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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유시민, '우리당 필패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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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준만-유시민, '우리당 필패론' 논란

강 "호남인이 왜 개혁대상이냐" , 유 "강교수가 오버"

지난해 대통령선거 과정은 물론, 노무현정부 출범후 민주당 분당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노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방어자였던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교수가 분당사태를 계기로 열린우리당에 맹공을 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대표논객인 유시민 의원이 5일 방송에 출연해 강교수의 주장을 정면반박하는 등 논쟁이 점차 가열되는 분위기다.

***강준만, "열린우리당의 도박이 성공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논란은 강준만 교수가 최근 출간한 <오버하는 사회>(인물과 사상사 刊)를 통해 열린우리당의 민주당 탈당후 창당을 '도박'이라고 규정한 뒤, '열린우리당의 도박이 성공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이른바 '열린우리당 필패론'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강 교수는 "나는 민주당을 뛰쳐나가 열린우리당을 만든 사람들의 선의는 인정할망정, 그들이 분별력과 책임감을 갖춘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성공할 수 없는 도박을 벌임으로써 노 대통령을 더욱 고립시켜 벼랑 끝으로 몰고간 장본인들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강 교수는 이어 "그들이 아무리 좋은 뜻을 내세워도 도박을 벌이다 실패하면 나라가 흔들린다. 이건 엄청난 죄악일 수 있다"며 "왜 그들의 도박은 성공할 수 없는가? 이유는 수십 가지나 되지만, 딱 10가지만 제시하겠다"고 말한 뒤, 10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거론했다.

강 교수가 첫번째 이유로 제시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다수 호남인'을 개혁대상으로 몰아간 대목이다.

그는 "그들(열린우리당)은 상향식 공천을 비롯하여 '민의의 존중'을 개혁의제로 내세워 자신들의 정당성을 역설하면서도 민주당 분당에 단호히 반대하는 절대 다수 호남인들의 민심을 왜곡된 것으로 간주하는 독선과 오만을 범했다"며 "호남인들은 졸지에 지난 여러 선거들에서 민주세력에게 몰표를 준 죄로, 현 대통령을 만든 죄로, 그들의 민심이 개혁대상이 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강 교수는 이어 "구체적인 개혁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으로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개혁 대 반개혁' '지역주의 타파 대 지역주의 기생'이라고 하는 이분법으로 다른 정치세력을 매도하는 열린우리당에서 신선함을 느끼긴 어렵다"며 "유권자들은 모든 걸 입으로 때우려 드는 구태정치를 신물나게 많이 봐왔다"고 말해, 열린우리당을 구태정치 세력으로 못박았다.

그는 곧바로 "열혈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호남인들이 그런 모욕과 조롱을 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하시는가. 당신들은 지역주의 타파한 게 아니라 그걸 더 악화시키는 역사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라고 반문한 뒤 "다시 말하지만 뜻만 좋다고 만사형통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방법론은 최악이었다. 결코 10대 청소년들의 수준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다"고 열린우리당의 방법론을 10대 청소년 수준으로 격하시키기도 했다.

강 교수는 또 열린우리당의 멤버 구성과 관련해서도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라도 열린우리당에 들어가면 개혁세력이 되고,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라도 민주당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개혁세력으로 매도되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뒤 "기득권 타파를 외치면서도 공천을 포기한 사람도 없고 공천을 받지 못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는 전망은 열리우리당이 헤게모니 싸움 내지 밥그릇 싸움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걸 말해준다. 열린우리당에 참여한 전국구의원들의 이중적인 행태도 아전인수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마지막 열번째 이유로 "민주당 분당으로 인해 지난 대선시 뜨거운 동지애를 공유했던 노무현 지지자들이 양분돼 서로 원수처럼 싸우게 만든 책임은 탈당파의 '독선적인 분열의 정치'에 있다"며 "선량한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비애와 환멸을 강요하는 '개혁'은 이미 개혁이 아니다. 그건 아마도 '개가죽'일 것이다"라고 독설을 서슴치 않았다.

강 교수는 그러면서도 마지막 단락에서 "나라를 위해 대통령을 지키자"고 주장해, 이번 분당사태의 근원을 노대통령이 아닌 노대통령 주변 친노세력의 모험주의에서 찾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시민 "강교수가 오버하는 것이다"**

이같은 강 교수의 주장은 책이 출간된 후 인터넷 등에서 널리 유포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에 열린우리당의 대표논객격인 유시민 의원이 5일 직접 반박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유 의원은 이날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강 교수를 정면반박했다.

