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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경영진 책임인데 뒷감당은 노동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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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쌍용차, 경영진 책임인데 뒷감당은 노동자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알 수 없는 쌍용차 적자와 비상경영의 이유

"기본적으로 디자인과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동안 회사는 이 부분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했습니다. 품질 측면에서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적자가 누적되다보니 투자 여력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러시아 등 수출시장이 무너진 이후 새로운 시장 개척을 못했던 부분이 회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주된 이유입니다."

지난 8월 19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예병태 사장이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배포한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 내용의 일부이다. 필자는 눈을 의심해야 했다. 그러니까 회사 스스로 이번 사태에 자신들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말인가?

책임은 인정하나 감당은 못 하겠다?

2009년 법정관리 직후 무려 2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쫓겨났고, 살아남은 이들 역시 임금 삭감과 복지 후퇴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려야 했다. 기업노조가 구성되어 금속노조·민주노총을 탈퇴했고, 활동가·간부 대부분이 징계해고·정리해고·무급휴직으로 쫓겨나 현장은 초토화되었다.

그러니 쌍용차 경영진 입장에서도 이를 노동자 책임으로 몰아붙일 수단이 없는 상태이다. 도대체 뭘 더 책임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 이를 감당하는 몫 역시 그들이 해야 하는데, 책임만 인정했을 뿐 뒷감당은 노동자들에게 하라는 투의 얘기가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은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겠지만, 법정관리 졸업 이후 회사 전 부분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그러더니 지난 8월 27일, 그동안 조합원에게 보장해왔던 복지 혜택 중단 문제를 논의하자는 공문을 노동조합에 발송했다. 2009년 법정관리 직후 중단되었다가 불과 몇 년 전에야 다시 회복된 복지 혜택들이다. 백보 천보 양보해서 법정관리라는 극한상황 때문에 그랬다지만, 이번에는 참으로 설득력이 약하다.

▲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연합뉴스

우선 쌍용차 사측은 상반기 780억 영업적자 기록을 비상경영 이유로 설명한다. 그런데 이 상황을 과연 몰랐을까? 회사 재무 담당자들이 놀고먹는 게 아니라면 매월, 매주 재정상태를 점검한다. 따라서 적자폭과 수치는 매월, 매주 계산되고 보고되었을 것이다.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예병태 사장의 비상경영 선언이 나오기 불과 사흘 전인 8월 16일, 쌍용차 노사는 △기본급 4만2000원 인상 △성과급 250만 원 △격려금 100만 원에 합의하고 조인식을 하기도 했다. 작년에 기본급을 동결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임금인상을 이룬 것이다. 쌍용차 사측은 적자 상황을 뻔히 알면서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한 임금에 합의를 해줬다는 얘기다.

연착되는 미래 발전 전망


사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목적으로 지난해 쌍용차 노사는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기본급은 동결하되 '고용안정을 위한 미래발전 전망 특별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아래 그림) 협약서 앞부분을 읽어보면 세계자동차산업 격동의 시기를 맞아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 함께 매년 1~2대 이상의 신차를 개발해 출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신기술 프로젝트인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차 연구개발과 출시 일정까지도 밝혀놓았다. 하지만 저건 좀 복잡한 얘기이니 잠시 제쳐두고, 우선 신차 출시일정만 놓고 얘기해보자. 지난해 노사 합의한 내용에 따른 쌍용차의 신차 프로그램 타임테이블을 아래와 같이 그려보았다.


우선 올해 출시한다는 C300(코란도 풀체인지 모델로 ‘뷰티풀 코란도’로 출시), X150(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은 합의사항대로 올해 상반기에 모두 출시되었다. 그러나 A200(투리스모 후속차량)은 기약이 없으며, 내년 출시 예정인 쌍용차의 첫 전기차인 E100도 소식이 없다. 도대체 이 차량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쌍용차 경영진은 올해 초 이 차량들 개발과 출시가 1년 이상 늦춰진다는 사실을 공개하게 된다. 지난해 합의서에 따르면 일정이 변경될 경우 곧바로 노조에 알리고 협의를 하게 되어 있는데, 현장에 소문이 다 퍼지고 난 뒤에야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A200과 E100만이 아니라 무쏘·카이런의 대를 잇는 중형 SUV 신차인 D300 계획도 늦춰진다는 것이다.


늦춰진 계획을 반영하여 신차 프로그램 타임테이블을 다시 그려보면 위와 같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1년 3개월 이상 신차 가뭄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아니, X150은 신차라기보다 부분변경모델에 불과하니 실제로는 올해 초부터 2년 가까이 신차 없이 버텨야 하는 셈이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망가진 걸까


완성차업체가 꾸준히 신차를 출시하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잘 아는 일이다. 어쩌면 올 상반기 780억 적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연말 적자폭은 훨씬 늘어날 것이며, 신차 가뭄이 이어지는 내년까지도 낙관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쌍용차 경영진은 올해 판매량 목표치를 사상 최대치인 16만3000대로 설정했다. 그런데 이렇게 판매를 해도 올해 연말에 80억 적자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함께 내놓은 바 있다. 2016년에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했을 때 정말 오랜만에 영업이익을 실현한 바 있는데, 그때보다 1만 대가량 판매량이 늘어도 적자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대체 이유가 뭘까?


최근 4년간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하여 연간 급여 총액, 원재료 매입액과 매출원가율 추이를 살펴보자.(위 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효과로 2016년에 급여 총액이 오른 뒤, 2018년에 다시한번 뛰어오르긴 했지만 이는 2017년과 달리 미등기임원 수십 명의 급여가 포함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지난해 기본급을 동결한 바 있기 때문에 실제 급여 총액 인상폭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2만 개에 달하는 부품을 조립해 완성차를 만드는 자동차산업에서 철판·도료·부품 등 ‘원재료 매입액’이 중요한데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에만 무려 2000억이 상승해 매출원가율은 87.64%로 거의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정도의 원가율 구성으로 영업이익을 실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지난해 GM 사태에서도 확인했듯이 경영진은 대체 왜 이런 믿기 힘든 원가율을 기록하게 된 것인지 세부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이 지경이 되도록 모기업 마힌드라는 뭐했나

현재 미래자동차의 핵심으로 전기차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쌍용차가 모기업 마힌드라와 함께 야심차게 준비해온 E100의 출시 연기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전기차가 2020년에 출시되어야 탄소배출 기준치를 맞출 수 있는데, 출시 연기는 곧 쌍용차에 내년에 상당한 금액의 벌금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대체 E100의 출시 연기 이유는 무엇일까? 마힌드라와 공동 개발하는 차량이라면 마힌드라에게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게 아닌가? 모두 사실이다. 마힌드라가 향후 전기차 개발에 도전하면서 모터업체·배터리업체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에 tm4라는 모터업체와의 관계가 틀어져버린 것이다. (배터리업체는 LG화학으로 선정됨)

다시 말해 E100의 출시 연기로 쌍용차의 전기차 출시만 늦춰진 것이 아니라 마힌드라의 전기차 개발도 늦춰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모기업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무슨 지원을 해줬을까.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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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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