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 파문으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번에는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문제로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고 쇼크상태에 빠졌다. 28일 고교 3년생 3명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NEIS 관련 자료 CD 제작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이 '교육행정 효율성'을 강조해온 교육부의 입장에 반해, '인권침해 방지'를 주장해온 전교조 등 교육단체 입장을 들어줌으로써 사실상 NEIS를 밀어붙여온 교육부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법원, "교육부가 생활기록부 제출받아 각 대학에 배포권한 없어"**
서울지법 민사50부는 28일 결정문에서 "초ㆍ중등교육법 25조 규정상 교육부 장관은 생활기록부 작성기준을 정할 권한만 있을 뿐, 생활기록부 작성ㆍ관리 권한은 없으며 교육기본법 23조를 봐도 국가와 지자체가 교육의 정보화를 위한 시책을 수립할 의무만 있을 뿐 생활기록부 전산자료를 사용할 권한은 없으므로 교육부 장관에게 대입 전형자료인 생활기록부를 제출받아 각 대학에 배포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다른 법률이 정하는 소관업무 수행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정보 주체나 제3자의 권리와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는 개인정보파일 보유 목적외에 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각 대학 입시전형에 지원학생외의 생활기록부 자료는 필요 없으며, ▲각 대학은 이전 정시모집 등에서 생활기록부 사본을 제출받아 CD 없이도 업무처리가 가능하고, ▲현재의 크래킹(cracking) 기술로 CD 암호화 보안이 무력화될 우려가 있고, ▲정보유출시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가처분 인용배경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향후 학교의 생활기록부 작성ㆍ관리 권한이 유지되면서 각 대학이 NEIS를 통해 지원자들의 전산자료만 선별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NEIS를 통한 전산자료 제공이 적법한 행위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신 못 차린 교육부, "3명의 전산자료만 CD에서 제외하겠다"**
교육부는 이같은 법원의 가처분 신청 수용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사실상 법원의 판단을 거부하겠다는 반응을 보여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고3 학생 3명의 전산자료만 CD에서 제외시킨 뒤 각 대학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이문희 국제교육정보화국장은 이날 "가처분은 이의를 제기한 학생 3명에 대해서만 내린 결정이므로 대입전형자료로 사용되는 CD제작은 '2004학년도 대입전형 전산자료 제공계획'에 따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당초 교육부의 일정에 따라 올해 대입 전형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CD를 제작하지 않을 경우 촉박한 대입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법원의 이번 가처분 인용결정에 대해 불복신청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이며 법률과 같은 일반적인 강제력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일선학교로부터 제출받은 대입전형자료를 시도교육청이 오는 12월5일까지 제출할 경우 12월 15일까지 CD를 제작해 17일까지 대학에 배포할 방침이다.
***전교조, 강력 반발**
이번 가처분 신청을 주도했던 전교조는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면서, 교육부의 CD 제작 강행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원재 대변인은 "교육부의 결정은 '인권침해 방지'를 의도해 CD 제작이 정보주체나 제3자의 권리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법원의 취지대로 CD 제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향후 전교조는 법원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교육부의 강행을 적극 저지할 방침이어서, NEIS 갈등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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