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미국내 광우병 발생에 따른 쇠고기 수입 금지에 대해 일부 조치를 완화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한국, 광우병 발생이전 선적된 미쇠고기 출하 요청 거부**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30일 방한한 데이비드 헤그우드 미국 농무부장관 특별 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 3명은 과천 종합청사에서 김주수 농림부 차관보 등과 회담을 갖고 "광우병 소가 미국에서 발생한 지난 23일 이전에 선적돼 출하된 물량들이나 검역을 마치지 못해 통관이 중단된 쇠고기에 대해선 유연성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광우병 발생국의 쇠고기 유통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밖에 미국측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내 광우병 조사가 진전된 다음 미래 어느 시점에 한국 농림부측 전문가를 초청했다"며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금수 조치를 풀도록 하기 위한 어떤 형태의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고 양국 정부는 이같은 논의를 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미대표단을 이끌고 온 헤그우드 특별보좌관가 이날 저녁 미 농업무역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또 "이번 방문은 광우병 발생 경위와 조치 등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내에서 추가 정보가 나오는 대로 한국 정부에 알려주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그는 "한국은 미국 쇠고기 수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수입국이라 미국내 광우병 조사 초기 단계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것 자체를 중요하다고 여겨왔다"고 말했다.
***美, "OIE, 쇠고기 등에 관해서는 수입 제한 권고하지 않아"**
이같은 발언은 미국정부가 얼마나 다급한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3대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8억1천3백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한국의 금수조치로 미국 공화당의 주요 자금줄 가운데 하나인 미국 축산업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헤그우드 대표는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으나 지난 금요일 미국 선물시장에서 쇠고기 가격이 20% 하락했다"고 피해 정도를 예상했다.
이같은 주요 수입국인 한국의 반미감정 악화를 우려, 미 대표단은 여러 차례 수입 재개를 위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회견 곳곳에서 수입해제 속내를 드러냈다.
헤그우드 대표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는 내장, 등뼈, 소머리 등 쇠고기의 특별 위험 부위(SRM)가 아닌 살코기 부위에 대해서는 소비에 문제가 없으며 적절하다고 간주해, 수입을 제한하라는 권고를 하지 않고 있다"며 "각국은 미국내 광우병 발생 이후 많은 조치를 취했으나 어느 나라도 교역과 관련된 국제수역사무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있어 미국은 각국이 이를 따르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美, "OIE 테두리 내에서 협상 원해", 지속적으로 압력 행사할 듯**
그는 또 "앞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OIE 테두리내에서 각국의 규제 방안을 통일하기 위한 적극적인 협상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해 새로운 규정을 통해 쇠고기 수입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에 요구할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예상은 헤그우드 대표가 강조한 "과학적인 방법에 입각한 규제"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각국은 수입규제를 할 수 있으나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규제를 해야 한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가 말하는 과학적인 방법이란 "국제적 위생규칙에 대해 정해놓은 OIE 권장 사항"을 의미하고 있어 이는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규제해선 안된다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부 학자들은 여전히 살코기를 통해서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아직 1백% 확신하는 사항이 아니다'라는 반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미국측 이같은 주장 되풀이할 경우 한미간 통상마찰 불가피**
미국측이 이같은 주장을 되풀이할 경우 한미간 통상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헤그우드 대표도 이번 일이 통상마찰로 비화될 우려에 관해 "각국이 광우병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반응은 과학적인 분석을 거친 것이어야 한다"고 말해 불만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태도는 비교적 단호한 것으로 보인다. 허상만 농림부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 요구에 대해 명백히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며 "정부도 이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자세를 갖고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정부는 이에 따라 지금까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미국산 쇠고기 및 관련 제품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통관 대기중이던 물량은 반송 또는 폐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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