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이 연말에 단행될 개각 규모가 '중폭'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노대통령은 특히 "아무리 대통령이 신임하더라도 국민이 신임하지 않는 경우에는 여론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종전입장을 바꿔 국민 불신이 큰 일부 각료들에 대한 '인책성 개각'을 단행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연말개각은 '총선출마자용 + 인책성' 개각**
노대통령은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각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개각은 연말에 좀 있을 것이나 쇄신 차원의 개각은 아니다"라며 "장관은 가급적 오래 일하게 하고 싶다"고 말해 '정국돌파' 차원의 대대적 개각은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노대통령은 그러나 이어 "(이번 개각은) 지난 1년 평가해서 내년 정부 목표에 맞게 전략적 관점에서 하는 인사"라면서 "이 자리 꼭 바꿔 새로운 목표를 추진해야 할 경우나 아무리 대통령이 신임하더라도 국민이 신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론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해, 국민 불신이 큰 일부 각료에 대한 인책성 개각을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큰 폭의 인사는 없다. 문책 인사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치 할 분은 지금 빨리 사표 내라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업무 추진과정에서 신뢰 잃어 감당하기 어려운 분에 대해 일부 개각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연말개각이 총선출마자 및 인책성을 함께 고려한 개각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총선 끝나고 나면 이 원칙을 주장하기 쉽지 않다"며 "(총선이) 끝나고 (또) 인사 있지 않겠느냐. 지금 하는 것은 중간 성격의 개각이다"라고 말해, 내년 4월총선 결과에 따라 '연정' 성격의 대대적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진표 경제팀' 경질 가능성 높아져**
노 대통령의 이같은 개각 관련 발언은 종전입장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보이면서도, 내용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상당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우선 주목되는 대목은 "아무리 대통령이 신임하더라도 국민이 신임하지 않는 경우에는 여론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발언이다. 청와대 및 관가에서는 노대통령의 이 발언이 다름아닌 '김진표 경제팀'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그동안 아파트투기, 카드채 문제 등으로 국민여론 및 경제전문가 다수가 김진표 경제팀의 경질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때마다 노대통령은 도리어 김진표 부총리에 대한 강한 신임을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실시된 참여연대, 경실련 등의 여론조사외에 각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김진표 경제팀의 성적이 최하위로 나타나면서 노대통령도 경제팀 처리 문제에 대해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노대통령이 "여론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상의 경질 의사를 드러내기에 이르른 게 아니냐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이처럼 당초 유임이 예상되던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경질대상에 포함될 경우 이미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윤덕홍 교육부총리와 함께 양대 부총리가 바뀌면서, 개각 폭은 당초 예상됐던 4~5명선의 '소폭'에서 7~8명선의 '중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경제팀에서는 이미 윤진식 산업자원부장관이 부안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된 상태며,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고향인 강원도에서의 출마를 위해 사퇴할 것이라는 설이 널리 퍼져있는 상태다.
***총선뒤 '연정 내각' 단행**
이날 노 대통령 발언에서 또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총선 끝나고 나면 이 원칙을 주장하기 쉽지 않다"며 "(총선이) 끝나고 (또) 인사 있지 않겠느냐. 지금 하는 것은 중간 성격의 개각"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는 두가지 함의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나는 연말 개각은 '과도기적 개각'에 불과하며 내년 4월총선 결과에 따라 대대적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내년 4월 총선후 개각은 '정치적 성격'이 짙게 가미된 '연정 성격의 개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의석 과반수 전후를 차지하는 제1정당이 되지 못하는 한 다른 정당과의 연정 수립이 불가피하며, 그럴 경우 총선후 개각은 김대중정부 초기의 'DJP 연합'처럼 연정성격의 개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과 상당부분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윤덕홍, 대구 출마**
한편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대구 출마설과 관련한 기자질문을 받자, "대구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지역에서 나하고 같이 일하자고 해 걱정이다. 대구의 개혁그룹과 함께 고민,걱정하고 있다. 지금은 걱정, 염려하는 수준"이라고 말해 사실상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미 윤 부총리는 노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 17일 NEIS타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는대로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윤부총리와 함께 대구출마설이 나돈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은 "전혀 아니다"라며 "잠시 국회 나가는 것도 싫고 국회공기가 싫다"고 출마를 강력부인했고, 허성관 행자부장관도 "선거관리에 전념하겠다"고 출마 가능성을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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