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처음으로 희생된 데 이어 29일과 30일(현지시간)에 걸쳐 미군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라크전에 동조하고 있는 일본과 스페인, 콜롬비아 등의 군인들과 민간인들에게도 저항세력의 공격이 이어져 총 15명이 숨졌다.
저항세력의 공격목표가 이제는 단순히 미국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파병할 예정이거나 파병한 국가들로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이번 공격으로 일본 국내에서도 파병 반대 여론이 급속히 확대돼 가고 있다.
***이라크서 일본 외교관 2명 피습**
30일 일본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은 "이라크 바그다드 북부 티크리트 부근에서 29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 현지 대사관 직원 2명이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밝혔다.
이날 숨진 일본 외교관들은 영국 주재 일본 대사관의 오쿠 가쓰히코 참사관과 이라크 주재 일본 대사관의 이노우에 마사모리 서기관으로 밝혀졌으며 자동차를 운전하던 레바논인 운전사도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는 도중 사망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라크전 발발이후 일본인이 이라크에서 사망한 것은 처음인데 이들은 티크리트에서 개최될 예정인 이라크 재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몰고 가던 중 티크리트 부근에서 음식을 사기 위해 잠시 멈춘 사이 저항세력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 피살 소식을 접한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일본은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책임이 있는 국가로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가와구치 외상도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테러에 굴하지 않고 이라크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해 자위대 파견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내 자위대 파병 반대 목소리 확산일로**
하지만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이러한 확언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 간부를 자처하는 인물이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하면 도쿄 도심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후 바그다드 주재 일본 대사관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이번 피살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자 일본 열도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일본 국민들과 야당은 물론이고 일부 여당 내에서도 자위대 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자위대 연내 파병 계획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하고 있다.
일본 야당은 "고이즈미 내각의 이라크에서의 보안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자위대 파병 계획을 당장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중의원 의원은 "지금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우리는 결단코 거기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공산당도 "이번 사례는 이라크의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자위대 파병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파병 반대 움직임은 야당에서만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공명당의 후유시바 데쓰조 간사장은 "우리는 이라크내 치안상황을 철저하게 점검해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자위대 파병에 우려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가토 고이치 자민당 전 간사장도 민방 TV에 출연, "대량 파괴무기 때문이라던 전쟁 명문이 없어졌다"며 "자위대 파병에 반대한다"고 말해 집권 자민당내 파병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또 내년 여름에 실시될 참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자민당내 반대 목소리는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페인 정보장교 7명도 저항세력 공격에 사망**
29일 이라크 현지에서는 일본 외교관 피습 사건 1시간쯤 후에는 스페인 정보장교 7명이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AP, AF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페인 정보장교들은 2대의 민간인 자동차에 나눠 타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바그다드 남쪽으로 이동하던 중 마흐무디야에서 매복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격은 매우 치밀한 준비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가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전한 바에 의하면 후세인 추종세력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 1~2대가 2대의 스페인 정보 장교들의 차량을 뒤따라오다 총격을 가해 이중 앞서가던 스페인 장교들의 차량 1대가 주행로에서 벗어났다.
이에 미리 매복하고 있던 또 다른 괴한들이 휴대용로켓발사기(RPG)와 소총을 난사해 2대의 차량에 불이 붙었고 20여분간 교전이 벌어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 저항세력들은 스페인군인들에게 총격을 가하면서 "사담의 이름으로 죽인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라크인, 연합군에 대한 적대감 표시. "저항세력, 사전에 치밀한 준비"**
한편 이라크인들은 피습이후 스페인 군인 시체를 발로 차거나 기쁨을 표시해 연합군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함을 나타냈다. 스페인 군인들 시신은 어두워진 길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는데 이라크인들은 시체에 발을 올려놓고 승리의 의미인 '브이'자를 만들며 손을 치켜들기도 했고 시신을 발로 차기도 했다. 한 이라크인은 "이번 공격은 이라크에 주둔중인 모든 외국군에 대한 교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저항세력의 공격에 대해 WP는 "스페인 정보장교들은 민간인 차량과 복장으로 비밀리에 이동중이었기에 이번 공격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며 저항세력의 정보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일본 외교관 공격과 스페인 정보장교 공격은 사전에 조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두 국가 모두 미국의 주요한 이라크 재건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AP통신도 "미국은 미군에게 훈련받고 고용된 이라크 경찰과 이라크인들 가운데 일부가 저항세력에 가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11월 미군 사망자수, 이라크전 발발 이후 월별 사망자수로 최대**
한편 지난 주말에는 콜롬비아 민간인 사업자 1명도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미군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29일 오전 바그다드 북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발라드 지역에서 소구경화기를 동원한 공격으로 콜롬비아 국적 민간인 사업자 1명이 피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미군 2명도 29일 이라크 서부 시리아 국경 부근에서 저항세력들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바그다드 북서쪽으로 3백km 떨어진 후사이바 국경마을에서 로켓추진 수류탄과 자동소총으로 미군 차량 행렬이 공격받아 교전과정에서 사망했다.
이로써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수는 11월 한달 동안에만 79명에 달해 이라크전 발발 이후 월별 사망자 수로는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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