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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 해고당한 요금수납원과 가족이 주고받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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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 해고당한 요금수납원과 가족이 주고받은 편지

"엄마가 없으니 어쩐지 집이 텅 빈 듯 해요"

해고된 요금수납원들이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 이행과 구체적인 방안의 노사 협의를 요구하며 도로공사 김천 본사를 점거한지 8일째다. 도로공사가 본사 출입을 통제한 상황. 요금수납원들은 추석을 꼬박 본사 건물 안에서 보냈다. 명절에도 만나지 못한 요금수납원과 가족들은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았다. 아래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싣는다.

박OO 요금수납원의 딸이 보낸 편지

안녕하세요 톨게이트노조 박OO의 딸 김OO입니다~
엄마 얼굴을 못 본지 벌써 5일이 되어가는데요
9일 오전, “추석은 집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는 얼굴로 집 문을 나서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저의 일상은 인터넷 기사에서 엄마 사진 찾기 인데요~
제가 워낙에 엄마 껌딱지여서 매일매일 엄마가 보고싶고 걱정이 되어서
회사 업무를 완전히 뒤로한채 엄마 찾기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ㅎㅎ
일이 전혀 손에 안 잡혀요ㅎㅎ
기사에서 엄마 얼굴 찾으면 사무실 구석에서 엉엉 울고,
유튜브 실시간 영상에서 엄마 찾으면 또! 구석에서 엉엉 울고...
어제 밤에 열렸던 문화제를 유튜브로 실시간으로 보면서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집에서도 엉엉 울고...
요즘 매일같이 울어서 부은 눈이 가라앉질 않네요ㅎㅎ
매일매일 운다는건 엄마한테 얘기하지 않아서 비밀이였는데..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싶습니다ㅠㅠ
원래도 추석, 설날, 공휴일 없이 일하셨던 엄마셔서 추석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슬픔은 원래부터 익숙했지만 오늘은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뽀뽀를 해주며 깨워주는 엄마도 없고,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주시는 엄마도 없네요.. 집에 아빠와 남동생이 함께 있지만 어쩐지 집이 텅~ 비어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우리 가족 모두 똑같이 느끼고 있을 꺼에요.
다만 모두 슬퍼질까봐 누구한명도 일부러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겠죠.
엄마 없이 보내야 한다는게 믿을 수 없지만 우리 가족은 마음만은 김천에 있는 엄마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9년 추석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2020년부터의 명절은 도로공사 정직원의 직책으로 보내실꺼라 우리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대한민국 아줌마는 강합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투쟁!!!!

박OO 요금수납원의 딸이 보낸 편지

엄마, 나는 동기랑 치킨 먹고 이제 누웠어. 지금쯤 엄마는 자고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내일 해장국 먹고 복귀할거야. 엄마는 일어나서 아침 꼭 챙겨먹고 열심히 해. 절대 다치지 말고. 다치면 아들이 정말 마음 상해. 응원할게, 엄마. 엄마는 내가 봐온 여성들 중 가장 씩씩하고 당당한 여자니까. 밥은 꼭 챙겨먹어. 그래야 힘내서 청와대, 도로공사 이길 수 있어. 사랑해.

이OO 요금수납원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

여보~ OO군!!
당신이 항상 나한테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자나??? 오늘은 내가 그말을 하고 싶어~~ 명절 같이보내지 못해서 미안~~

사랑하는 엄마딸 OO, OO야~~
엄마가 투쟁한다고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어제 통화했을때 고생해 엄마~~ 라고 걱정해줘서 고맙다!!

엄마~
내가 전 부치는 담당인데, 근무할때는 근무한다고, 이번에는 투쟁한다고 도와주지 못하네?? 애들이랑 준비하느라 힘들었지??
한번도 내마음 표현못하고, 걱정만 끼치는 딸이라 미안해요~~
건강하게 내 옆에 오래오래 있어줘요~~
사랑합니다!!

▲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 안에 앉아있는 요금수납원. 민주노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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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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