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건설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어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여론이 거세고 최근 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상암아파트 분양원가를 밝힌 보고서를 제출한 가운데, 건설교통부 산하기관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가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분양원가 공개를 결사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건설교통부와 국무총리실은 '사전 협의' 형식을 빌어 연내에 분양원가를 공개하려는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에 간접압박을 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원가공개 판결에 편법으로 저항**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기업인 주택공사는 원가공개의 의무가 있고 이는 이미 법정소송을 통해 수차례 확인됐다.
건교부와 업계에 따르면, 포항시 환호 재건축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은 시공사인 주택공사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결과, 1·2심 재판에서 주택공사가 패소했다.
주택공사는 또 2001년에 서울 신림동 재개발아파트의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분양원가 공개 소송에서도 1·2심 모두 패소했고 주택공사는 이에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주택공사가 그러나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교묘한 방식을 통해 사실상 원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원가 내역 대신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원가 자료를 공개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분야 최고전문가들이 아닌 일반시민으로선 도통 활용불가능한 자료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민간주택업자, 입주시점 땅값을 토지구입비로 산정**
분양원가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는 도개공에 따르면, 분양원가는 토지 구입비와 건축비, 이자, 간접비용 등으로 이뤄진다. 상암지구는 시유지여서 실제 땅 구입 거래가 민간과 이뤄지지 않아 토지구입비는 ‘시장가격’이 아닌 도개공과 서울시의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상암지구의 경우는 공시지가로 계산하는 ‘보상원가’를 토지구입비로 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부분의 민간주택업자들은 기반시설 조성비를 포함하는 ‘조성원가’를 택해야 하나 실제 땅 구입에 들어간 비용이 아니라, 개발 기대감으로 땅값이 오른 ‘입주 시점’의 비용을 적용하는 ‘취득원가’를 사용하고 있다.
요컨대 '땅투기 차익'을 분양가에 포함시켜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시장 "아파트당 2억~3억 차익"**
도개공은 현재 민간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취득원가를 산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할 경우 시민단체의 비판이 우려되고, 그렇다고 보상원가를 기준으로 분양원가를 산정하면 아무리 높게 잡아도 분양원가가 평당 7백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공개여부 시점을 놓고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도개공 보고서가 제출되자 건설교통부가 강력반발하고 있으며 이에 국무총리실은 도개공 보고서 공개에 앞서 '사전 협의'할 것을 서울시측에 요구하고 있다. 건교부는 현재 도개공의 분양원가에 도시 인프라 조성비 등이 빠졌다며 분양원가를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개공의 보고서를 받아본 이명박 시장은 17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가진 ‘경영관리 특강’에서 “상암동 아파트를 원가로 분양하면 분양받은 사람은 그 자리에서 2억~3억원의 이익이 생긴다”며 분양을 통한 도개공의 '고수익'을 시인하며 “개인에게 이익을 주는 것보다 분양 이익을 장학금 지원과 임대아파트 건립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도에 학교를 포기하는 학생들의 학비가 1년에 1백억원 가량인데, 서울시 예산으로는 지원이 불가능하지만 도시개발공사는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 "분양원가 공개하면 일본처럼 아파트값 대폭락"**
이처럼 주택공사가 분양원가 공개에 극력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무부서인 건교부의 강력한 지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10.29 부동산안정화대책이 나오기 직전 청와대 관계자가 주택공사 고위임원을 만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가능성을 물었을 때만 해도 주택공사측은 "청와대 지시라면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그후 건교부 등 관련부처가 분양원가 공개시 '아파트값 대폭락'이 우려된다며 강력반발하는 까닭에 분양원가 공개는 10.29대책에서 배제됐다.
지금도 건교부는 같은 논리로 분양원가 공개에 극력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뜩이나 아파트값이 하락하면서 미분양 사태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판에 분양원가를 공개했다가는 일본처럼 아파트값이 대폭락하면서, 국가경제가 장기복합불황에 빨려들어갈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 신규부지의 60%를 토지공사, 30%를 주택공사가 공급하고 있다"며 "만약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토지매입비 등 분양원가를 전면 공개할 경우 사실상 모든 건설업체의 분양원가가 공개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지방 아파트 건설에서 20~30% 손실을 보는 것을 수도권 아파트 분양을 통해 보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개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아파트 투기가 수도권뿐만이 아닌 '전국적 현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건설족 척결해야 정치개혁도 성공**
일본의 경우 대다수 정치자금이 건설회사로부터 공급돼 이들 건설사로부터 정치자금을 얻어쓰는 의원들을 흔히 '건설족(族)'이라 냉소적으로 부르고 있다. 요컨대 깨끗한 정치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최대 비자금 조성처인 건설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정치개혁이 화두가 돼 있는 지금, 아파트 분양원가를 통한 건설비리의 근원적 척결이야말로 더이상 늦춰서는 안되는 시대적 과제라 하겠다.
분양원가 공개에 청와대 등 노무현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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