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월 말 미국과 실무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지만, 미국에 "계산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실제 협상 결과는 예견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담화를 통해 "나는 미국에서 대조선(북한) 협상을 주도하는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북미)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되어있다고 거듭 공언한데 대하여 유의했다"며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21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한국을 방문해 "우리는 북한의 협상 상대에게 (협상 의사를) 듣는 대로 바로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과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북미 양측은 이후에도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8월 21일(현지 시각)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언급한 것에 대해 이틀 뒤인 23일 리용호 외무상은 담화를 통해 "망발"이라고 받아쳤으며, 이후 24일 북한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8월 27일(현지 시각) 북한이 '불량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최선희 부상은 나흘 뒤인 31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미 양측의 협상 당사자들이 이처럼 서로를 비판하면서 양측이 물밑에서 상당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유엔 대표부를 통한 양측 간 소통을 계속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협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최 부상이 9월 말에 만나자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면서 양측이 실무협상 개최를 위한 일정한 접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 부상이 실무협상의 시기를 언급했음에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실무협상이 열리더라도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은 이 담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미국측이 조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만일 미국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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