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세상 뜬 '세계체제론'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마지막 '예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세상 뜬 '세계체제론'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마지막 '예언'

"이례적인 연대로 반자본주의 체제 변혁 일어날 것"

'세계체제론'의 창시자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 1930년생.미국 예일대 석좌교수)이 지난 8월 31일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본주의와 그 지배 엘리트에 대한 강한 비판을 기조로 하는 이론으로 이름을 알린 미국의 마르크스주의 사회과학자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전지구적인 자본주의 체제는 착취대상인 주변부와 자본을 축적하는 중심부가 연계된 지배와 종속이라는 '마르크스주의적' 생산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자체는 복수로 존재할 수 없는, 근대의 세계를 지배하는 단 하나의 질서다.

그의 세계체제론은 시장경제가 글로벌하게 작동하는 '자본주의 세계 체제'라는 개념이다. 자본주의 생산 방식에 지배를 받는 이 세계체제는 중심부와 반주변부, 주변부 3가지 지역으로 나뉜다. 중심부는 주변부를 착취해 성장하고, 반주변부는 중심부에 착취당하는 동시에 주변부를 착취한다.

1970년대 그는 자본주의적 세계체제에 대안을 모색하는 '반체제운동'이라는 용어를 제시해, 반세계화운동의 이념적 근거를 제공했다. 또한 "원래 사회주의 체제는 없었다"고 주장, 사회주의 체제를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 보는 세계체제론은 소련 붕괴 이후 더욱 관심을 받았다.

월러스틴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와 소련·동구의 사회주의를 동일한 자유주의의 산물이라고 봤다. 체제 안정이 무제한적 경제 발전에 달렸다는 점에서 같은 체제라는 것이다. 그는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는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자유주의의 실패라고 진단한다.

그의 대표작은 1974년부터 발표한 <근대 세계체제론>과 <세계체제 분석>이다.

월러스틴은 폴란드계 유대인 부모가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후인 1930년에 태어났다. 1950년대에 컬럼비아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아프리카 연구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58년부터 컬럼비아 대학교에 재직 중이던 1968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반체제 운동에 큰 충격을 받아 1971년 학교를 떠났다.

이후 1976년부터 1999년까지 뉴욕 빙엄턴 대학교의 '경제,역사 체제 및 문명 연구 페르낭 브로델 센터'의 소장을 맡았고,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세계사회학회(ISA) 회장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예일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1975년 <근대세계체제 I>로 미국 사회학회에서 소로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월러스틴이 매달 두 번씩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논평으로는 마지막이 된 'This is the end; this is the beginning'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 7월 1일 쓴 이 논평에서 월러스틴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지난 21년에 걸친 논평을 마무리한다면서 관계인들에게 감사 인사까지 남겼다.

또한 마지막 논평에서도 언젠가 반자본주의 운동의 신세대들이 유례없는 연대를 구축해 체제를 변혁시킬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논평을 시작한 것은 1998년 10월 1일이다. 빙엄턴 대학교 페르낭 브로델 센터(FBC)에서 발행됐다. 나는 매달 1일과 15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논평을 써왔다. 이번이 500번째 논평이다. 마지막 논평이 될 것이다.

철저하게 규칙적으로 논평을 쓰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는 법이라, 500회까지 논평을 쓰고 그만두겠다고 나 스스로 다짐했었다. 이제 500회를 채웠으니 그만두고자 한다.

내 논평들은 특별한 양식을 갖고 있다. 필진에 의해 언제든 수정되는 블로그 형태가 아니다. 내 논평은 영구적이고, 수정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모든 논평들은 최대한 많이 번역되길 원했다. 논평이 번역될 때도 몇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 첨삭 없이 그대로 번역되어야 한다는 규칙이 지켜지도록 새로운 번역 신청자에게는 다음 사항을 알려주었다.

첫째, 해당 논평이 번역된 적이 있는 지 확인해 이미 번역된 적이 있다면, 이 사실을 알려준다. 이렇게 해서 영어로 된 원문도 하나이며, 다른 언어로 된 번역본도 하나만 존재할 수 있다.

500개의 모든 논평을 번역한 유일한 언어는 표준중국어다. 중국어로 번역된 모든 논평은 동일한 사람이 한 것이다. 번역자는 나의 이론을 잘 아는 내 제자다. 논평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에이전스 글로벌이라는 나의 에이전트와 게약을 하면 된다. 이 자리를 빌어 논평과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 논평이 마지막이 될 것같다. 미래가 더 중요하고 더 흥미롭지만 예측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근대 세계 체제의 구조적 위기 때문에,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68 체제' 운동을 일으킨 세력에 의한 변혁운동이 관철될 수 있다. 그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고, 어떤 형태로 새로운 운동이 전개될 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세계는 앞으로 여러 경로를 거쳐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결정적인 투쟁은 계급투쟁이라고 주장해 왔다. 체제변혁이 일어날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