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송(62) 한국홀덤협회장은 “정부는 도박을 무조건 금기시하는 발상에서 벗어나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효율적으로 실시해 도박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1년 단돈 100달러를 들고 태평양을 건넜던 케빈 송 회장은 숱한 고난과 좌절을 딛고 무려 27회에 걸쳐 세계포커대회 우승을 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포커계의 전설’이 되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35년 넘게 프로 겜블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대한민국의 사행산업과 도박중독 문제점 등에 대해 많은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홀덤포커 챔피언십을 마치고 최근 한국을 찾은 케빈 송 회장은 “미국의 포커 챔피언리그에 20대들의 도전이 대단하다”며 “미국의 카지노산업은 관광을 최우선하는 복합리조트로 빠르게 변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한국인의 도박중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도박을 좋아하는 중국인들도 베팅에는 매우 신중하고 기다릴 줄 아는데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무모한 베팅으로 파멸을 자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서울에서 케빈 송 회장을 만나 도박중독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 등을 들어보았다.
-대한민국의 도박중독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온 사실을 무용담처럼 자랑하는데 대한민국은 강원랜드에 다녀왔다는 말 자체를 못하고 있다. 이는 도박(사행산업)에 대한 개념차이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일상의 게임이기도 한 포커를 라스베이거스 방문기간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했는지 주변에 자랑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강원랜드에 다녀오거나 경마장에 다녀왔다고 하면 도박중독자로 낙인 찍힐까봐 철저히 숨긴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도박은 음지에서 숨어서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도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숨어서 하는 도박은 파멸과 불행을 잉태하게 된다. 반대로 양지에서 드러내놓고 하는 도박(게임)은 건전하게 할 수밖에 없다. 도박은 무조건 나쁜 것이기에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합법적인 도박(게임)은 레저스포츠라는 사실을 국가차원에서 교육해야 한다.”
-부모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유아기부터 모바일 게임을 즐기도록 한다.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기 때부터 부모들이 모바일 게임을 가르치고 있다. 게임과 도박을 자연스럽게 접근해 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학교나 부모들은 도박중독의 위험과 문제점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지 않고 무조건 도박은 나쁘니 하지 말라 강조한다. 이는 효과를 볼 수 없고 결코 설득시킬 수 없는 말이다. 한국에서 도박중독자는 가장 가까운 부인, 아들, 형제, 친구들도 모른다. 나중에 가족 들이 도박중독을 알았을 때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보나.
“고질적인 병폐라고 생각한다. 도박은 죄악시하고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하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도박에 중독되면 주변 사람부터 함께 망가진다. 거짓으로 돈을 달라고 하거나 빌리게 되는데 결국 함께 망하게 된다. 마약 중독자는 혼자만 폐인이 되지만 도박중독자가 생기면 집안과 주변 사람들이 함께 망가지게 되는 이유다. 도박중독 예방교육은 도박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먼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은 가볍게 즐기는 차원에서 적은 돈으로 하도록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해 알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런 교육이 전무하다.”
-많은 사람들이 (카지노의)바카라 게임에 중독된다.
“카지노에서 바카라는 인간이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바카라를 몇 번 정도는 운이 좋아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카지노가 반드시 이긴다. 바카라 때문에 카지노가 먹고 산다. 바카라 게임을 하면 카지노에서 고객들에게 스코어지를 나누어주다가 요즘에는 바카라 테이블에 전광판을 달아 놓고 있다. 친절하게도 플레이, 벵커, 타이 등 스코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하게 나타난다. 마치 다음에는 어느 쪽이 이길 것이니 베팅하라는 유혹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카드를 오픈하는 순간까지 어느 쪽이 높은 점수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 카지노이고 가장 빨리 망가지는 게임이 바카라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바카라로 잘못되는 사람을 자주 목격하는가.
“그렇다. 바카라에 빠지면 아무리 돈이 많은 갑부도 3년을 버틸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사들이 수십만 명 살고 있지만 바카라를 즐기는 도박사는 반드시 3년 이내에 카지노에서 자취를 감춘다. 3년을 넘겨 바카라 게임을 계속하는 사람을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보지 못했다. 도박은 어느 선을 넘지 않고 즐기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 현명하고 중독되지 않는 비결이다. 용돈으로 가볍게 즐기다가 멈추는 사람은 중독되지 않는다. 바카라는 5% 수수료 때문에 게임에서 이기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카지노가 반드시 이기게 되는 구조다. 한국인들은 이를 모른다.
