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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자부터 지갑닫고 있다"...트럼프 표밭 민심도 흉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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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자부터 지갑닫고 있다"...트럼프 표밭 민심도 흉흉

한국은행도 'R의 공포' 경고...미중 무역전쟁이 최대 악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에서 동결했다. 지난달 0.25%포인트 인하에 이어 한차례 추가 인하를 한다면, 10월 16일 금통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지배적 예상대로 이번에는 동결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결정과 관련한 대내외 경제 진단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음을 냈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더 심각한 진단을 내렸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자국 우선 원칙으로 보호무역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 소위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라는 것이 부쩍 늘어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했던 이른바 G2가 이번에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계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은 물론 미국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미상공회의소 토머스 도너휴 회장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무역 갈등이 경기침체 위기를 초래한다. 경기침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협상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최근 실적을 발표한 138개 기업 임원들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보복 관세가 초래하는 경제적 충격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주력하면서 3년만에 처음으로 기업 투자도 감소한 상황이다.

공화당 소속 팻 투미 상원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무역 불확실성이 경기 침체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중 무역전쟁 확대를 막기 위한 협상을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무역정책이 경기침체이 요인이라는 주장들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그는 29일(현지시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우리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미국 상무부는 올해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를 2.0%로 지난달 발표한 속보치 2.1%에서 하향조정했다. 수출과 기업 재고, 주택 투자가 감소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기업 재고와 주택투자 감소는 경기침체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 반 만에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인 소비가 급격한 경기 하락은 막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 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10% 부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어 소비마저 위축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호화 부동산 시장 6분기 연속 판매 감소"


미국의 경제전문채널 CNBC 방송에 따르면, 중산층을 비롯한 미국의 전반적인 소비력이 여전히 탄탄한 데 반해 상류층은 소비를 줄이고 있다며 현재 미국 경제에서 가장 약한 부문은 상류층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미국 호화 부동산 시장은 6개 분기 연속 판매가 감소하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상위 1%를 겨냥한 소매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마트와 타깃 등 중저가 소매업체들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반해 고급 백화점 바니스 뉴욕은 이달 초 파산 보호를 신청했고 노드스트롬도 3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미국의 부자들은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부자들의 저축액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변동성이 큰 시장과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를 부자들의 소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잰디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0% 부자가 미국의 주식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형성되는 경제 폭풍의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부자들의 소비 축소는 향후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는 징후다. 일부 전문가들은 ”1년 내에 경기침체에 오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가장 중요한 근거 지표로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역전이 12년 만의 최대 수준으로 악화된 것을 꼽는다. 지난 27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장기 국채를 대표하는 10년물 금리(수익률)는 1.474%로 전날보다 7bp(1bp=0.01%포인트) 떨어진 반면. 단기 국채를 대표하는 2년물 금리는 약 3bp 내린 1.524%로 마감했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스프레드) -5bp는 2007년 이후 가장 큰 역전 폭이다. 미 국채 가운데 최장기물인 30년물 금리도 이날 2%선이 붕괴되며 1.953%로 하락, 최단기물인 3개월물 금리(1.998%)와 역전됐다.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긴 장기물은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단기 국채의 금리가 장기 국채보다 높다는 것은 경기침체의 징후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동안 미 국채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은 1978년 이후 총 5차례 발생했으며 이후 예외없이 약 2년 뒤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날 때까지 걸린 시기는 평균 22개월이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달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예비치는 49.9로, 2009년 9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인 50을 밑돌았다.

소비 위축이 중산층 이하까지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정부는 9월과 12월 1500억 달러씩 총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소비재에 1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대부분 부품이나 소재, 화학제품에 해당돼 직접적인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소비재 중심으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의 경제성장의 핵심이라는 소비시장마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코너스톤캐피탈그룹의 마이클 게라티 전략가는 "관세는 사실상 중국 상품을 사는 미국 소비자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며 "아직은 괜찮지만, 만약 관세가 소비자들의 지출에 영향을 준다면 미국 주식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설과 제조 등 일부 업종에서는 이미 침체 조짐이 뚜렷해졌다. 미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12월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미 중서부 지역 공장에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달 초에는 철강회사 US스틸이 미시간 주에서 2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최근 1년 캠핑카 판매가 23% 급감하면서 캠핑카 공장이 몰린 미 인디애나주에서는 관련 노동자 수천 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으며 건축자재 유통회사 로위스, 석유회사 할리버튼 등 비제조 기업도 인력감축에 나섰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침체(Great Recession)가 시작되기 1~2년 전부터 주택 부문의 투자와 고용이 줄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잡지에 따르면 미국의 인디애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경제부터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들 지역 유권자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표를 몰아줬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과 같은 경제불안이 지속된다면, 내년 대선에서 표심이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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