵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 대한 아쉬움을 가슴 깊이 간직한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

'맹방'이 국민들에게 기대만큼 잘 먹혀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챈 수구세력과 보수언론들은 '국익' 쪽으로 초점을 돌려 거품을 내뿜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국익을 들먹이며 조심스럽게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들이 주장하는 '국익'에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우리가 가난하여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던 시절에나 통하던 '경제적 혜택'이라는 것을 내세워 이게 마치 국익의 전부인양 호도한다.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수도 있는, 당장의 눈앞의 작은 이익을 과연 진정한 국익이라 할 수 있겠는가.

금세기 경영학의 대가로 손꼽히는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본질은 고객의 가치창출에 있다고 말한다. 기업들간에 경쟁력은 어느 쪽이 보다 많은 고객을 감동시키고 만족시키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의 마음을 더 많이 사로잡는 쪽이 이긴다는 말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및 국가간 경쟁력도 이와 마찬가지다. 세계인의 마음을 얼마나 더 많이 사로잡느냐가 곧 국제경쟁력이 되는 세상이 됐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함으로써 세계인의 분노와 우려를 자아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큰 실책이다. 폭력, 더욱이 정의에 바탕하지 않은 폭력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이 인류 역사가 보여준 정률(定律)이다.

미국내의 양심 세력을 비롯하여 세계인의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가 국익을 내세워 뛰어든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고 무모한 짓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방에 확산시킴으로써 우리 당대뿐만 아니라 후세에 이르기까지 두고두고 인류의 손가락질을 받는, 엄청난 역사적 손실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1965년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맹호부대 소총중대의 일원으로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지금도 가끔 노도처럼 밀려오는 적을 향해 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적이 쓰러지지 않고 꾸역꾸역 다가오는 악몽을 꾸며 식은 땀을 흘릴 때가 많다.

살점이 튀고 피를 토하며 발버둥치는 전장의 아비규환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런 전장에 우리 젊은이를 내모는 일에 결코 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무기상과 석유재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되지 않는 그들의 전쟁에 사랑하는 내 자식들을 내몰자는 주장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 누구에게나 고루 돌아가는 국익, 시간이 갈수록 더 확실하게 자랄 진정한 국익을 생각해,"미국의 절대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이 취할 행동은 뻔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를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자. 그런 자존심과 도덕적 용기가 더 큰 국익을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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