바카라는 쉽게 배울 수 있고 가장 빠르게 게임이 진행된다. 특히 이겼을 때 다른 게임보다 짜릿한 카드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그래서 몇 번 이겼을 경우 바카라가 매우 간단하고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게임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강원랜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바카라 게임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카지노 거지’가 되었고 바카라를 이긴 사람들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바카라 게임의 패턴을 잘 연구하면 바카라를 정복할 수 있는 ‘타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바카라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바카라 때문에 도박중독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바카라는 사람을 반드시 파멸로 이끄는 가장 무서운 괴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불법 도박시장이 무섭게 급증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불법 도박시장의 규모가 200조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온라인 도박을 포함해 한국 불법도박시장은 무려300조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사감위) 등 정부기관은 불법 도박에 대한 규제보다 합법 도박에 대한 규제강화에 혈안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매출총량제 라는 희한한 규제를 만들어 합법을 억누르면서 불법이 급팽창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베팅 금액도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이제는 게임테이블과 게임시간을 줄였다. 결과는 동남아 원정도박 규모가 2017년 2조 5000억 원에서 2018년 5조 원 규모로 급증했다. 경마장 베팅도 1인당 10만 원이다. 스포츠토토 역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러니 불법시장이 갈수록 판을 치는 것이다. 불법 도박을 양성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고 합법 도박을 더 재미있고 건전하게 육성하는 대책을 만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정부가 계속 합법만 규제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불법시장만 급성장하게 된다. 안타깝다.”
-도박중독 예방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도박이 무엇인지 모르고 어려서부터 도박을 접하기 때문에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이 도박중독에 자연스럽게 빠진다. 예방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초, 중, 고, 대학에서 동시에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도박이 왜 무섭고 중독이 되면 어떤지 알려야 한다. 당뇨가 심각해지면 발을 절단해야 하듯이 도박중독이 심각해지면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고 썩어 버린다. 도박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 제시도 필요하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하는데 자살률 1위는 도박중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도박중독 예방교육은 늦었지만 이제부터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사감위 산하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있고 14개의 도박중독 상담센터가 있다.
“도박중독 상담센터를 찾아간 일이 있는데 상담원이 도박에 문외한이더라. 바카라와 경마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나올 수 없다. 도박중독자를 가슴으로 대해야 하는데 무조건 도박은 나쁜 것인데 끊어라하면 그건 말이 안 된다. 사무적이고 원론적인 상담으로는 도박중독 상담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도박중독자를 나쁜 선입견으로 봐서는 상담이 안 되는 것이다. 가슴으로 이해해야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도박중독자가 도박 대신 다른 레저스포츠나 취미생활, 예를 들면 낚시나 등산 및 영화감상 등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사람은 폐인이 되고 만다.
강원랜드에 사감위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고객들의 좌석매매나 대리베팅 등을 감시, 감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감위가 합법 도박을 규제하다 못해 한심한 일까지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사감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불법은 규제가 어렵고 찾아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만만한 합법 도박만 손을 대는 발상 자체가 대한민국 합법 도박(사행산업)을 망치고 있다.“
-강원랜드의 독점적 지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싱가포르가 2010년 카지노를 개방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는 물론 싱가포르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카지노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고 오는 2025년 카지노 개장이 예정되었다. 일본에 카지노가 개장하면 아시아의 블랙홀이 되어 연간 수십 조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동남아 화교는 물론 강원랜드에 실망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의 일본카지노를 대거 방문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늦었지만 대한민국도 내국인 카지노를 추가 개방해야 한다. 10조 원 이상 초대형 복합리조트 단지를 조성하는 조건이면 일본과 경쟁이 가능하다. 마카오에 이어 필리핀도 이제는 대한민국 카지노가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복합카지노산업이 성공했다.”
케빈 송 회장은 지난 1994년부터 세계프로 포커대회에 참가한 이후 지금까지 27회에 걸쳐 세계포커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프로 포커에 입문한 이후 연봉 100만 달러 목표를 세웠고 30년간 이 목표를 거의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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