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딸의 입시와 장학금 관련 특혜 논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에 관해 "개입하지 않았다", "몰랐다"고 해명하며 화살을 비껴갔다.
조 후보자는 이 같은 의혹이 국민 정서와 배치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불법성은 없었다고 핵심 의혹들을 사실상 전면 부인했다.
국회 차원의 정식 인사청문회와 달리 자료 접근권이 제한된 기자간담회라는 이례적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조 후보자는 충분한 해명의 시간을 가졌지만, 검증에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딸 아이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
국민적 파장이 큰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특혜 의혹에 질문이 집중됐다. 조 후보자는 딸의 고교 재학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경위에 대해 "(논문을 담당한) 단국대 교수 전화번호도 모르고 연락한 적도 없다"며 자신과 배우자의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고등학생 딸이 논문의 제1저자로 돼 있는 게 의아하다고 생각된다"면서도 "당시 시점에서는 제1저자 판단이 느슨하거나 책임교수 재량에 달려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800만 원의 장학금을 수령한 데 대해서도 "받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휴학을 앞두고 받은 장학금은 반납을 권유했으나 "장학회에서 반납이 안 된다고 해서 두 번째 장학금도 어쩔 수 없이 받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부산대 의전원에서 두 차례의 유급에도 불구하고 6학기에 걸여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은 데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부산대 의전원 측에서 그 장학금 지급에 전혀 불법이 없었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성적과 관계 없는 장학금이었다"고 방어했다.
장학금 지급 전 조 후보자 딸의 부산대 의전원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조 후보자와 함께 만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데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관련 보도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노 원장과 밀실에서 밥을 먹은 게 아니라 공개된 자리에서 참석한 사람들과 밥을 먹고 나는 서울로 올라왔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청탁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 후보자는 딸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어느 언론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딸 아이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는 가지 말아달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입장 바꿔놓고 한 번 생각해보라. 저희 아이가 벌벌 떨면서 집안에 있다. 그렇게 생활해야 되는 것이 맞냐"면서 "비난을 하려면 저를 비난해 달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라…불법 없었다"
조 후보자 가족들만 투자자로 구성된 사모펀드 투자 의혹을 둘러싼 논란에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저는 사모펀드가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며 관련성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사모펀드 투자 경위와 관련해선 "민정수석이 되고 난 뒤 개별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펀드에 투자하면 되겠냐고 공식적인 질문을 했고, 펀드투자가 허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사모펀드 운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에는 "블라인드 펀드는 어디에 투자되는지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설계돼 있고, 알려지면 불법"이라며 "저는 물론 처도 사모펀드 구성이든 운영이든 그 과정을 알 수가 없었고 따라서 관여도 않았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실소유주로 지목된 자신의 오촌 조카와의 관계에 대해선 "제사 때 1년에 한 번, 많아야 2번 본다"며 친분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다만 "주변에 주식과 관련해서 전문가가 없다보니 5촌 조카가 그쪽 전문가여서 처가 의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부인이 처남 명의로 해당 펀드에 차명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처남도 제 돈을 빌려서 투자했다고 한다.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피해갔다.
조 후보자는 또 이 펀드에 아들과 딸이 5000만 원 씩 투자한 데 대해서도 "세법상 허용되는 증여를 했다"며 "증여한 돈을 가지고 처가 사모펀드에 들어간 것으로, 일체의 불법이 없었다"고 했다.
"흙수저 마음 얼마나 알겠나…한계 넘어보려 한다"
이처럼 딸과 사모펀드 문제를 둘러싼 의혹을 시종일관 당당한 어조로 조목조목 반박한 조 후보자는 "제 아이가 누렸던 기회가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없었을 것"이라며 계층 위화감 문제에는 자세를 크게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사모펀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제 배우자가 투자한 펀드든, 저희 아이가 받았던 장학금이든 다 정리해서 흙수저 청년이나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을 위한 장학금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조 후보자는 특히 자신을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 맞다. 강남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와 제도가 보다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내가 흙수저인 사람들의 마음을, 그 고통을 얼마나 알겠냐. 10분의 1도 모를 거다. 그게 제 한계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보려고 한다"고 장관직 수행에 대한 의욕을 강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는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를 언급하며 "김용균 씨에 비교하면 저희 아이가 얼마나 혜택 받은 아이인지 모를 리가 있겠냐"며 "그런 점에서 (나는) 가진 자이지만, 한계를 직시하고 (장관을) 해보려고 한다"고 거듭 의지를 보였다.
조 후보자는 또 "강남에 살면 부를 축적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진보적 색채는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금수저라고 하더라도 그 다음 세대에는 어떤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 꿈도 꿀수 있고 저는 그렇게 해왔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나경원 "주권자 권리에 대한 테러"
국회 인사청문회를 우회한 조 후보자의 이날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대국민 사기쇼의 결정판"이라며 맹비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주권자 권리에 대한 명백한 테러"라며 "감히 국회를 후보자 개인의 일방적인 변명, 기만, 선동의 장으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그는 조 후보자에게 국회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준 민주당을 향해서도 "장관 후보자 자질을 검증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할 책무를 망각하고 후보자 개인의 기획홍보사인 양 행동하는 민주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법대로 요구하는 인사청문회에 끝까지 응하지 않고, 오늘 기자간담회로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한다면, 내년 4월에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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