그는 강 교수의 비판과 관련, "그런 비판을 받아야할 일부 요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러면 과거의 민주당을 깔고 앉아서 그냥 우리 정치가 될 것이냐. 막대기를 꽂든 강아지를 공천하든 1번, 2번만 하면 다 당선 되는 낡은 정치가 그냥 가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강 교수 책제목을 빗대어 "강 교수가 오버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어 "강 교수는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못 깬다 하더라도 과거 민주당 중심 정치, 혹은 한나라, 민주 양당체제로 유지하라도 호남의 결속을 그냥 가져가는 것이 좋다는 관점"이라며 "정치를 직접 하는 나로서는 그런식으로 아무나 공천을 받는 구조를 깨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못나간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열린우리당의 외부인사 영입논란과 관련해서도 "잘못된 일로 본다. 지지율 낮고 인물은 없고 하니 서두르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큰 물이 질 때 이 골물 저 골물 들어오다보면 흙탕물도 흘러들어오고 하는 것이니 너무 그러지 마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골 저골 물이 흘러 들어와야 큰물이 되니, 책잡을 일은 아니다. 시정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은 또 일각에서 일고 있는 민주-열린우리당 재통합론과 관련해서도 "정통지지층이 분열되면 새로운 지지층을 추가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과거 지역주의 양당구도 깨진다. 옛날 지지층에 집착하면 정치적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열린우리당 내에도 재통합을 주장하시는 분이 있는데 뭐가 달라지는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당조직면의 가장 큰 차이는 열린우리당은 당원이 당비를 내고 활동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당헌당규를 마련하고 있는 정당이라는 것이다. 완전히 '종'이 다른 식물이 됐다고 본다. 이것을 합친다는 것은 원리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절반밖에 안된 상황과 관련해서도 "지지도가 저조한 게 아니라 그 정도면 잘 나오는 것이다. 신생정당, 소수정당이고 창당 작업이 완료되지 못했고 전열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1등 나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중앙일보 여론조사 샘플링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다른 조사와는 편차가 크다. 한나라당은 1등, 열우당과 민주당이 오차범위 안에 2등을 다투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 미약하지만 상승기세, 민주당은 하락하다가 전대이후 잠시 상승, 한나라당은 국회마비 사태로 하락세 트렌드는 유지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이 계속 상승기세를 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유 의원의 반박으로 인해 논쟁은 앞으로 한층 가열될 양상이며 강준만 교수도 곧 재반박에 나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강준만 교수의 글과 유시민 의원의 인터뷰 전문이다.

***'열린우리당의 도박이 성공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오버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을 충격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이전에 더욱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보기엔 민주당 분당 사태가 훨씬 더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며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은 그 사태의 결과일 뿐이다.

나는 민주당을 뛰쳐나가 열린우리당을 만든 사람들의 선의는 인정할망정, 그들이 분별력과 책임감을 갖춘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성공할 수 없는 도박을 벌임으로써 노 대통령을 더욱 고립시켜 벼랑 끝으로 몰고간 장본인들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일단 국가와 민족을 위한 차원에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러는 걸로 이해하자. 그런데 만약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런 생각해 보았는가? 실패하면 죽음인가?

나는 그분들이 진실로 죽음(정계은퇴)까지 생각하고 그런다면, 그걸 절박한 애국충정의 발로로 이해하련다. 그러나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개혁파이건 반개혁파이건 정치인이라고 하는 직업의 비극은 정치를 그만두면 할 일이 없다는 데에 있다.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라는 게 존재하는 전세계 모든 나라들의 공통된 문제다.

'정치의 영구 직업화' 문제는 개혁의제로 삼을 만하다. 한국에서 연구해 그 성과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자. 그러나 그 문제가 지금 당장 가장 절박한 문제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이 문제는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선 실패했을 경우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자.

뜻만 좋으면 만사형통인가? 권력도 없고 잃을 게 없는 보통사람은 그럴 수 있지만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들이 아무리 좋은 뜻을 내세워도 도박을 벌이다 실패하면 나라가 흔들린다. 이건 엄청난 죄악일 수 있다. 왜 그들의 도박은 성공할 수 없는가? 이유는 수십 가지나 되지만, 딱 10가지만 제시하겠다.

