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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죽은 사람이 한국인일리 없어..."

정부의 '한심한 대응', 이라크서 한국인 2명 사망-2명 부상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이 발표된 뒤 처음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발생, 민간인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해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우려했던대로 한국도 이젠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상황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린 모습이나 한국인 인명 손실이 현실화됨에 따라 파병 반대 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 당국의 파병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은 제2차 국회조사단을 보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파병 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티크리트서 한국 기업체 직원, 테러로 2명 사망, 2명 부상**

외교통상부는 1일 새벽 외교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기업체 직원들이 30일 오후 이라크에서 피격당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으며 부상자 가운데 1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건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30일 밤 이종석 NSC 사무차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가졌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긴급 보고했다.

30일(현지시각) 발생한 이번 사건은 같은 지역에서 일본인 외교관 2명이 살해당한지 하루만에 발생한 것으로, 한국인이 이라크전 발발 이후 테러사건으로 사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사망자는 김만수(46)씨와 곽경해(61)씨로 확인됐으며 부상자는 서울 구로동 소재 오무전기(대표이사 서해찬)에 근무중인 이상원씨와 임대식씨로 밝혀졌다. 통역을 맡은 이라크 현지인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두 사람은 발라드 소재 미군 야전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고 있다. 임씨의 경우는 경상이나 이씨는 부상정도가 심해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격은 미국 '델타사'의 하청을 받아 티크리트에서 발전소 및 송전탑 공사를 하기 위해 지난 23일 이라크에 입국, 바그다드 하야트타워 호텔에 머물고 있던 오무전기 직원들이 티크리트에서 개최될 예정인 이라크 재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통해 티크리트로 이동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라크 하야트타워 호텔에 머물고 있는 오무전기 직원은 모두 65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혁 차관보는 "현재 현장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서 좀더 구체적인 사항은 대사관 직원들이 내일 현장에 도착해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과 부상자와 인터뷰를 해야 밝혀질 것"이라며 "이라크 저항세력이 한국인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인지도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테러로 인한 한국인 희생 첫 소식은 외교부 발표에 앞서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 남부 고속도로에서 2명의 외국인이 타고 있던 차량이 공격을 받아 차안에 타고 있던 한 명은 미동도 하지 않았으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나머지 한명은 미군들이 구출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현지 주민들은 이들 희생자들이 한국인 사업자들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 파병 정책에 결정적 걸림돌될 듯**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된 이후에야 정부의 구체적 대응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치안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에 대한 테러가 처음으로 발생하고, 주말에만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응했던 스페인, 일본, 한국 등 5개 국가들에 대한 테러가 발생해 파병정책과 이번 테러사건과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추가 파병 결정과 이번 테러사건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파악되고 있지는 않으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테러사건은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응했던 국가들에 집중되고 있어 그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수혁 외통부 차관보는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이 이라크 추가 파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그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 뭐라 말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한국인 인명 손실은 정부의 파병 논리에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공병-의료 등 비전투병과 전투병을 반반씩 섞어보내는 '혼성부대 파병'을 추진해왔으나, 송신탑 공사를 하려던 민간인들까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전투병이든 전투병이든 파병시 이라크 무장세력의 테러공격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노무현대통령의 '파병 결정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파병돼 있는 서희-제마부대도 영외출입을 중단한 채 마비상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전투병 위주의 파병' 또는 '전투병 위주의 파병' 논의 자체가 허구적이라는 비판이 급증하고 있다.

***파병 동의하던 국회도 주춤**

정부뿐 아니라, 국회의 대응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8박9일 일정으로 이라크를 방문했던 국회 조산단(단장 강창희 한나라당 의원)은 조사기간중 이라크 무장세력의 로켓포 공격으로 죽을 위기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귀국후 "바그다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안전하다"며 파병론을 펴왔다.

이들은 금주초 정식으로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낸 뒤 노무현대통령과도 회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전하다'던 이라크에서 한국 민간인이 피살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과연 국회조사단이 어떤 내용의 보고서를 낼 것인지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과정에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은 1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2차 국회조사단을 보낼 필요가 커졌다"며 파병 결정을 2차 국회조사단의 조사보고서가 나온 이후로 늦춰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사관, 현지 한국인 상황조차 파악 안돼**

이번 사태를 통해 또다시 드러난 것은 우리정부의 안이한 업무태도다.

현재 이라크에는 손세주 대리대사를 포함한 대사관원과 KOTRA와 국제협력단(KOICA) 직원, 선교사 등 30여명이 머물고 있으며 한국 대사관은 이들 동향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으나, 이라크에 들어온 65명의 오무전기 직원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이라크에 들어왔는지 자체에 대해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손 대리대사는 로이터 통신 보도 이후 "현재 사실 여부를 확인중이나 이들이 한국인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혀, 우리 정부의 대국민 보호노력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정부가 한국인 사망자의 명단을 알아낸 것도 로이터통신이 사건 보도후 10시간이 지난 1일 오전이어서,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희생자가 한국인으로 밝혀진 이후 손 대리대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무전기 직원들은 바그다드와 발라드에 분산돼 송전탑 공사업무를 담당해 왔으나 입국시 대사관에 연락을 하지 않아 사망자 신원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명했다.

손 대리대사는 이어 "오무전기측은 수니 삼각지대 등의 위험한 지역에서 공사를 하면서도 대사관에 전혀 알리지 않았으며 최근 직원 명단제출을 요구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모든 책임을 오무전기측에 돌렸다.

그는 또 "이라크의 치안 혼란을 감안할 때 아직은 국내 업체가 들어와 공사에 참여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사관은 바그다드 일원의 교민들에 대해선 일일이 실태를 파악해 안전을 지키고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신고도 하지 않고 위험지역에서 공사하다 벌어지는 상황은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사관과 오무전기간의 연락 불가능은 오무전기측 잘못이라기보다는, 한달여 전부터 대사관을 폐쇄한 채 비밀리에 호텔 등 안전지대로 전전하며 '제몸 보신'에만 힘써온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에는 대우-현대건설 등 4대그룹 상사직원외에 오무전기등과 마찬가지로 하청물량을 따 들어온 중소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에 대한 시급한 안전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하청업체는 모두 테러대상**

이날 직원들이 피습당한 ㈜오무전기는 서울 구로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송전탑, 배전선로 공사를 시공하는 전기공사 전문업체로 이 회사는 미국 회사인 델타사의 하청을 받아 얼마전부터 이라크 티크리트 인근에서 송전탑 공사를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에 따르면, 오무전기측은 지난 10월 말 이라크 현지에 인력 65명을 파견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위한 현지조사를 하던 중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라크에서 재건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이라크 재건사업을 대부분 미국 거대기업들이 독점한 상황에서 하청작업에 불과할 뿐이며, 이라크 무장세력이 미군의 하청작업을 하는 외국인을 모두 테러대상으로 삼고 있어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중인 민간인들의 안전이 계속 위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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