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내린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생활기록부 자료 CD 제작ㆍ배포 금지 결정을 거부해 물의를 빚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궁여지책으로 방안을 마련했다. CD를 학국교육학술정보원과 시ㆍ도교육청 등 전국 12개 센터에 비치한 뒤, 각 대학이 직접 방문해 해당대학 응시자의 관련 자료만 뽑아 출력해 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전교조 등은 교육부의 이번 조치가 법원의 지적 셋 가운데 하나만 부분 수용한, "100점 만점에 15점짜리 엉터리 해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촉박한 입시 일정을 감안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교육부, "각 대학 지원자 자료만 가져가도록 배포 방식 변경"**
교육부 서범석 차관은 3일 오후 "'생활기록부 자료 CD를 모든 대학에 배포하는 것은 적법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각 대학이 해당 대학의 지원자 자료만 가져가도록 배포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방안에 따르면, 각 대학은 교육부 학술정보원(KERIS) 중앙센터와 전국 11개 지역의 지역센터를 방문해 응시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출신학교 코드 등 인적사항 명부를 제시하고, 해당 대학 지원자에 대한 자료만 추출해 대학별 지원자 생활기록부 CD를 만들어 입학 전형에 활용해야 한다.
서 차관은 "지원자가 2만명 정도되는 정원이 많은 대학의 경우, 해당 대학 지원자에 대한 학생부 CD를 따로 만드는데 약 30시간이 걸리고, 5백~1천명이면 1시간가량 소요된다"며 "이 정도는 16일부터 시작되는 '가' 군 전형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서 차관은 "이번 조치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대학 입시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 의미를 밝혔다.
***전교조, "100점 만점에 15점짜리 엉터리 해법"**
전교조는 이번 교육부 조치에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법원의 지적 셋 가운데 하나만 부분 수용한, 100점 만점에 15점짜리 엉터리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서울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본인의 동의가 없는 신상정보 수집은 위반이라는 점, ▲현행법상 교육부장관에게는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작성해 대학에 제공할 권한이 없다는 점, ▲CD제작 및 배포는 불법복제 및 해킹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점 등 세 가지 취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교육부의 조치는 이 중 첫째와 둘째는 아예 무시한 채, 세 번째 취지에서도 CD 제작은 문제 삼지 않고, '배포'에 한해서만 법원의 결정을 수용한 아주 미흡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번 교육부의 조치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얄팍한 꼼수이며, 이는 결국 'CD의 제작 및 배포를 중단하라'는 사법부의 결정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3명 학생 자료 CD에서 제외하려면 자퇴 처리해야"?**
한편 교육부는 또 법원에 CD 제작ㆍ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3명의 학생에 대해서는 CD 제작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사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학생을 CD에서 삭제하기 위해 '서류상'으로 자퇴 처리할 것을 지시한 후, 다시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해당 장학사는 "가처분 학생의 자료를 CD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고려한 1가지 방안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교조는 "이번 해프닝이야말로 학생이 자기 신상정보 수록을 원치 않았을 때는 '퇴학처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NEIS가 갖고 있는 비교육적, 비인간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하나의 실례"라고 꼬집었다.
서 차관은 '3명의 학생을 삭제하는 방법이 편법으로라도 자퇴를 시키는 방법밖에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른 방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서 차관은 "이번 3명의 학생에 대해서는 어떤 불이익도 없도록 교육부가 관심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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