첫째, 그들은 자기들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의 민의를 유린했다. 그들은 상향식 공천을 비롯하여 '민의의 존중'을 개혁의제로 내세워 자신들의 정당성을 역설하면서도 민주당 분당에 단호히 반대하는 절대 다수 호남인들의 민심을 왜곡된 것으로 간주하는 독선과 오만을 범했다. 호남인들은 졸지에 지난 여러 선거들에서 민주세력에게 몰표를 준 죄로, 현 대통령을 만든 죄로, 그들의 민심이 개혁대상이 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둘째, 탈당파들은 노 정권 출범 이후 최근까지 민주당을 내분의 소용돌이로 몰고가 '식물정당'으로 전락시킴으로써 노 정권의 위기에 일조해 놓고도 모든 책임을 민주당 구주류에게만 돌리고 있다. 이건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아닐까?

셋째, 민주당 분당으로 인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대부분의 의석을 사실상 한나라당에게 헌납했다는 게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그들은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져 비현실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이 지금 갖고 있는 유일한 대안은 '민주당 고사작전'이지만, 이건 도박성이 강한 데다 잔인한 처사다.

넷째, 구체적인 개혁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으로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개혁 대 반개혁' '지역주의 타파 대 지역주의 기생'이라고 하는 이분법으로 다른 정치세력을 매도하는 열린우리당에서 신선함을 느끼긴 어렵다. 유권자들은 모든 걸 입으로 때우려 드는 구태정치를 신물나게 많이 봐왔다.

다섯째, 열린우리당이 구사하는 벼랑 끝 전술의 폭력성에 몸서리 치는 사람들이 많다. 내년 총선에서 호남의 다수 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가정해 보자. 적어도 현 상황에선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그래서 더욱 민주당을 '지역주의 기생'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열혈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호남인들이 그런 모욕과 조롱을 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하시는가? 당신들은 지역주의 타파한 게 아니라 그걸 더 악화시키는 역사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다시 말하지만, 뜻만 좋다고 만사형통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방법론은 최악이었다. 결코 10대 청소년들의 수준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다.

여섯째,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라도 열린우리당에 들어가면 개혁세력이 되고,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라도 민주당을 지키면 반개혁세력으로 매도되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

일곱째, 똑같이 노무현 후보 흔들기를 했더라도 열린우리당에 들어가면 개혁세력이 되고 민주당을 지키면 반개혁세력으로 매도되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

여덟째, 기득권 타파를 외치면서도 공천을 포기한 사람도 없고 공천을 받지 못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는 전망은 열리우리당이 헤게모니 싸움 내지 밥그릇 싸움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걸 말해준다. 열린우리당에 참여한 전국구의원들의 이중적인 행태도 아전인수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아홉째, 탈당파들이 정치를 하루이틀한 것도 아닌데 지난 정권 시절엔 그 뜨거운 개혁의지를 어찌 억누르고 살았는지 그게 몹시 궁금하다. 도무지 자기성찰과 겸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열째, 민주당 분당으로 인해 지난 대선시 뜨거운 동지애를 공유했던 노무현 지지자들이 양분돼 서로 원수처럼 싸우게 만든 책임은 탈당파의 '독선적인 분열의 정치'에 있다. 선량한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비애와 환멸을 강요하는 '개혁'은 이미 개혁이 아니다. 그건 아마도 '개가죽'일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그 어떤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냉정은 꼭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은 물론 노 대통령 비판세력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노 대통령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그의 강점을 국익을 위해 쓰는 건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비판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지엄한 것이라면 대통령에게 거친 독설을 퍼붓는 건 모순이 아닌가? 나라를 위해 대통령을 지키자.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경거망동할 일이 아니다. 모두 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언어의 인플레이션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

***유시민 의원의 반박(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

손석희: 강준만 교수의 주장 10개 중 몇 개만 살펴보면, 열린우리당이 호남 유권자에 대한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 민주당을 지키면 반 개혁세력으로 몰고 있다, 기득권 타파를 말하면서 아무도 공천을 포기하지 않는다, 노무현 지지자들을 양분시킨 독선적인 분열의 정치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유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유시민: 그 모든 주장에 대해 일일이 뭐라 하기는 어렵다. 열우당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정당이다. 그걸 누가 모르겠나. 그런 비판을 받아야할 일부 요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러면 과거의 민주당을 깔고 앉아서 그냥 우리 정치가 될 것이냐. 막대기를 꽂든 강아지를 공천하든 1번 2번만 하면 다 당선 되는 낡은 정치가 그냥가도 되는 것인가. 강 교수가 오버한 것이다.

손: 강 교수가 민주당 편향적이라 왜곡했다고 생각하나.
유: 민주당 편향적이라기보다는 그분은 좀 조심스러운 것 같다. 강 교수는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못 깬다 하더라도 과거 민주당 중심 정치, 혹은 한나라, 민주 양당체제로 유지하라도 호남의 결속을 그냥 가져가는 것이 좋다는 관점이다. 정치를 직접 하는 나로서는 그런식으로 아무나 공천을 받는 구조를 깨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못나간다고 생각한다. 중시하는 가치가 서로 조금 다른 것이다.

