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소형 핵무기의 연구-개발을 금지해온 ‘스프랫 페이스 조항’을 폐지하면서 10년 만에 소형 핵무기 연구를 재개한 미국이 이제는 소형 핵무기의 실전배치에까지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등을 겨냥한 소형 핵무기 개발 및 보유가 속도를 낼 경우 또 다른 갈등요인으로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목된다.
***마이니치신문, “소형핵무기 배치 우려하는 목소리 높아질 것”**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사기술 개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위원회는 이미 지난 여름부터 소형 핵무기 도입을 권고해 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4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승인하고 스프랫 페이스 조항을 폐지할 당시 의회 승인을 얻기 위해 “이번 조치는 소형 핵무기 연구를 위한 것이지 이를 개발, 제조,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해왔지만 이미 미 국방부는 소형 핵무기의 실전 배치 및 비축에 관해 상당한 연구를 진행해 온 것이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국방과학위원회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윌리엄 슈나이더가 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 위원회가 권고하고 있는 내용이 현실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과학위원회는 지난 56년에 설립돼 군사기술 관련 정책에 관한 미 국방부의 자문기관으로 국방 차관이 임명하는 이 위원회 위원들은 국방산업이나 미군 관계자가 다수를 차지해 이 위원회의 보고는 국방장관에게까지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과학위원회 보고서, “실제 사용가능한 핵무기 보유해야”**
이같은 사실은 마이니치신문이 입수한 국방과학위원회의 ‘미래의 전략적 공격부대’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 8월 15일 작성된 것으로 기존의 핵무기 성능을 유지하는 현재 체제를 대폭 개편해 명중 정밀도나 지중 관통 성능을 향상시킨 소형 핵탄두의 도입 및 비축을 권고하고 있으며 실제 사용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가운데 실전에 배치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떨어진 것의 비율을 큰 폭으로 줄이고 소형핵무기 등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새롭게 보유하는 형태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핵무기 개발, 제조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에너지부가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핵무기 유지, 관리 프로그램(SSP)'의 재검토를 주요 주제로 작성된 것인데, 부시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2004년 회계연도 예산에 64억달러를 책정했었다.
보고서는 “기존의 핵무기 성능 유지가 주목적인 이 프로그램이 장래의 국가 안전 보장의 필요성으로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현재는 핵무기가 담당해야 할 위협의 성질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핵무기가 감당해야 할 현실상황이 보다 복잡해졌고 핵무기 그 자체도 요구되는 효과에 비해 민간인들에 대한 2차 피해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형 핵무기에 의한 2차 피해, 기존 핵무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고서는 이에 따라 실제 사용이 가능한 핵관통탄이 필요하며 단순한 연구 재개가 아니라 ‘그 이상의 대부분이 요구’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소형핵무기 보유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핵무기 뿐만 아니라 소형 핵무기도 민간인들에 미치는 2차 피해는 가공할 정도인 것으로 연구조사결과 드러난 바 있다. 미 의회 조사국(CRS)은 지난 달 보고서를 통해 "핵관통탄(벙커버스터) 등의 소형 핵무기도 대량의 죽음의 재를 뿌려 민간인에게 치명적인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를 제기해 그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이와 관련, 표면 아래 10m 부근에서 폭발력 5킬로톤의 핵관통탄이 폭발했을 경우 23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미 국방부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국방과학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는 또 미래에 요구되는 핵무기 요건으로 ▲정밀도나 지중 관통력이 높고 ▲제조나 유지가 용이하며 ▲전자기기를 파괴하는 전자파나 살상능력이 높은 중성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핵무기를 제조하는 시설에 대해서도 새로운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