손석희: 얼마 전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지지도 9.8%로 민주당(19.0%)의 절반에 불과했다. 왜 저조하다고 분석하는지.
유시민: 지지도가 저조한 게 아니라 그 정도면 잘 나오는 것이다. 신생정당, 소수정당이고 창당 작업이 완료되지 못했고 전열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1등 나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손: 지지도가 13.4%까지 나온 적도 있지 않았나.
유: 중앙일보 여론조사 샘플링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다른 조사와는 편차가 크다. 한나라당은 1등, 열우당과 민주당이 오차범위 안에 2등을 다투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 미약하지만 상승기세, 민주당을 하락하다가 전대이후 잠시 상승, 한나라당은 국회마비 사태로 하락세 트렌드는 유지되고 있다.

손: 지금 지지도로 총선을 치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유: 선거는 넉 달도 더 남았다. 지금 지지도로 선거하면 선거 뭐 하러 하나.

손: 지지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있다고 보나.
유: 정당으로 잘 해나가면 지지도는 잘 나오게 된다. 지지도가 낮은 것보다 정당 활동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 열린우리당이 지금 무엇을 못하고 있다고 보나.
유: 강 교수가 공천권 얘기를 했지만 공천 방식을 1백% 국민경선으로 집행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내 놓지 못하고 옛날 방식으로 창당하는 지역들이 더러 있다. 열우당 의원들도 성인군자는 아니라 계속 공천 받고 싶고 정치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대범하게 참여하려는 당원 모두에게 경쟁자를 따르는 당원이라 하더라도 참여시키고 새로운 정치행태를 보여야 하는데 자기 지역구에 자기 사람을 지구당 위원장을 세우는 것을 기득권으로 인식하고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마음은 그래도 몸이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는데 분발해야 한다.

손: 신당으로써 열우당이 보여줘야 할 방향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유: 나도 그렇게 보고 있다

손: 민주당과 열우당 안팎에서 재통합론 논의가 있다. 설훈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대표적으로 재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견고한데 민주당과 열우당이 분열하면 전통적 지지층이 분열돼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유: 정통지지층이 분열되면 새로운 지지층을 추가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과거 지역주의 양당구도 깨진다. 옛날 지지층에 집착하면 정치적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열린우리당 내에도 재통합을 주장하시는 분이 있는데 뭐가 달라지는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당조직면의 가장 큰 차이는 열린우리당은 당원이 당비를 내고 활동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당헌당규를 마련하고 있는 정당이라는 것이다. 완전히 '종'이 다른 식물이 됐다고 본다. 이것을 합친다는 것은 원리상 불가능하다.

손: 연합공천은 어떻게 보나.
유: 공천권을 당원에게 줬다. 지구당에 결정권을 주고 국민 참여 공천방식으로 가려고 한다. 그런데 누가 있어서 어떤 권한을 갖고 어느 지역구는 열린우리당, 어느 지역구는 민주당 이런 식으로 공천하나. 당헌의 원리상 불가능한 것이다.

손: 몇몇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다.
유: 당장 선거에서 과거 민주당 지지층을 하나로 집결시키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가피한 생각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전국 16개 시도에서 모두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정당이다. 옛날로 돌아가 무엇을 얻으려 하나.

손: 새로운 지지층을 창출하는 방법론은.
유: 열린우리당은 낮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10% 내외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다. 지역주의 정치 구도를 깨 달라는 요청에 화답하는 것이다. 과거 다른 정당을 찍었던 유권자들을 열린우리당의 지지층으로 편입시키면 된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 없음으로 대답한 유권자들이 40~50% 정도 되는데 여기서 새로운 지지층을 발견해 나가면 된다. 계산은 간단하다.

손: 계산은 간단하다, 현실이 문제지. 계산해서 안될 일이 있나.
유: 과거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에 실패할 위험성이 없는 일이 어디 있나.

손: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당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 외부 영입인사를 영입하는데 부적절한 모습을 보였다. 강 교수도 지적했듯이 그런 문제들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문제와 연관이 된다.
유: 잘못된 일로 본다. 지지율 낮고 인물은 없고 하니 서두르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큰물 질 때 이 골물 저 골물 들어오다보면 흙탕물도 흘러들어오고 하는 것이니 너무 그러지 마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골 저골 물이 흘러 들어와야 큰물이 되니, 책잡을 일은 아니다. 시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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